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팔백일흔세(873) 번째 날 편지, 3 (사회, 경제) -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1월 27일 금요일이란다.
울산에 있는 조선용 배선업체인 A사는 특별한 경력이나 자격도 요구하지 않고, 비활선(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선) 관련 작업을 주로 하니 사고 위험도 작고, 일당은 15만원, 월 400만원 이상 벌 수 있어도 한 달 넘도록 신규 인력을 뽑고 있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K조선업체들이 모처럼 일감(수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라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는데, 26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울산이나 경남 거제 등 조선업 거점 도시들에선 ‘숙식 제공+초보 일당 15만원 이상’을 내걸어도 필요한 일손을 구하긴 어렵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수치로도 확인되는데, 작년 말 발간된 ‘2022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조선업 종사 인력은 지난해 10월 말 9만5030명으로 2014년(20만3441명)의 절반 이하로, 업계는 작년 9월 기준 약 9500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고, 올해는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인력 부족 이유는 여러 가지로, 일단 위험한 일에 비해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인식이고, 오랜 불황으로 인해 조선업 일자리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는데, 인력 확보 노력은 눈물겨운데, 작년 거제시는 ‘조선업체 취업 시 100만원을 준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협력사를 통해 필요 인원을 구하는 건 기본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반대로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환경 규제로 인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겹친 덕에 일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업계는 2030년까지 4000만CGT 이상의 발주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작년 K조선업체의 전체 수주량이 1627만CGT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는데,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최근 1년간 분기별 조선 부문 가동률은 61.8~63.6% 수준으로, 선가(배 가격)가 바닥을 찍었던 2016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되레 낮은데, 2016년 말 당시 클락슨 선가지수는 122.62였지만, 이달엔 162.68로 크게 높아졌고, 상품(배) 가격은 높아졌지만, 가동률은 제자리걸음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정부와 조선업체가 급하게 외국인 인력을 수혈하는 이유로, 정부는 최근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 애로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조선사와 협력업체는 내국인 근로자 수(3개월 이상 재직한 상시근로자)의 30%까지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동안 20%로 제한돼 있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하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인 이무덕 동형이엔지 대표는 “외국인 인력이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일단 주 52시간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최저시급도 업종별로 차별화해 조선업 근로자들이 고생한 만큼 더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어 “현재 같은 상황에 저출산까지 겹쳐 있어 앞으로 10년 뒤에는 조선소에서 일할 사람 자체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26일 경기도 하남시 한 고무제품 제조공장. 사장인 안모(53)씨와 그의 아내, 사촌동생 두 명과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바쁘게 원단을 자르고, 염색을 하고 있었는데, 업무가 서툰 네팔인 A씨는 짐 나르는 일 위주로 하고, 나머지 네 사람은 정교한 작업에 투입됐는데, 코로나 전에는 7~8명이 하던 일을 지금 5명이 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외국인 직원 두 명은 본국으로 떠났고, 내국인 직원 다섯 명 중 세 명은 배달 일을 한다며 나가 직원 일곱 명이 안씨 회사를 그만뒀고,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안씨의 회사 매출은 평균 15%가량 줄었고, 팬데믹 초기인 2019년에는 주문이 급감해 최근 2년 동안 업황은 나아졌는데 일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중소기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고, 물류비가 뛰고, 에너지 비용까지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오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외국인 근로자 수가 줄고, 배달 등 플랫폼 업계로 인력 유출이 발생하면서 인력난까지 더해졌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26일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없어서 생산을 포기한다.”는 탄식이 나오고, 불법체류자 고용도 암암리에 늘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섬유가공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모 대표는 “1년 내내 구해도 직원이 구해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돈을 적게 줘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외국인은 보통 한 달에 350만원씩 주는데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섬유업계에서는 수작업으로 염색을 하는 곳이 많아 원단은 무겁고, 염색 작업은 고되 내국인 근로자들은 기피하는 업종이고,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아 적잖은 인력이 일을 시작했다가 힘들다는 이유로 금세 사업장을 이동해 외국 인력을 고용해도 신뢰관계를 쌓지 못하며, 마음만 상하는 일이 허다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중소기업 중 제조업 분야는 한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으로 메워왔다가 2019년 팬데믹이 터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인력 풀(Pool)도 쪼그라들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18년 59만4991명으로 정점을 이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듬해 다소 줄어서 56만7531명의 외국인이 산업 현장에 투입됐다 2020년 팬데믹 발생으로 외국인 근로자 수가 빠르게 빠져나가 2020년 외국인 근로자 수는 45만2297명으로 전년 대비 20.3% 감소했고, 2021년에는 40만6669명으로 더 줄어 외국인 근로자 수 40만명대는 2000년대 초반 규모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외국인 근로자 풀이 줄어들면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지금 같은 인력난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을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로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부득이한 상황이라고 해도 불법은 달갑지 않은데, 중소기업계에서는 안정적인 고용환경이 만들어지려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더 오래 우리나라에서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낫다고 본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외국인 근로자 추가 고용 희망 인원수가 평균 5.4명으로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은 ‘5년 이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가 39.4%로 가장 많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I’ve Been Away Too Long-George Baker S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