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의 생일
신웅순
“당신 생일 축하해. 사랑하는 남편이”
아침에 내 방에서 거실에 있는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날은 축하의 말을 전하기가 좀 그랬다. 딸이 엄마의 생일 축하를 며칠 전에 해주었기 때문이다.
오후 늦게서야 답장이 왔다.
“항상 옆에 있음에 감사!! ♡”
문자로 주고받은 생일 축하였다. 아내는 마음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답답한 면도 있지만 살면서 익숙해져 그게 내겐 더욱 정감이 간다.
딸과 사위가 엄마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특별히 이태리 음식점을 찾았다.
메뉴를 고르라 한다.
요상한 이름들이다. 어떤 음식인지 모르겠고 맛도 보지 못한 것들이라 고를 수가 없었다. 메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내가 주문했다. 맛은 있었지만 많이도 비쌌다. 생일상 아니면 외국 음식들을 어찌 먹어볼 수 있겠나.
외식 때도 된장 찌게만 찾는다고 아내한테 여러 번 혼났다. 색다른 것 먹고 싶어 왔지 누가 된장찌게 먹으려고 왔냐는 것이다.
결혼 한 지 40년이 막 넘었다. 맞다. 옆에 있는 것만도 고마워해야한다. 당신과 나 느낌표 두 개 그리고 하트. 이보다 더 좋은 단어는 세상에 없을 성 싶다. 당신과 나 사랑하면서 항상 느낌표로 살자는 얘기가 아닌가. 느지막 절묘한 한 수이다.
연구실을 철수하고 집으로 들어온 후 나는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집사람은 화실에 가고 나머지 시간은 딸네 집에 가 손녀를 돌본다. 거기에다 내 끼니도 준비하고 집안일까지 하고 있으니 아내는 열 손도 모자랄 판이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허구한날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 아내인들 딸인들 좋아할 일이 있겠나. 더러 가정 일을 돕기는 하나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아내는 내 옆에 있어줄까. 얼마나 나는 아내 옆에 있어줄까. 옆에 있다는 것은 사랑이요, 행복이요, 느낌표이다.
서로가 어디 아프다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불혹의 가슴에선 바람이 지나가고
이순의 가슴에선 달빛이 들어온다
그 많은 만추의 낙엽
누가 다 쓸고 갔을까
-「아내 27」
어제 시인 친구와 막걸리 한 잔 했다.
물들지 못하고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간다.
밤하늘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별빛 몇 개가 눈부시게 아프다.
2023.11.8. 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첫댓글 30여년전 부산 자갈치 뒷골목에 허름한 외관에 아귀탕을 잘하여 줄을 서는 집이 있어
친구들이 곧장 탕과 수육에 소주잔을 기울였던 적이 있었다.
근데 한 친구가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함께 그 곳을 갔다가 고맙다는 말 대신 부부싸움만 했다고...
아무리 맛이 있어도 그 날은 맛 보다 분위기여야 하는데 눈치 없는 친구는 맛을 택했으니.
서울상대을 나와 은행지점장이었던 친구가 순간적이 판단착오 ?
흔히 그런 경우가 있습디다.
세상 살아가는 데는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디 아프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앞으로 얼마나 아내는 내옆에 있어줄가 얼마나 나는 아내옆에 있어줄가
누군가는 반드시 스처 지나야 하는 또하나의 외길!
좋은글 잘읽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왠지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스처지나가는것 같슴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다 그런 생각들일 겁니다.
나이도 겨울이니 가슴의 문풍지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까 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