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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절오상(七絶五常)
감나무의 일곱 가지 장점과 다섯 가지 덕성
七 : 일곱 칠(一/1)
絶 : 끊을 절(糸/6)
五 : 다섯 오(二/2)
常 : 떳떳할 상(巾/8)
손을 댄 것이 전혀 티가 나지 않을 때 감쪽같다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의 어원이 맛있는 곶감의 쪽을 뺏기지 않으려고 빨리 흔적도 없이 먹어 치운다거나, 감나무에 고욤을 접붙였을 때 나중에 표시가 나지 않은 데서 나왔다거나 분분한데 어쨌든 감과 관계가 있다.
'감 고장의 인심'이란 속담이 있듯 누가 감을 따 먹어도 좋다고 할 만큼 마을 곳곳에 많이 기르는 과일이기도 하다. 조율이시(棗栗梨柿)라며 제사 때에도 빠지지 않는 생활 속의 과일 감에는 일곱 가지 뛰어난 장점(七絶)이 있고 다섯 가지 덕성(五常)이 있어 더욱 사랑을 받아왔다.
감은 중국서도 귀한 대접을 받아온 듯 일곱 가지 장점을 처음 남긴 사람은 당(唐)나라 때의 박학한 학자 단성식(段成式)이라 한다. 그가 남긴 '유양잡조(酉陽雜俎)'는 괴이한 사건, 언어와 그리고 풍속 따위를 기술한 잡학서적인데 여기에 그 말이 나온다.
유양(酉陽)은 호남(湖南/후난)성에 위치한 산으로 한 동굴 속에 1000권의 책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전해 온다고 한다. 권(卷)18의 식물과 열매에 관한 글에 "감나무에는 널리 이르는 말로 칠절이 있다(俗謂柿樹有七絕/ 속위시수유칠절)"고 하면서 하나하나 들고 있다.
감나무는 첫째 나무가 오래 살며(一壽),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二多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으며(三無鳥巢), 넷째 벌레가 끼지 않고(四無蟲), 다섯째 서리 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五霜葉可玩),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六嘉實), 일곱째 낙엽이 넓어 훌륭한 거름이 된다(七落葉肥大)는 것이다.
여기에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의 오상(五常)도 곁들여져 가치를 더한다. 감잎에 글을 쓸 수 있으니 문(文),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무(武), 과일의 겉과 속이 다 같이 붉으니 충(忠), 치아가 불편한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효(孝), 나뭇잎이 다 떨어져도 과일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절(節)이 그것이다.
감나무는 오색(五色)의 나무이기도 하는데 줄기는 검은색을 띠며, 잎은 푸른색이고, 꽃은 노란색이며, 열매는 붉은색인 데다, 잘 익은 열매를 말려 하얀색의 곶감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란다.
여름엔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서리 맞은 잎이 장관을 이루며 맛있는 과일도 아낌없이 인간에게 주는 감나무에게 무엇을 배울까. 문무(文武)는 두고라도 겉과 속이 같고 끝까지 지키며 약자를 공경하는 것은 큰 교훈이 된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姜希孟)의 시이다. “감잎이 막 떨어지니 붉은 것이 온 성에 가득하고, 뽕나무 그늘 드리워 푸른빛이 집을 숨기네(柿葉初稀紅滿城 桑陰重合綠藏屋). 색은 금빛 옷보다 더 좋고, 맛은 맑은 옥액에 단맛을 더한 듯하다(色勝金玉衣 甘分玉液淸).
감나무, 버릴 것 없이 이로우니 오상칠절(五常七絶)
요즘 어디를 가나 빨갛게 달려 있는 감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감나무마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 감나무 그 따뜻한 주홍빛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른 과일에 밀려 별로 인기 없는 과일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감나무가 있는 집이 부러웠고 감 하나의 존재가 더없이 귀했다.
특히 농촌의 감나무는 어느 나무보다도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로 사람의 땀을 식혀주고, 막걸리를 먹으며 '고시레'하며 막걸리 한 잔을 감나무에 부어줬다. 비록 나무이지만 한 가족으로 교감하며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감나무는 주렁주렁 맛있는 감으로 주인에게 보답한다.
딱히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 감나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늦은 봄 감나무 밑에서 떨어진 감꽃을 주워 풀줄기에 꿰어 목에 걸기도 하고, 약간 떫지만 감꽃을 먹기도 하였으며 떨어진 땡감을 먹고 입안이 떫어 하루 종일 함박만 해져 있을 때도 있었다.
가족으로 교감하며 관계 맺음
흔히 사용하는 '감쪽같아'는 감과 관련된 순우리말이다. 감나무에 가지를 접붙이면 티가 나지 않게 잘 붙는 데서 온 말로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무 표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한 입 배었다가 입 안이 떨떠름해진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맛이 떫은 감을 '땡감'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조금은 생소한 '감또개(감똑)'는 꽃과 함께 떨어져 버린 어린 감을 의미한다.
