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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의 한 공립 중학교가 교회에서 졸업식을 개최키로 해 "종교편향적 사고가 빚은 정상적 공교육 시스템의 파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도 일산 정발중(교장 서화숙)은 지난 1월27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2월10일 오후 2시 제16회 졸업식을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 졸업식이 학교가 아닌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예담교회에서 열리는 것으로 안내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정발중은 장소로 인해 문제가 불거질 것을 염려한 듯 가정통신문에서 “졸업식은 공연 위주로 진행, 강당이 없는 관계로 부득이 졸업식 장소를 기존의 학교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사실은 가정통신문을 접한 일부 학부모들이 관계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하는 학교 행사를 특정 종교시설에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학교 측에 강력한 항의와 함께 장소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확산되자 정발중은 2월4일 ‘졸업식 장소 선정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해명서를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정발중은 해명서에서 “1700여명이 참석가능한 행사장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지역 공공기관의 경우 학교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었고, 그러던 중 일부 학교에서 몇 차례 축제장소로 사용한 예담교회 아트홀을 알게 됐다”며 “예담교회 아트홀은 종교적 색체가 강하지 않고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졸업식 장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장소를 확정했다.”, “몇 분이 민원을 제기했으나 연유를 설명드려 납득시켰다”는 등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되풀이하면서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에 대해 교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교편향적 사고가 정상적인 공교육 시스템마저 파괴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 여론과 재발방지 방안 모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안식 종교평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개신교를 믿지 않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졸업식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며 “결정권자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 의문스럽다”고 힐난했다. 손 위원장은 이어 “특정 종교시설에서 졸업식을 개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