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남한산성 drive

나는 가끔 새벽에 남한산성으로 drive 를 다녀온다. 이런 습관은 분당으로 이사오기 (2001년) 전에 문정동에 살 때부터이니까 꽤 오래된 습관이다. 사시사철이 가능하나 특히 여름에 갑자기 새벽에 잠이 깨었을 때 다녀온다. 시간으로는 동트기 전 날이 훤할 무렵이 가장 좋다. 이것도 magic hour 에 해당하는지  물어봐야 하겠다.   오늘 새벽에도 다녀왔다. 어제 청계산에 다녀온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좋아하는 TV 연속방송극 을 볼려고 TV 앞에 누워서 기다리다가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깨어난 시각이 새벽 2시경. 이 시간엔 손이 잡히는 일이 없다. 너무 시간이 일러 망서리다가 에이 모르겠다하고 ' Music Box ' 를 몰고 나와버렸다. 날은 아직 껌껌하다. 자동차 전용도로 (분당-수서간)를 따라 달려 갔다. 새벽 drive 는 위험하다. 신호를 안 지키는 차들도 있고 가끔 도로공사를 하기도 한다. 해장담배를 거리낌 없이 피워대며 새벽공기를 가르며 신나게 달린다. 남한산성에 도착하면 중앙에 있는 로타리 근처에 커피자판기가 있다. 집에서는 마눌이 건강 생각한다고 맛없는 커피 (decaffeinated 봉지커피) 밖에 없어 아무리 먹어도 해장이 안된다. 1잔에 400원 하는 밀크커피를 2잔 연거퍼 마시고 텅 비어있는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간다. 고요한 새벽에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누워서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즐긴다. 오늘은 Amadeus Mozart 의 교향곡과 Piano 협주곡을 골랐다.   아주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 깜깜한 시간에 자전거로 주행하는 그룹과 오토바이 2쌍, 그리고 간간이 차들이 오간다. 남한산성을 다닐 초기에는 북문에 차를 세워두고 가벼운 산행을 해서 현절사로 내려오기도 했었다. 새벽에 홀로 소나무 숲길로 걸어 내려오면 기분이 정말 상쾌해진다. 행복이란게 따로 없다. 예전엔 키우던 강아지(꿈돌이)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 시간에 산행을 하는 사람도 드물게 만나기도 한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달리 몽고軍을 피해서 실제로 사용됐던 산성이다. 몇년 전인가 김훈 이라는 소설가가 그때의 상황을 재생하는 소설을 써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한 장소이다. 학교와도 가까와 낮에도 찾아와 점심을 먹고 가기도 했고 공휴일에는 사람들로 꽉 찬다. 서운한 것응 산성내의 가옥들이 음식점들로 모두 변해버린 것이 흠이라면 흠일 것이다. 두부를 만들어 파는 곳(운곡과는 아주 초기에 들린 추억이 있다)을 요즈음도 가끔 들린다.     집에 오면서 커피 한잔을 더 마시고 (마눌은 모를테니까) 짧은 시간에 집으로 왔다. 소요시간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