감나무는 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경기도 이남에서 과수로 널리 심는다. 키는 14m까지 자라며 수피는 회흑갈색이고 어린 가지에는 갈색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가죽처럼 질기며 길이 7~17㎝, 너비 5~10㎝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조그만 꽃병처럼 생긴 꽃은 황백색이며 5~6월에 잎겨드랑이에 핀다. 열매는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감나무는 보기에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용도는 무엇보다도 먹음직스런 과실에 있다. 감나무의 학명은 디오스피로스(Diospyros)인데, 여기에서 '디오스'는 신이란 뜻이고 '피로스'는 곡물이란 뜻이니, 서양에서도 과실의 신이라 할 만큼 훌륭히 여긴 것 같다.
가을에 단단한 생감을 잘 저장해 두면 더욱 붉어지고 맛은 더욱 달콤해져 먹음직스런 말랑한 감이 되는데 이를 두고 홍시라 부른다. 감이 지니는 떫은 맛은 타닌 성분 때문인데 가을이 되면서 타닌은 굳어지기 시작하여 갈색 반점이 되고 이 반점이 많아지면서 떫기만 하던 감이 다디단 단감이 된다. 또한 감을 이용하여 식초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감나무 쓰임새가 다양하다. 감물을 들여 만드는 갈옷이 있는데 풋감을 따서 으깨어 즙을 낸 후 사이사이에 넣어 오래 주물러 물들이고 햇볕에 말리면 갈색이 짙어지면서 빳빳해지는데 이것으로 옷을 지어 입는다. 감나무는 심재가 굳고 탄력이 있으며 빛이 검어 흑시(黑枾) 또는 오시목(烏枾木)이라 부르며 양반 집안의 귀한 가구재로 쓰였고 활을 만드는 촉목으로도 높이 쳤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나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감나무를 두고 감나무의 칠절(七絶)이라 하여 칭찬하고 있는데 첫째로 오래 살고, 둘째 그늘이 짙으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맛이 있으며, 일곱째 그 낙엽이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이로운 나무라는 뜻이다.
그 외 감나무는 잎이 넓어 글씨 연습하기 좋으므로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 재료가 되기 때문에 무(武)가 있으며, 열매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同)하므로 충(忠)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치아가 없는 노인도 홍시를 먹을 수 있어서 효(孝)가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가지에 달려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여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 감나무의 오상(五常)이라고 했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가 붉고(赤), 말린 곶감에는 흰 가루가 나오므로 이것을 일러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 불렀으니 그 관심과 사랑을 짐작할만하다.
오랜 옛날 우리나라에 들어와 긴긴 세월을 우리 민족과 함께 지내 왔고 우리 문화에 함께 섞여 자랐으니 누가 뭐래도 감나무는 우리의 나무이다. 감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란다. 감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기 전 감나무 잎의 단풍도 일품인데, 붉지만도 노랗지만도 않은 감나무 단풍은 들기 시작하면서 여려 가지 색깔이 나타나 한 나무 잎에서 온갖 가을의 색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 七(일곱 칠)은 ❶지사문자로 柒(칠)과 통자(通字)이다. 다섯 손가락을 위로 펴고 나머지 손의 두 손가락을 옆으로 편 모양을 나타내어 일곱을 나타낸다. 아주 옛날 숫자는 하나에서 넷까지는 선(線)을 그 수만큼 한 줄로 늘어 놓고, 다섯 이상은 다른 기호를 사용했다. 그 중 五(오)와 七(칠)과 九(구)는 닮음꼴, 六(육)과 八(팔)과도 닮음꼴로 되어 있다. 일설에서는 七(칠)은 베다란 뜻의 글자를 빌어 쓴 것이며 후세의 切(절)이란 글자를 기원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七자는 '일곱'이나 '일곱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七자는 칼로 무언가를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과 금문에 나온 七자를 보면 十자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칼로 사물을 자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갑골문에서는 十(열 십)자가 막대기를 세운 그려졌었기 때문에 十자와 七자는 혼동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두 글자의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끝을 구부리는 방식으로 지금의 七자를 만들게 되었다. 七자는 본래 '자르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숫자 '일곱'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刀(칼 도)자를 더한 切(끊을 절)자가 '자르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七(칠)은 일곱의 뜻으로 ①일곱 ②일곱 번 ③칠재(七齋;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 ④문체(文體)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의 열두 달 가운데 일곱째 달을 칠월(七月), 사람의 일곱 가지 심리 작용을 칠정(七情), 바르지 못한 일곱 가지 견해를 칠견(七見), 그 수량이 일곱이나 여덟임을 나타내는 말을 칠팔(七八), 나이 70세로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에는 드문 일이다는 뜻의 칠순(七旬), 일곱 걸음에 지은 시를 칠보시(七步詩), 한 줄이 일곱자로 된 한시를 칠언시(七言詩), 일곱 줄로 매어 만든 거문고를 칠현금(七絃琴), 제갈공명의 전술로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잡는다는 말을 칠종칠금(七縱七擒),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말을 칠전팔기(七顚八起), 유교에서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조건을 이르는 말을 칠거지악(七去之惡), 사물이 서로 연락되지 못하고 고르지도 못함을 이르는 말을 칠령팔락(七零八落) 등에 쓰인다.
