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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선 '골동품 감정 TV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1995년부터 시작된 <TV쇼 진품명품>이, 옆나라 일본에는 1994년부터 이어진 <開運なんでも鑑定団무엇이든 감정단>이 있죠.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영국의 <앤틱 로드쇼>가 1977년 파일럿을 시작으로 800회가 넘게 방송 중이랍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도 이른바 라이선스판으로 1997년부터 장수 프로그램으로 활약 중이고요.
이 <앤틱 로드쇼> 중 특정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용 및 이미지 소스는 BBC와 PBS의 해당 프로그램에서 기반하며, 보다 원활한 감상을 위해 임의로 요약 및 정리가 있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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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방영
의뢰인: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다 집에서 네 집 정도 떨어진 곳에서 팻말을 봤어요. 무료로 가져가라고 적혀있었죠. 첫날은 그냥 지나쳤어요. 둘째 날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가져가야겠다. 못나게 생기긴 했지만 누구 줘도 되는 거고. 램프니까 쓸 데가 있겠지.'라고요. 그래서 집에 가져갔죠.
감정인: 좋습니다. 이제 의뢰인분의 램프에 대해 말씀드리죠. 램프 제조사는 Louis C. Tiffany Furnaces, Inc.입니다. 정확히는 Louis Comfort Tiffany이죠. 이 회사는 187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여러 회사명을 사용했거든요. 램프의 회사명은 끝에서 두 번째로 사용하던 이름이었으니, 램프는 1920년에서 1928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네요.
의뢰인: 오 마이 갓!
감정인: 보시면 금박을 입힌 청동 받침대 발 부분으로 에나멜 디자인이 있죠. 이 전등갓은 다마신 블로운 글라스(주: 무늬직물 조직인 다마스크 형태를 띤+녹은 유리 방울에 압축 공기 등의 공기압으로 모양을 낸)라고 합니다. 외관으로 아름다운 빛깔이 감돌죠. 이 램프는 여러 색상으로 제작됐어요. 색상별로 가치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고요. 해당 램프는 캐러멜 색상이네요. 상태도 온전하고 훌륭한 색상인지라 꽤나 가치가 있습니다. 이 램프는 전등갓이 분리가 가능해요.
여기 보세요. 'L.C.T. Favrile'이라고 적혀있죠. 제조사는 이 Favrile이라는 단어를 핸드메이드를 의미하는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했어요. 이런 램프는 소매점에서 10,000달러(현 기준 약 1,390만원) -15,000달러(현 기준 약 2,084만원) 사이에 팔릴 수 있습니다.
의뢰인: 오 마이 갓..
감정인: 이 램프의 가치는 대부분 전등갓에 있습니다. 나머지 받침대만으로는 500달러(현 기준 약 69만원)-1,000달러(현 기준 약 139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전등갓이 정말 중요합니다. 절대로 지금 가져오신 것처럼 전등갓을 씌운 채로 한꺼번에 옮기거나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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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방영
의뢰인: 외조부모님께서 벨기에 리에주에서 가구상을 하셨었어요. 이따금 파리에 가셔서.. 뭐라더라.. 시장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 가서 물건들을 둘러보곤 하셨죠. 사람들이 가지각색 물건들을 파는 그런 곳이요. 거기에 보석이랑 거울 같은 걸 파는 여성분이 계셨나봐요. 외조부모님은 거울들이 마음에 들어 주문했고요.
그런데 물건이 도착해 보니 작은 조각 부분이 깨진 것 같아 팔 수 없겠다싶어 마침 스타일이 마음에도 들어 집에 두셨대요. 이후 매입한 거울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 몇 달 후 다시 주문하려 했는데 그 여성분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네요. 그래서 집에 뒀던 거울은 이후 부모님이 계속 보관해 왔고, 외할머니가 장기 요양하시게 되면서 부모님이 제게 거울을 물려줬죠.
감정인: 이 거울 누가 만든 건지 알고 계신가요?
의뢰인: 린 보트랭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감정인: 그래요. 린 보트랭은 프랑스의 보석 세공가였습니다. 1913년 파리의 보석 및 금속 세공사 가문에서 태어나 1937년엔 파리 박람회에서 보석 전시를 열기도 했고요. 전시회가 아주 성공적이었던지라 파리의 고급 지역에 상점을 열 만큼 돈을 벌었죠. 하지만 그 무렵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귀금속 수급이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린 보트랭은 기존과 다른 방식의 실험적인 세공 방식을 모색했고, 그러한 열정이 거울 분야로 향했으며, 그 결과의 훌륭한 교본이 바로 이 거울입니다. 보다시피 거울은 복합레진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런 사이즈로 레진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이 되실까요? 엄청나게 깨지기 쉬운 데다 멋들어진 작은 거울 조각들이 둘레로 자리하고, 중앙으론 수은 유리로 된 볼록 거울이 있어요. 거울이 언제쯤 집안에 들어왔는지 아시나요?
의뢰인: 61년에서 63년 사이, 60년대 초반이라고 들었어요.
감정인: 좋습니다. 거울이 제작된 시기도 그 무렵일 가능성이 높아요. 누군가 오래된 물건을 팔았던 게 아니라, 린 보트랭 본인이 직접 새 제품을 팔았던 것일 수 있어요. 린 보트랭은 1986년에 한 딜러가 그녀 작품의 중요성을 알아보기 전까지 비교적 무명이었답니다. 이후 보그 잡지는 그녀를 금속 세공의 시인이라고 칭송했죠. 보석과 금속 세공뿐만 아니라 이 작품처럼 다른 것들에서도 역시 훌륭했으니까요. 거울을 얼마에 구입한 건지 아시나요?
