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인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왔을까?
무엇 때문에 태어났을까?
여기는 어디인가?
현재를 살아간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죽음이란 어떤 상태일까?
이 당연한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다면 인간으로서
어딘가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이데 요코의《깨달음이 뭐라고》중에서 -
* 좌표를 잃으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모릅니다.
인생 목표가 없으면 방향을 잃고 표류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그냥저냥 살다가 그냥저냥
떠날 수는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좌표와 목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최소한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것만이라도 살펴봐야 합니다.
(2020년 10월 6일자 앙코르메일)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늦게 알았네
https://m.cafe.daum.net/dreamt/Snn0/8991
닭장 옆 은행나무
간밤 비바람에 옷을 벗었다
떠날 때를 알았나보다
톡보내고 나니 일곱시가 넘었다
처형이 아침을 간단히 먹자며 어제 끓인 시래기 된장국 데워 아침을 차렸다
국물이 닳아져 약간 짜지만 무시래기 맛이 좋아 밥 말아 후룩
나이들어가니 국물을 좋아하는 것같다
내가 어릴적 어른들이 국 없을 땐 물 말아 드시던게 이제야 이해된다
너도 늙어 보아라 하던 말을 지금 내가 젊은 사람에게 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이 지나가며 남긴 지혜가 있건만 난 깨우치지 못해 이제는 날마다 새롭다
크게 어긋남 없이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바가 내린다
동물들 건사하러 나가려다 비맞아 가면서 하기가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한숨 더 자자
새벽에 뒤척였더니 밥 먹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일어나니 아홉시 반이 훌쩍 넘었다
내리던 비가 그쳤다
땅이나 좀 적셨을까?
동물들 챙겨주며 문을 열어 주었다
오후엔 비오지 않는다니 나가서 활발히 놀아라
그물망안에 있는 기러기도 나와 놀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었다
오늘은 사거리 장날
전라남도 행복지킴이 기동대가 장터 앞 공연장에서 여러가지 봉사활동한다며 같이 파크골프치는 현미씨가 꼭 나오라고 집사람에게 했단다
처형들이랑 같이 나간다기에 난 목욕장에 가서 목욕이나 하겠다며 따라 나섰다
장날은 특별히 목욕장이 문을 연다
집사람과 처형들을 공연장에 내려주고 난 목욕장으로
한 분이 목욕하고 있다
가볍게 목례하고 들어가 샤워한 뒤 반신욕
오늘은 20분만
집사람이 공연장에서 기다리니 오래 할 수가 없다
일찍 목욕장에서 나와 공연장에 가보니 집사람은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현미씨가 직접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집사람이 나에게도 접수해 머리손질하고 염색하란다
오늘은 봉사라 모두 무료라고
현미씨도 나에게 머리손질하는게 낫겠다고
난 항상 읍내 목욕탕 이발소를 이용하는데 이번엔 두달 가까이 가질 않았다
한달에 한번씩 이발과 염색했는데 올 들어선 머리카락이 잘 자라지 않고 머리카락 수도 줄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발과 염색을 미루고 있다
집사람이 오늘은 무료이니 이발과 염색하란다
현미씨가 예쁘게 잘라주겠다며 이발하라고 권한다
난 지금까지 미용실에 가 본적이 없는데...
큰 마음 먹고 머리손질을 맡겼다
집사람이 보고 지금까지 머리손질 한 중 가장 잘 되었단다
현미씨가 차라리 염색을 하지 말란다
염색을 하면 오히려 머릿숱이 잘 빠진다고
얼굴이 동안이라 올백으로 다녀도 좋을 것같단다
집사람은 그래도 아직은 염색하는게 낫다고
나야 집사람 말을 들어야지
머리 염색은 자치위원회 오사무국장 사모님이 해준다
교장샘이라며 더 특별히 잘해드리겠다고
아이구 말씀만이라도 고맙다
이발과 염색을 무료로 했다
어쩜 우리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하는데...
많은 사람이 나오질 않아 우리 차례가 되었다
머리를 감기 위해 다시 목욕장으로
염색한 머릴 닦으면 목욕장 수건이 버린다며 헌 수건을 내준다
그도 맞는말이다
집사람이 내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이발한 중에서 가장 잘 되었다며 앞으론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하란다
대호식당에 가서 들깨수제비 한그릇
난 여기에 막걸리까지
안마셔도 되련만 꼭 손이 간다
밥값을 서울 처형이 계산하셨다
내가 사드려야 하는데...
큰처형은 내일 일이 있으시다며 가셔야한다고
집사람이 고추와 무를 좀 가져 가시라고 아래밭으로 무를 뽑으러 간다
난 큰처형께서 호박잎을 좋아한다기에 뒷밭으로 호박잎 따러
이제 표고목이 다 되었다며 던져 버린 표고목에서 이번 비로 표고가 많이 나와 있다
표고가 손바닥 보다 더 크다
비오니까 나 온 표고가 쑥 커져 버린 것같다
표고목을 던져 흔들리니 잠자던 표고균이 깨어난 것같다
표고목은 두드려주어야 표고가 열린다는 말을 실감했다
호박잎을 한바구니 따다 가져다 둔 뒤에
표고를 땄더니 한바구니
처음으로 가장 많이 땄다
집사람도 고추와 무 파를 뽑아 올라왔다
처형에게 이것저것 챙겨 싸드린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뭐든
이런게 정 아닐까?
큰처형을 광주에 모셔다드린 뒤 오면서 침맞고 오자고
침샘에게도 표고를 좀 가져다 드리려고 한봉지
현미씨도 침 맞으러 온다기에 주려고 챙겼다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더 좋겠지
큰처형을 광주에 모셔다 드리고 바로 돌아섰다
우리가 네시까지 침맞으러 가야한다
광주에 도착하니 세시가 넘었다
가지고 간 짐을 아파트 앞에 옮겨 주고 큰처형에게 집으로 옮기시라고
항상 집안까지 들어다 드렸는데 오늘은 침맞으러 가는데 늦을 것같아 바로 돌아섰다
마음이 좀 께름칙
아무리 바빠도 옮겨다 주었어야하는데...
정말 미안스럽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
뒤이어 현미씨도 왔다
가져간 표고를 침샘과 현미씨에게
귀한 걸 받는단다
직접 재배한 거니까 상품가치는 없어도 먹는덴 괜찮을 거라고
현미씨는 낚시한 갈치라며 한봉지 준다
고맙다
난 지난번과 같은 혈자리에 침을 맞았다
고관절이 덜 아프고 아래 다리쪽으로 절절한 기운이 있다
고관절 아팠던게 아래로 내려오는 것같다고
당분간 그대로 침을 맞잔다
침으로만 나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집사람은 허리 아픈 걸 치료하는 침을 맞았다
조금씩 나이진다니 다행
족발에 막걸리 한잔
족발을 소금 간만 해서 삶았는데 담백하니 맛있다
갈치도 한도막 구워 밥한술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처형은 매끼 잘 먹다보니 몸무게가 불었다고
나도 매번 만땅 먹다보니 배가 꺼지지 않는다
먹는 양을 줄여야겠다
어느덧 어둠이 몰려든다
닭장문단속하고 하루 일과 정리
꼬∼ 끼∼ 오
수탉이 홰를 치며 아침을 부른다
님이여!
오늘은 입동
오늘부터 겨울을 부르느라 기온이 뚝뚝 떨어진다네요
감기 조심하시면서
오늘도 무탈한 하루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