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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과 놀기 좋아하던 3형제 유전자 작동 메커니즘 밝혀냈다 캐나다 맥길大 의대 조인·박·윤 삼형제
초파리 배아 공동연구 생명과학 최고권위지 '셀'에 공동논문 실려 "훗날 기회 오면 조국에 봉사할 것" 입력 : 2005.05.10 19:26 21' / 수정 : 2005.05.10 20:10 25'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올 때마다 조(曺)씨 3형제 손에는 늘 나비, 딱정벌레, 풍뎅이 같은 온갖 곤충들이 들려 있었다. 형제들은 어떤 때는 길거리에서 주운 고장난 시계를 들고 왔다. 어머니는 나무라는 대신, 아이들이 시계를 고치거나 곤충의 이름을 알아내도록 도와줬다. 곤충과 잡동사니에 파묻힌 채 자라난 3형제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고, 마침내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 ‘셀(Cell)’ 6일자에 3형제가 나란히 이름을 실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맥길대 의대 조인(曺仁·30), 조박(曺博·29), 조윤(曺胤·24)씨. 3형제가 함께 쓴 논문은 초파리 배아에서 머리와 몸통이 서로 다른 형태로 자라나게 하는 유전자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초파리는 인간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들을 갖고 있어 초파리에서 밝혀진 유전자 작동 메커니즘은 인체에도 적용된다. 조박 박사는 10일 “초파리 배아에서 ‘4EHP’란 단백질이 ‘코달(Caudal)’이란 유전자를 억제하면 머리로 자라고 그러지 않으면 몸통이 된다는 것을 처음 규명해냈다”고 밝혔다. 둘째인 조박 박사가 논문의 제1저자로, 맏형 조인(박사과정)씨와 막내 조윤(의사)씨가 공동저자로 등재됐다. 이 유전자 ‘코달’은 독일의 과학자 뉘슬라인 폴하르트 박사가 처음 밝혀내 199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었다. 이를 이어 조씨 3형제가 이 유전자의 구체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우리 3형제는 밤 늦게까지 연구하다가 마지막 전철·버스를 안 놓치려고 셋이서 경주를 하곤 했습니다.” 실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3형제가 하키 스틱을 들고 연구실에서 즉석 미니 하키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형과 동생은 이론에 밝습니다. 저(조박 박사)는 실험에 강하죠. 동료들은 ‘우리 형제들도 너희들처럼 함께 연구한다면 벌써 좋은 논문을 썼을 것’이라고 부러워합니다.” 초등생 시절 이민을 갔지만 조 박사 형제는 우리말과 한글에 전혀 서툴지 않다. 어머니는 한국을 다녀올 때면 과학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예술에 대한 책을 잔뜩 사와 아들들이 조국을 잊지 않도록 했다. 부모님은 ‘너희들은 훗날 기회가 되면 조국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박 박사는 “형과 동생이 2003년 한국과학재단의 ‘젊은 세대 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을 때 가톨릭재단 자선단체인 요셉의원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캐나다) 청소년들에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선열들에 대해 가르치면서 조국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면서 “고국의 청소년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열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