의뢰인: 전혀 모릅니다.
감정인: 어느 정도 가치이다 감은 있으신가요?
의뢰인: 엄마가 집에서 찍은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개 밥그릇 위에 걸려 있더라고요. 엄마는 어디 웹사이트에서 비슷하게 생긴 거울이 3만 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며 함께 비교차 보내왔어요.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죠. 저도 좀 찾아봤는데 2천 달러(현 기준 약 278만원)짜리도 있고 더 비싼 것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가격 차이들이 제법 나더라고요.
감정인: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드는 건, 싼 것들은 가짜라는 겁니다.
의뢰인: 아하.
감정인: 조심스레 거울을 떼서 뒤집어 볼까요. 보다시피 린 보트랭이라고 서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훌륭한 점이 뭔지 아시나요. 그 위로 연기가 자욱하게 쌓여 묻어있다는 거죠. 조부모님께서 담배를 피우셨죠?
의뢰인: 네. 외할아버지가 시가를 피우셨었요.
감정인: 그때 안 피운 사람이 어딨었겠어요. 어느 시점부턴 말이죠, 다년간의 시가 연기가 레진에 달라붙으면서 스며들었다는 겁니다. 바로 이게 린 보트랭의 서명이 복제품에 의한 게 아님을 증빙하죠. 2016년에 비슷한 거울이 27,500달러(현 기준 약 3,800만원)에 팔렸습니다. 그 후로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죠. 더 작은 거울이 4만 달러(현 기준 약 5,500만원)에 팔리기도 했어요.
제 동료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 이 아름다운 거울의 합리적인 경매 예상가 40,000달러(현 기준 약 5,500만원)-60,000달러(현 기준 약 8,300만원)로 봅니다.
의뢰인: 오, 와우. 이거.. 이거 미쳤네요. 이제 개 밥그릇 위에다 둬선 안 되겠어요.
감정인: 아마 그러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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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방영
의뢰인: 이 그림은 증조부님께서 1930년쯤 구입하신 이래 저희 가문에서 80년 넘게 있었습니다.
감정인: 멕시코에서 구입하셨나요, 아니면 미국에서 구입하셨나요?
의뢰인: 멕시코에서 구입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림은 한동안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문 뒤에 걸려있었고요.
감정인: 문 뒤에요?
의뢰인: 집안 문 뒤요. 문을 열면 그림이 안 보이는 거죠.
감정인: 어, 이 그림은 1904년에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디에고 리베라가 20세기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무렵, 그는 고작 18세였습니다. 알고 있기론, 그의 초기 작품 중 존재한다고 알려진 건 불과 서너 점뿐입니다. 정말 멋진 시기였던 20세기 초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죠. 그의 벽화 스타일과 기법을 엿볼 수 있어요. 더 들어가서, 그의 주제였던 멕시코 노동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그림입니다. 그림은 캔버스에 유화입니다.
우측 하단으로 디에고 리베라 1904라고 서명과 날짜가 적혀 있. 흥미로운 건 이 서명이 아주 젊은 시절의 서명이라는 겁니다. 훗날 보여지는 보다 형식적이 성숙한 스타일의 서명이 아니라 학창 시절 서명이라는 거죠.
의뢰인: 오, 정말인가요?
감정인: 이 그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멕시코시티 기록에 해당 그림의 기록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930년 무렵부터 자취가 끊겼다가, 대략 1995년 또는 1996년에 전시와 함께 진품이 확인되기까지 말이죠.
의뢰인: 그때 그분들이 약간의 복원작업을 했었어요.
(주: 의뢰인 가족은 1996년 샌안토니오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해당 그림을 처음 감정받을 당시 기존 작품과의 서명 필체 차이로 인해 위작 평가를 받았었음. 그러다 우연히도 이 큐레이터가 선물 받은 초기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에 대한 책을 보다가 초기 필체를 확인하면서 미술관 대여 및 전시가 이뤄짐)
감정인: 네, 여기 라인이 그어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아주 깨끗하게 복원된 상태입니다. 어, 제 생각엔 이 그림은 삼박자를 모두 갖췄어요. 그림 자체가 아주 중요한 예술가의 작품이고, 1930년 멕시코에서 구입됐다는 훌륭한 역사를 지녔으며, 너무도 아름답고 영향력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삼중주는 꽤나 가격이 나가죠. 대략적으로 80만 달러(현 기준 약 11억 1천만원)-100만 달러(현 기준 약 13억 9천만원) 사이의 소매 견적을 내겠습니다.
의뢰인: 진짜로요?
감정인: 진짜로요.
의뢰인: 오 마이 가쉬. 오, 와우. 믿을 수가 없네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너무 놀랐어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감정인: 이걸 문 뒤에다가요?
(이후 추가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계획에 대해 묻자 의뢰인은 그림 관리에 부담감을 느낀다며,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박물관에 맡길 것이라 답한다. 그렇게 해당 그림은 샌안토니오 미술관에 영구 대여 상태이며, 2018년에 값어치가 최대 220만 달러-현 기준 약 30억 6천만원을 기록)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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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미친 디에고 작품을 문 뒤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기허다
나 종종 골동품경매로 싸게 나온거 모으는데 내것중에서도 가치있는게 있으려나 궁금하다 ㅋㅋㅋㅋ다 짭이라고 생각하고 사긴 했지만...
디에고를요...??
저건 사겟다고 연락 엄청 왔을거같다
이 시리즈 존잼이다 ㅋㅋㅋ
디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ㅓ..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