▶️ 絶(끊을 절)은 ❶회의문자로 绝(절)은 간자(簡字), 撧(절)과 絕(절)은 동자(同字)이다. 실 사(糸; 실타래)部와 卵의 오른쪽 부분, 刀(도; 날붙이, 자르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실이 끊어지다, 실을 끊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絶자는 '끊다'나 '단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絶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色(빛 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糸자와 色자의 조합만으론 '끊다'라는 뜻을 유추하기 어렵다. 그러나 絶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絲(실 사)자 사이에 여러 개의 칼이 그려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금문에서도 위아래로 잘린 실과 刀(칼 도)자가 그려져 있어서 역시 칼로 실을 잘랐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刀자가 色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絶(절)은 ①끊다 ②단절하다, 숨이 끊어지다, 죽다 ③다하다, 끝나다 ④막히다, 막다르다 ⑤뛰어나다, 비할 데 없다 ⑥건너다 ⑦기발하다, 색다르다 ⑧으뜸 ⑨매우, 몹시 ⑩심히, 극히 ⑪결코 ⑫절구(시의 한 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끊을 절(切), 끊을 초(剿), 끊을 절(截), 끊을 단(斷),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을 사(嗣), 이을 소(紹), 이을 계(繼)이다. 용례로는 상대하여 견줄 만한 다른 것이 없음을 절대(絶對),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체념함을 절망(絶望), 힘을 다하여 부르짖음을 절규(絶叫), 이것과 견줄 만한 이 뒤에는 다시없음을 절후(絶後), 더할 수 없이 훌륭한 경치를 절경(絶景), 멀리 떨어져 있는 땅을 절경(絶境), 산의 맨 꼭대기를 절정(絶頂), 아주 기묘함을 절묘(絶妙), 병 등으로 음식을 끊음을 절곡(絶穀), 더할 수 없이 좋음을 절호(絶好), 세상과 교제를 끊음을 절세(絶世), 먹을 것이 끊어져 없음을 절식(絶食), 출판하여 낸 책이 다 팔리어 없음을 절판(絶版), 매우 두드러지게 뛰어남을 절륜(絶倫), 기절하여 넘어짐을 절도(絶倒), 다시 생환할 수 없게 아주 뿌리째 끊어 없애 버림을 근절(根絶), 남의 제의나 요구 따위를 응낙하지 않고 물리침을 거절(拒絶), 참혹하리 만큼 구슬픔을 처절(悽絶), 막히고 끊어짐을 두절(杜絶), 유대나 연관 관계 등을 끊음을 단절(斷絶), 어떤 일 특히 임신을 인공적으로 더 이상 지속되지 않게 함을 중절(中絶), 빼어나게 아름다움이나 매우 좋음을 가절(佳絶), 정신이 아찔하여 까무러침을 혼절(昏絶), 정신을 잃음을 기절(氣絶), 긴 것을 잘라서 짧은 것에 보태어 부족함을 채운다는 뜻으로 좋은 것으로 부족한 것을 보충함을 이르는 말을 절장보단(絶長補短), 이 세상에서는 견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자를 이르는 말을 절세대미(絶世代美), 세상에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여자를 이르는 말을 절세가인(絶世佳人), 배를 안고 넘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우스워서 배를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음을 일컫는 말을 봉복절도(捧腹絶倒), 궁지에 몰려 살아날 길이 없게 된 막다른 처지를 일컫는 말을 절체절명(絶體絶命) 등에 쓰인다.
