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이 길은 너와 안 맞는 것 같으니 다른 길을 알아봐라.”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사실 나는 이 말을 초등학생 때부터 들어왔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선배가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너는 이 업무에 소질이 없으니 빨리 포기하는 게 이득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전형적인 클리셰다.
이런 심리적 기제가 현대 사회에만 존재했을까? 성인이 되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밀턴의 『복낙원』이 떠올랐다.
『복낙원』 속에서 예수를 유혹하는 사탄은 매우 지적이고 논리적이다. 40일 동안 광야에서 고난을 겪은 예수에게 권력과 영광을 보여주며, 이런 고생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설득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논리는 “네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성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 길은 네 길이 아니다”라며 존재의 근간을 흔드는 대목이었다.
이것은 선배가 “업무 처리 능력이나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이 길은 네 길이 아니다”라며, 당장의 결과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고 압박하는 사탄의 첫 번째 유혹과 무섭도록 닮아 있다.
사탄은 다시 예수에게 “네가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하는 말”이라며 로마 황제의 권력을 제안한다. 다른 길을 알아보라는 사탄의 말은 겉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예수의 내면적 소명을 흔들어 포기하게 만드는 치밀한 심리 공격이다.
경험칙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에게 선배가 할 일은 길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다. 험난한 길을 어떻게 함께 통과할지 고민하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다. 후배가 가고자 하는 길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조언의 탈을 쓴 밀턴의 사탄 방식과 무엇이 다를까.
『복낙원』에서 예수는 사탄의 제안에 “나 능력 있어”라고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굳게 믿고 묵묵히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다. 이 부분이 읽을수록 굉장히 인상적이다. 자신의 상황을 의심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르며 극복하는 것, 그리고 그 극복의 순간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예수를 위로하는 장면이 이 소설의 진정한 클라이맥스일 것이다.
드라마 <무빙>에서 김용의 『영웅문』이 무협이 아닌 로맨스 소설이라고 설명했듯이, 내 입장에서 『복낙원』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들을 위한 최고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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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감사합니다~♡♡♡
제목과 줄거리만 알고 있는데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