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 순매수는 한국 증시에서만 나타나는 현상
외국인 투자가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연 3개월째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1월 후반부 이후 매수 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는 글로벌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 증시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단 해외 펀드 플로우에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를 강화한 1월 후반부 이후 한국 관련 해외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 해외 펀드 플로우와 외국인 매매 사이에는 다소의 시차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튼 최근 한국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 열기를 설명할 수 있을만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가별 매매 동향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1월에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섰고, 2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까지의 외국인 매매는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서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매매의 방향이 같았을 뿐만 아니라, 강도도 비슷했다. 그런데 외국인은 1월부터 유독 한국에서만 차별화된 매매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Buy Korea, Sell Japan!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한국 증시가 가지고 있는 비교 우위는 환율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2007년 말 이후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는 47.7% 절하(936원1,383원)됐지만, 엔화는 17.9% 절상(111엔91엔)됐다. 원화의 초 약세와 맞물려진 엔고는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게 대단히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급감(전년 동기 대비 도요타 -31.7%, 혼다 -27.9%)했지만, 한국 업체들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현대차 14.3%, 기아차 3.5%). 물론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수출주들이라고 해서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상대적인 타격은 일본 수출주들이 더 심하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세 변화와 무관하게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할 투자자의 경우 종목별 스위칭을 통해 수익률 제고를 꾀할 수 있다. 한국을 사고, 일본을 파는 최근 외국인 매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지만, 불황 국면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력도 한국 기업이 우위에 있다. IMF 이후의 구조 조정으로 한국 대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그야말로 세계 탑 클래스 수준으로 높아졌다. 부도 위험(default risk)이 대단히 낮다는 점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주식 내에서의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손익계산서(환율 효과)와 대차대조표(우량한 재무구조) 모두 한국 대기업이 일본 기업들보다 건실하다.
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낫지만, 한국 주식이든, 일본 주식이든 주식은 주식
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초과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이 가진 비교 우위도 주식이라는 자산 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가 오를 때는 일본보다 더 오르고, 떨어질 때는 덜 떨어질 수 있겠지만 완전한 디커플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한국 주식이든, 일본 주식이든 어쨌든 개방화된 글로벌 경제 환경 하에서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 증시는 일본과 미국 증시 대비 이미 두드러진 초과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가진 비교 우위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플러스 수익률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글로벌 증시 전반이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미국과 한국에서 금리가 슬금슬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주 말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작년 12월 말의 단기 저점과 비교하면 1%p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실적 전망치가 악화되고,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주식의 투자 메릿이 커지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세번째 조우한 KOSPI 1,200p대 – PER과 금리 비교
한국 증시도 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가와 금리는 모두 올랐다. 지난 1월 KOSPI가 1,200p대에 올라섰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PER은 높아졌고, 금리도 더 높은 수준이다. 1월의 수익 전망치와 금리를 기준으로 살펴본 KOSPI 1,210p(지난주 말 종가)에서의 Yield Gap은 5.52%p였지만, 현재는 4.56%p로 낮아졌다.
주가가 급락하던 작년 10월 KOSPI가 1,210p에 근접했던 시점의 수익 전망치와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한 Yield Gap은 5.93%p였다. 작년 10월 이후 세번째로 조우한 1,200p대이지만, 금리와 비교해 본 주식의 상대적 메릿은 지금이 가장 낮다.
국가 간 비교에 있어서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긍정적이지만, 주식이라는 자산 자체의 메릿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전 고점을 빠르게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국 증시의 비교 우위를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조정시 매수 정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긴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KOSPI 1,200p대는 매력적인 지수대로 보이지 않는다.
주식: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