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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안을 걷는 길을 통해서 즐길 수 있다면? 그것도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시원한 곰솔이나 오솔길 숲속 길을 걸으며 감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이런 길을 찾는다면 태안에 가보라. 태안에 그런 길이 생겼다. ‘태안해변길’이라는 아름다운 길이 이제 막 개통했다.
태안은 26개의 해수욕장과 유인도 4개 포함 72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약 230km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30여 개의 해변이 포도송이처럼 엮여 있는 해안형 국립공원이다. 아름다운 갯벌·해안사구·해넘이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 ▲ 기지포해수욕장의 방풍림인 곰솔숲 사이 운치 있는 길로 태안해변길이 연결된다. 이곳에서 태안해변길 개통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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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해변길을 만들었고, 앞으로 몇 개 코스를 더 만들 예정이다. 학암포~만리포까지 28km의 ‘바라길’, 만리포~몽산포까지 38km의 ‘유람길’, 몽산포~드르니항까지 13km의 ‘솔모랫길’, 백사장항~꽃지항까지 12km의 ‘노을길’, 꽃지~영목항까지 29km의 ‘샛별바람길’ 등 총 120km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중 솔모랫길 13km와 노을길 12km가 6월 23일 개통, 여름 해안을 찾거나 걷기를 좋아하는 도보여행객들에게 맞춰 새로이 선보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시설부 박기연 부장과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탐방시설과 김태 과장, 김태형 주임 등의 안내로 미리 다녀왔다. 두 구간 외 나머지 구간은 2012년 개통할 예정이다.
솔모랫길의 출발지점은 해변길 탐방안내센터가 있는 몽산포해수욕장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안내센터와 함께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안내판을 구비, 이곳을 처음 찾는 방문객들도 전혀 길을 헤맬 일이 없을 것 같다.
몽산포해수욕장은 학암포와 더불어 연중무휴 야영·취사 허용지역으로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널찍한 주차장도 있어 평일인데도 벌써 곰솔 숲에서 텐트를 치고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박기연 부장과 김태 과장은 “태안해변길은 곰솔숲과 오솔길 숲속에 있는 모래 위로 걸어 흙 위를 걷는 다른 길보다 무릎 관절에 훨씬 무리가 덜하다”며 “이 사실은 정형외과 의사들도 인정하며, 한국의 다른 길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해안 주변에 있는 곰솔은 방풍림으로 심어놓은 나무들이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심었다. 우리나라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방풍림도 있다.
그 곰솔 방풍림 사이로 서해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갑자기 상큼한 기분이 든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과 “쏴~ 쏴~”하고 들리는 파도소리, 자연의 앙상블이다. 더욱이 곰솔 사이 모래길은 해수욕장과 같이 깊은 모래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도 않다. 자연의 앙상블로 엔돌핀이 분비되는 머리와 가볍게 걷는 몸, 전체 기운이 상승하는 듯하다.
- ▲ 6월 23일 개통한 태안해변길 구간 중 솔모랫길에 있는 모래와 황토가 뒤섞인 길과 오두막, 야생화가 어우러진 한가로운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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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에 QR코드 새겨 걷기정보 제공
출발한 지 1km도 되지 않아 바다와 관련된 노래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은희의 ‘등대지기’,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 등이 가사와 함께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으로 음을 들으며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돼 있다. 문명을 이용한 ‘이정표의 진화’다.
곰솔숲 사이엔 곰솔과 적송 비교 이정표도 있다. 곰솔은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며 잎의 길이가 9~14cm 정도고, 억세고 진한 녹색의 잎에 줄기가 20m가량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반면 적송은 주로 내륙 산지에 자라며 8~9cm의 잎 길이에 연한 녹색의 잎을 가지고 줄기는 35m 정도 자란다.
해변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햇빛 내리쬐는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 길을 떠올리는데, 태안해변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어느 산속 숲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사람들 걷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꿩이 갑자기 푸드득 날아오르는 그런 길이다. 모래길에서 이런 녹음이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다.
곰솔 숲을 지나자 다양한 야생화가 언뜻언뜻 보이더니 짙은 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해당화 군락이 나왔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꽃은 장미와 무궁화 중간쯤 되는 모양과 색깔을 보인다.
마침 한용운의 시 ‘해당화’가 떠올랐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나(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드른(들은) 체하였더니 /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노입니다 그려. / 시름없이 꽃을 주어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나’하고 물었습니다. /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님을 기다리는 애틋한 심정을 노래했다고 한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 바다나 섬을 노래하는 노랫말에도 자주 등장하는 꽃이다. 지나가는 객들에게 상큼한 향기를 내뿜어 다시 한번 둘러보게 하고 있다. 7월까지 꽃을 피운다.