▶️ 五(다섯 오)는 ❶지사문자로 乄(오)와 동자(同字)이다. 숫자는 하나에서 넷까지 선을 하나씩 늘려 썼으나 다섯으로 한 단위가 되고 너무 선이 많게 되므로 모양을 바꿔 꼴로 썼다. 五(오)는 나중에 모양을 갖춘 자형(字形)이다. ❷상형문자로 五자는 '다섯'이나 '다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五자는 나무막대기를 엇갈려 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나무막대기나 대나무를 일렬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보통 1~3까지는 막대기를 눕히는 방식으로 숫자를 구분했지만 4를 넘어가면 혼동이 생겼다. 이것을 구별하기 위해 막대기를 엇갈리게 놓는 방식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五자이다. 갑골문에서의 五자는 二사이에 X자를 넣은 방식으로 표기했었지만, 해서에서는 모양이 바뀌었다. 그래서 五(오)는 다섯이나 오(伍)의 뜻으로 ①다섯, 다섯 번 ②다섯 곱절 ③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④제위(帝位: 제왕의 자리) ⑤별의 이름 ⑥다섯 번 하다, 여러 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떳떳한 도리를 오륜(五倫), 한 해 가운데 다섯째 달을 오월(五月), 그 달의 다섯째 날 또는 다섯 날을 오일(五日), 음률의 다섯 가지 음을 오음(五音), 다섯 가지 곡식(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오곡(五穀), 다섯 가지의 감각(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오감(五感), 다섯 가지 빛깔 곧 푸른빛 누른빛 붉은빛 흰빛 검은빛의 다섯 가지 색을 오색(五色), 다섯 가지 계율이나 계명을 오계(五戒), 퍽 많은 수량을 나타내는 말을 오만(五萬), 다섯 가지 욕심이라는 오욕(五慾), 사람이 타고 난 다섯 가지 바탕을 오사(五事),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오리무중(五里霧中), 오십 보 도망한 자가 백 보 도망한 자를 비웃는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안다는 뜻으로 쉰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을 오십천명(五十天命), 다섯 수레에 가득 실을 만큼 많은 장서를 일컫는 말을 오거지서(五車之書), 좀 못하고 좀 나은 점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오십소백(五十笑百),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열흘만에 한번씩 비가 온다는 뜻으로 기후가 순조로움을 이르는 말을 오풍십우(五風十雨) 등에 쓰인다.
▶️ 常(떳떳할 상/항상 상)은 ❶형성문자로 㦂(상)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건 건(巾; 옷감, 헝겊)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尙(상; 더하다)으로 이루어졌다. 아랫도리에 입는 속바지 위에 받쳐 입는 긴 치마라는 뜻에서 길다, 전(轉)하여 오래 계속하다, 항상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常자는 '항상'이나 '일정하다', '변함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常자는 尙(오히려 상)자와 巾(수건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常자는 본래는 '치마'를 뜻했던 글자였다. 그래서 常자는 집을 그린 尙자에 '천'이라는 뜻을 가진 巾자를 결합해 집에서 항시 두르고 있던 옷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집에서 항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항상'이나 '변함없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은 尙자에 衣(옷 의)자가 더해진 裳(치마 상)자가 '치마'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常(상)은 ①떳떳하다 ②항구(恒久)하다, 영원(永遠)하다 ③일정하다 ④범상하다, 예사롭다, 평범하다 ⑤숭상(崇尙)하다 ⑥(변함없이)행하다 ⑦항상(恒常), 늘, 언제나 ⑧늘 ⑨일찍이(=嘗), 애초에 ⑩도리(道理) ⑪법도(法道), 규율(規律), 통례(通例) ⑫평소(平素), 평상시(平常時) ⑬범상(凡常) ⑭길이의 단위(單位) ⑮천자(天子)의 기(旗) ⑯나무의 이름 ⑰땅의 이름 ⑱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떳떳할 용(庸), 떳떳할 이(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눌 반(班)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을 상임(常任), 항상 살고 있음을 상주(常住), 두루 많이 있는 일을 상례(常例), 늘 준비하여 둠을 상비(常備), 늘 고용하고 있음을 상용(常傭),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근무함을 상근(常勤), 보통 때의 모양이나 형편을 상태(常態),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를 상시(常時), 일반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보통의 지식을 상식(常識), 날마다 보는 업무나 보통 업무를 상무(常務), 떳떳하고 바른 길을 상궤(常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나 시설을 갖춤을 상설(常設), 늘 하는 버릇을 상습(常習),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 또는 맡은 사람을 상임(常任),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심상(尋常), 내내 변함없이나 언제나 또는 자주나 늘을 항상(恒常), 날마다 또는 늘이나 항상을 일상(日常),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정상이 아닌 상태나 현상을 이상(異常),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특별하지 않고 예사임을 통상(通常), 계속하여 그치거나 변하지 않음을 경상(經常),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범상(凡常), 괴이하고 이상함을 괴상(怪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집에서 먹는 평소의 식사라는 뜻으로 일상사나 당연지사를 이르는 말을 가상다반(家常茶飯), 만년이나 오래도록 항상 푸르다는 뜻으로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말을 만고상청(萬古常靑),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이나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언행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일정하지 않거나 일정한 주장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반복무상(反覆無常), 열에 아홉이란 뜻으로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된다는 뜻으로 거의 다 됨을 가리키는 말을 십상팔구(十常八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