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하는 친구와 절교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조금 조심스러운 고민입니다.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있습니다. 깊은 속 얘기를 매번 나누는 사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편하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같이 밥도 먹고, 농담도 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친구가 일베 쪽 문화나 표현을 꽤 자연스럽게 쓰는 걸 보게 됐습니다.
일베가 유명해지기 전에 "일베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가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 밈처럼 가볍게 쓰는 건가 싶었습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워낙 온갖 표현들이 섞여 돌아다니기도 하고, 본인도 큰 의미 없이 쓰는 말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장난이나 유행어 정도로 보기에는 불편한 순간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특정 지역을 낮춰 말하거나,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식의 표현이 너무 쉽게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이나 죽음, 사회적 사건을 두고도 웃음거리처럼 말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고요.
한 번은 제가 그런 표현이나 태도는 좀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별로 고칠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이게 단순한 말실수나 분위기에 휩쓸린 농담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 얘기를 하다가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길래,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코웃음 치듯 반응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정치적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대통령을 더 높게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가 불편했던 건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평가를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대화라기보다는 제 생각 자체를 비웃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도 마음 한쪽이 좀 걸렸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친구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고,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책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모든 친구가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정치 성향이 다른 것과, 누군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태도는 조금 다른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불편한 건 그 친구가 저와 다른 의견을 가져서라기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기보다, 조롱해도 되는 대상으로 쉽게 분류해버리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물론 저도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 역시 편견이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적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내가 너무 도덕적으로 굴고 있는 건 아닌지, 친구를 너무 쉽게 판단하려는 건 아닌지 스스로도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가까운 관계라는 건 결국 내가 어떤 말들을 곁에 두고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지 않나 하고요. 계속 불편한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도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더구나 한 번 이야기했는데도 고칠 생각이 없다고 하니, 제가 이 관계 안에서 더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저 역시 누군가를 억지로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제가 거리를 두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오래된 정 때문에 참고 넘어가야 하는 건지, 오래된 정이 있으니까 오히려 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래 된 친구가 일베 성향의 말이나 사고방식을 반복적으로 보이고,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도 고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관계를 정리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래도 오랜 친구라면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지내야 한다고 보시나요?
사실 어떤 댓글들이 올라올지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여러분께 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혼자 결정했다는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제 안에서는 답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참 안 좋네요.
이건 일베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것이며 뭐가 옳은지는 서로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건데.. Messi님은 친구분에게 분명히 의사 표현을 했는데 그에 대한 친구분의 대답이나 반응이 굉장히 수준이 낮네요 일부만 봐서 판단하기는 힘드나 Messi님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서로 존중이 없는 인간관계는 조속히 정리하시는게 어려모로 좋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댓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의 차이보다, 제가 불편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그걸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친구라 쉽게 관계를 정리하진 못하겠지만, 말씀하신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준으로 관계를 한번 차분히 돌아보려고 합니다 ㅎㅎ
저도 정치성향이 완전 다른 친구들 있습니다만 정치 성향만으로 절교 하고 할필요는 없습니다 어떤사람은 정치성향 달라도 상대 배려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그런사람은 문제될게 없어요 다만 본인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자꾸 대화에 끌어들이면 이런사람과의 관계는 절교그런 단계 거치지 않아도 서서히 멀어지게 되어 있더라구요 친한치구면 한번정도 내 생각이 이렇다라고 말하고 그뒤로도 안고쳐 지면 함께 있는게 즐겁지 않아서 서서히 멀어지면서 정리되더라구요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많이 공감합니다.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것 자체보다 서로의 다름을 어느 정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친한 친구인 만큼 한 번 정도는 제 생각과 불편한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고, 그래도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굳이 ‘절교’라는 선언까지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친구 관계도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즐거워야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