곰솔숲에서 해변 해당화군락지를 지나는 길에 모래포집기도 보인다. 해안사구 바로 밑에 모래를 보호하기 위해 대나무로 쌓은 벽이다. 모래가 쓸려나가는 걸 방지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불과 몇 백 미터 지나지 않아 이번엔 메밀밭이 나왔다. 메밀도 지금 한창 하얀 꽃을 피워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구지형에서 잘 자라는 식물 중의 하나다. 동행한 박 부장은 “분위기만으로 볼 때 제주올레길보다 훨씬 나은 길”이라고 자신했다. 마주치는 이정표에는 항상 QR코드가 있어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제공했다.
모래길 위를 걷는 발길은 한층 가볍다. 등산화가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오히려 맨발로 걷는 게 훨씬 좋을 듯하다. 모래길 주변 육지 방향으로 불과 10~20m쯤 떨어진 곳에 군데군데 조그만 저수지도 있다. 둠벙이라고 한다. 모래 주변인데도 항상 물이 고여 있다. 모래 바로 밑으로는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황토와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지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물이 고여 있을 리가 없다. 동행한 김 과장이 아니나 다를까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한 ㈜선양 조웅래 회장이 전국의 황토를 다 가져다 복토했지만 태안의 황토가 가장 부드럽고 좋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메밀밭을 지나 왼쪽으로 잠시 논길로 이어졌다. 오른쪽 숲으로는 마침 고라니가 모습을 살짝 비추더니 불청객을 발견하고 이내 숲속으로 후다닥 몸을 숨겼다. 해변길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산속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태안해변길을 걸으며 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아카시나무의 향긋한 꽃향기와 참나무, 곰솔과 다양한 야생화 등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구성원들이 제각각 뽐내고 있다. 아카시나무 꽃은 꽃잎을 길에 떨어뜨려 꽃길을 만들었다. 그 위를 사뿐히 즈려밟으며 가고 있다.
논에 물을 대는 배수로 웅덩이엔 갓 태어난 듯한 청둥오리 새끼들이 어미품을 떠나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참 보기 드문 모습이다. 숨을 죽이고 있던 어미는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가 버렸다. 졸지에 어미를 잃은 새끼들은 날지도 못하고 “짹~짹~짹~” 소리만 연발했다. 빨리 자리를 피해주는 게 상책이다.
발걸음을 옮겼다. 배수로의 수문이 나왔다. 수문 뒷면을 ‘걷기와 건강’이라는 이정표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정표다.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자문을 얻어 걷기의 장점과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적어놓았다.
다시 곰솔숲이 나온다. 박 부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마누라한테 아쉬운 소리할 때 꼭 이곳에 데려와야겠다. 부부싸움 뒤에 이 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화해될 것 같다”고.
해안 주민들도 해변길 조성에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어차피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니 사유지에도 길을 내주었다고 김 과장이 전했다.
모래길 위로 곰솔 잎파리인 솔가리들이 쌓여 걷기에 더욱 편하다. 다양한 길이 이어져 전혀 지겹지 않다. 모래사장으로 곰솔숲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메밀밭과 해당화 군락을 즐긴다. 더욱이 스치는 바람과 서해의 파도소리는 해변길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낭만이 넘치는 소리고 길이다.
몽산포 해변을 지나 달산포 해변을 걷고 있다.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직 본격 시즌을 맞은 건 아니지만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과 연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메밀밭이 다시 나왔다. 역시 하얀 꽃을 환하게 피우고 있다. 메밀밭이 끝날 즈음 ‘태안해변길 자연놀이장’이 있다. 외나무타기·평균대·만남의 다리·징검다리 평행봉·철봉·널뛰기 등 다양한 기구를 나무로 만들어 쉬면서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아직 완전히 정돈된 건 아니지만 제대로 완성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 ▲ 태안해변길 로고. 국립공원에서 만든 로고는 어느 길이든지 항상 같고, 해당 길 명칭만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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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31개 해수욕장 중 26개가 공원구역
이어 비닐하우스 여러 동에 백합을 가꾸고 있는 백합시험장이 나온다. 길은 백합시험장 후문으로 이어져 청포대 해변으로 연결된다. 해변이 끝나면 다른 해변이 시작되는 해변의 연속이다. 남해나 서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다.
김 과장은 “태안은 총 31개의 해변이 있으며 그 중 26개가 국립공원 내에 있다”며 “직원이 26명인데 1명당 해수욕장 하나씩 담당하다 보면 여름엔 완전히 녹초가 된다”고 했다.
