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요르단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는
작은 축구전쟁이 발발했다.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C조에 나란히 편성된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3차전 경기가 그것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90년 이후
무려 14년만에 격돌하는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결과는 아드난 함드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의 2-1 역전승.
전반전 4분만에 쿠웨이트의 알 무와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
선제골을 내준 이라크는 1분 뒤 수비수 바심 카티의 헤딩골로
균형을 이뤘고 종료 8분전에는 유네스 모하메드가
역전골을 작렬시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전쟁탓에 이라크 홈경기를 치를 수 없는 불리함을 안고 있지만
이라크의 승전보가 전해지자 바그다드 시민들이 하늘을 향해 총
을 발사하며 환호할 정도로 의미있는 승리였다.
이에 따라 C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정국으로 빠져들었다.
이라크가 2승1패(승점6)를 기록, 조1위로 치달았고
그 뒤를 '강호' 사우디아라비아가 1승2무(승점5)로 바짝 뒤쫒고 있다.
조3위 오만도 1승1무1패(승점4)의 성적표를 남기고 있어
반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사우디의 조1위가
무난히 예상됐으나 '태풍의 눈'으로 부각한 이라크의 분전으로
조1위에게만 주어지는 아테네 티켓은 미궁에 빠져든 셈이다.
여기에는 전쟁이 휩쓸고 간 상처를 축구라는 국민적인 스포츠를 통해
치유하고자 했던 함드 감독과 선수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
함드 감독은 카타르와 요르단 등에서 활동하는 해외파를 합류시켜
전력상승을 꾀했고, 토종선수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진용을 새롭게 짠 이라크는 훈련부족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공수전력 안정화와 다양한 전술운영이 가능한 팀으로
변모했다는게 예선 3차례 경기를 통해 드러난 이라크의 전력이다.
또한 3-4-3과 4-4-2 전술을 동시 운영할 정도로
선수들의 전술이해도가 높고, 나이에 비해 경기경험이 풍부한
베스트 11 주전선수들의 개인기와 파워가 돋보인다는 평도 듣고 있다.
쿠웨이트 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간판 공격수
요네스 모하마드가 요주의 인물.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함드 이라크 감독은
"가장 고무적인 대목은 우리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는 점이다.
물론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의 현 상황도 일정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라크팀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