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두꺼운 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다.
이러다가 기어이 봄이 오려나보다.
물에 빠진 사람들과 목맨 사람 소식 때문에
저녁 밥상 앞에서 노모는 혀를 차셨지만
난 어떻게 월요일의 밤거리를 돌아다닐까 하는 문제만 생각하기로 했다.
밤 열시가 넘어도 거리는 한산하다.
장타는커녕 풀잎에 이슬처럼 맺힌 청개구리의 도약이나 할 수 있으려나....
겨우 핑발이(삥발이의 중국 발음?) 하나 건져올렸다. 서천동 SK아파트.
손님도 해상구조 활동 소식을 물어본다. 뒤이어 자살한 사람 얘기를
들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서천리에서 복귀한 후 어디로 튈 것인가 하는 문제만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답해주려다 그냥 '딱한 일입니다.'하고 말해주었다.
어둑어둑한 길목을 빠져나와 경희대 정문 맞은편으로 건너가 보았다.
11시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콜이 뜨지 않는다.
빌어먹을. 콜매너는 무신 콜매너야....
영일중학교 사거리에서 머뭇거리다가
신호등 앞에서 서성대는 건 신사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 판단,
즉시 복지관 앞의 구석진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홈프러스, 보보스, 경희대, 정신집중국...
(아니, 우편집중국이다!)
유사시에 이렇게 사방으로 튈 수 있는 포스트로는 사회복지관 자리가 제격이다.
하지만 콜은 없다. 지루하다.또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치밀어온다.
발길을 돌리려는 찰라 '철푸덕'하는 굉음(!)이 손바닥에서 터졌다.
무려 40분이 넘게 기다리다 듣게 된 소리였다.
재빨리 찍어 올려보니 안산 가는 오다가 잡혔다.피래미는 아니지만 월척도 아니다.
먹자하니 그렇고 버리자니 좀 아까운 계륵(닭갈비) 같은 것.
이렇게 일 없는 날은 멀리가지 말자고 늘 다짐하고 있지 않나.
에이, 그냥 가보자.
혹시는 역시를 낳는다고 했던가.
밤 열두시의 안산시 성포동은 적막강산, 바로 그것이었다.
사랑의 병원 옆에 있는 24시 가마솥 설렁탕집 안쪽을 들여다봤다.
손님 한 사람 없는 가게의 카운터에서 늙은 여인이 크게 하품을 하고 있다.
병원 앞 공원에는 시끄럽게 구는 젊은이들도 없고 사방이 고요하다.
고즈넉한 벤취에 앉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흥얼거려본다.
그 어느 날 안산 월피동을 선택한 건 정말 잘못된 일이었지.
그런데 어쩌다 또 이런 델 오게 됐단 말인가.(월피동과 성포동은 서로 인접해 있음.)
다시는 월요일의 안산을 찾아오지 않으리라....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었다는 걸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벤취에서 몸을 일으켰다.
.........
[3급]
[문제 - 38] 다음중 경기도 안산시 성포동에 있는 아파트는? ( )
1) 예술인 아파트
2) 성포 헐~스테이트 아파트
3) 이편한 대리세상 아파트
4) 정장마을 아파트
첫댓글 저 안산, 수원 가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답을 모르겠네요. 서울에서 안산까지 2만원으로 된 이후엔, 아니 더 오래되었나
안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새벽에 집에까지 오는데 2시간은 걸리는 지라.
예술인아파트
--고즈넉한 벤취에 앉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흥얼거려본다.--
멋지십니다..글을 참 맛갈나게쓰시는듯..^^
좋은글 읽고 갑니다~
성포동과 라크님은 잘못된 만남 인것 같습니다..
1번이요.재미있게 잘 봤네요.글재주가 좋으십니다.월요일은 외곽에서 복귀가 너무 힘들죠.
고생하셨네요..나두 이젠 안산 월피동엔 가지 말어야지...ㅎㅎ긍데 문제는 안산 성포동에 가보질 않앗으니 또 마추질 못하겟네요..
한가한 어느 시골역에서 늑장 기차를 기다리는 듯한 여유롭고... 어쩌면 대리삶의 고뇌를 한차원 격상시킨 듯한 그런 글... 아까운 글재주가 대리판에서 썩고 있구나...
안산 쪽은 영 깜깜 해서 그냥 패쓰
답은 일번인데 난 라크님 글은 안보고 퀴즈만 본다는.. 그래도 봐주는게 어디야? ㅋㅋㅋ 용기잃지말고 계속 내주세욤?
그럼요, 퀴즈만 보아주시는 것두 고맙지요...거기다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제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근데 아이디가 참 독특하시네요...여성분이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