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우아한 칼’ 출판기념회에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photo 뉴스1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는 전면 전략공천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보궐 대상 선거구에서 확정된 후보는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경기 평택을, 경기 안산갑,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에서는 민주당의 귀책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섣불리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각 지역에서 출마를 도전하려던 인사들이 오히려 전략공천 결정으로 정계 입문 기회를 빼앗기는 역차별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확정된 선거구는 각각 인천 계양을, 경기 평택을, 경기 안산갑, 충남 아산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총 5곳이다. 이 중 안산갑은 지난 3월 12일 사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인해 가장 최근 재선거가 확정됐다.
계양을에서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완전 무죄를 확정지었을 때만 해도 송 전 대표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계양을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명실상부 계양을의 대표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상과 달리 송 전 대표는 아직까지 중앙당 공천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과 출마 노선이 겹치면서 당이 교통정리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박찬대 의원이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공천되면서 자리가 비게 될 연수갑으로 둘 중 하나가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전 대변인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사무소까지 개시했음에도 공천 대상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송 전 대표가 연수을에 가려고 했으나 김 전 대변인이 출마 선언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면서 송 전 대표가 계양을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귀책으로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의 경우 후보 선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일부 인사들과 조국혁신당 등이 ‘해당 지역구들에 대해서는 전략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요구했으나,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그대로 전략공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평택을의 경우 이병진 전 의원이 지난 1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이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공천 대상에 포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귀책사유 있는 지역구도 공천
군산·김제·부안갑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구의 신영대 전 의원은 2023년 경선 당시 선거캠프 사무장의 여론조사 조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지난 1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선거를 앞두고 지역 내에서는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등이 출마를 선언했으나 뚜렷한 유력 후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의원직을 박탈당한 신 전 의원이 여전히 해당 지역구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나오는 중이기도 하다. 지역위원장직을 신 전 의원이 계속 맡을 경우 공천권에 대한 지역 내 실질적 권한이 그에게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소재 한 기초지자체 의원은 “중앙당에서도 신 전 의원의 지역위원장직 유지를 제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본인이 지역위원장을 유지한 채로 공천권을 쥐고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려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당의 전략공천 결정 때문에 지역 내에서는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중이다.
지난 3월 12일 양문석 전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경기 안산갑이 재선거구로 확정되면서 경기권 보궐선거도 새판을 짜야 하는 형국이다. 안산을의 경우 정계 안팎에서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안산에서 3선을 지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지역구 내에서는 후보 확정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정치 신인보다는 베테랑이 왔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다.
전 전 장관은 주간조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상황이고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략공천을 한다고 해서 후보 한 명을 바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략 경선’을 통해 경쟁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공천을 받고 나와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지역 내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런 바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경우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지역구 선택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안산갑 보궐선거가 확정되기 전에는평택을이 출마지역구로 거론되다 안산갑으로 방향을 틀었단 말도 나온다. 2심까지 유죄를 받은 김 전 부원장은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반발에도 ‘전략공천’ 통보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지역구 쇼핑하듯 전략공천이 이뤄지다 보니 정치 신인들에 대한 기회가 박탈된다는 지역 내 우려도 나온다. 이번 아산을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충남 지역 인사 A씨는 주간조선에 “당의 전략공천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아산에 여러 명 있었다”며 “사실상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기회가 없어진 모양새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전략공천 결정이 난 후 중앙당 측에 ‘지역에서 갈고닦은 후보들이 있으니, 지역 인사들도 함께 고려 대상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대한 답변으로는 짧게 ‘전략공천이다’라는 식의 통보로만 답이 왔다”고 했다.
일방적인 통보에도 불구하고 타 선거구와 달리 아산을은 어느 쪽으로든 주요 후보군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A씨는 “민주당의 텃밭이라 볼 수 있는 아산을에서 이런 결정은 당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출마자들에게 ‘현역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출마하지 말라’라고 통보를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 외부 인사 공천에 대해서는 “당에서 미달되는 사람을 보내지는 않겠지만 당원들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이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을 지역구 내 시민사회단체들은 ‘평택시민 우롱하는 전략공천 결사반대’라는 명목으로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지난 3월 16일 “부실한 인물 검증으로 인해 재선거가 치러지게 됐는데, 이는 전략공천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며 “정치는 지역에서 자라고 시민의 판단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계양을에서도 출마를 준비한 한 지역 내 인사는 “송영길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많음에도 ‘무조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하는 중”이라며 “중앙당급 외의 인물들은 출마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