청포대 해변에서 남쪽으로 10여 분 가면 별주부전에 나오는 그 자라가 토끼를 놓치고 돌아갈 수 없어 돌이 된 덕바위(자라섬)와 토끼가 도망간 고갯길인 노루미재 등이 나타난다. 자라섬 입구에 별주부전 유래를 비석에 새겨 설명하고 있다.
바로 그 앞에는 독살이 있다. 한자어로는 석방렴(石防簾)이라 한다. 독살은 한마디로 돌그물이다.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돌둑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서해의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자연 어로법이다.
해변길은 토끼가 도망간 노루미재로 연결된다. 해안길을 잠시 벗어나 살짝 산으로 올라간다. 산이라 해봤자 해발 50m도 채 안 되는 높이다. 그러나 계속 평지만 걷다 살짝 오르는 첫 오르막길이라 다소 힘이 든다.
별주부마을로 접어들었다. 8층 건물의 별주부전망대에서 서쪽으로는 해안이, 동쪽으로는 별주부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제부터는 해안절경을 잠시 뒤로하고 전원풍경으로 접어든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벼들이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푸른 바다의 세계에서 녹색 평야의 세계로 바뀌었다.
별주부마을이 끝날 즈음엔 레저토피아라는 펜션과 캠핑 겸용시설이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다들 해변길이 개통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펜션은 초가집 지붕의 주막카페를 운치 있게 한창 공사 중이다. 넓게 펼쳐진 논 위로는 살짝 해무가 내려 목가적 분위기를 더욱 자아냈다. 더욱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규모는 작지만 아담한 ‘경주식물원’엔 예쁜 꽃들이 만발, 지나가는 길손들의 눈길을 붙들어 맨다.
마을에서 논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큼직한 저수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다. 신온리 저수지라고 한다. 몇몇 강태공도 보인다. 저수지 맞은편엔 신온리습지가 있다. 주변엔 들국화와 이름 모를 야생화, 그리고 큰고랭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 태안해변길은 곰솔과 바다와 모래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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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 끝날 즈음에 있는 서산 염전엔 바닷물을 가둬 소금을 만들고 있지만 이날 날씨는 영 아니다. 바로 연결된 둑길을 따라 걷는다. 걷는 일은 대개 즐겁다. 자연을 즐기며 사색할 수 있고, 사색에 푹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러다 어느 순간 명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몽산포~드르니항까지 솔모랫길 13km 끝 지점에 거의 다다랐다. ‘드르니’란 말은 맞은편 안면도 섬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하여 ‘들온이’라 했는데, 발음 나는 대로 ‘드르니’로 변했다고 한다.
드르니항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바로 바다 건너 백사장항까지 순수 인도교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공단에서 예산만 무려 300여억 원을 들였다. 드르니항에서 백사장항까지 둘러가는 길은 무려 5km가 넘는다. 그 길을 불과 500~600m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백사장항은 노을길의 시종점이다. 이제부터 꽃지로 간다. 꽃지해변길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무데크로 정비된 야트막한 산길로 올라간다. 전형적인 참나무 숲속길이다. 해변과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지만 참으로 다양한 길을 만난다. 무심코 지나던 길을 유심히 쳐다보니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격이다.
곧 이어 조성 중인 노을길전망대가 나왔지만 해무가 내려 시야가 좋지 않다. 노을길은 노을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 삼봉으로 직행이다.
삼봉은 세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봉이라 부른다. 옛날 돈만 벌 줄 아는 수전노인 어부가 부인, 딸 3자매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부는 딸이 병들었는데도 간호를 않고 돈만 모으는 데 여념 없었다. 한 맺힌 딸 셋 모두 병들어 죽었고, 그 무덤이 바로 삼봉이다. 삼봉 옆에 무덤 모양의 바위산은 아내의 화신이라고 한다. 바위에 뚫린 구멍은 수전노 어부를 데리고 승천한 용이 나온 ‘용난구멍’이라고 불린다.
삼봉의 전설을 뒤로한 채 6월 23일 ‘태안해변길’ 개통식이 열린 기지포해수욕장에 다다랐다. 기지포엔 장애인 탐방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1,004m 조성했다. 다른 구간보다 쉼터 공간이 더 많고 나무데크도 잘 정돈돼 있다. 해변길 주변 곰솔숲에는 아직 야영·취사 공식 허용기간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 이용객이 늘었다고 한다. 요즘은 캠핑붐이 일고 있는 느낌이다.
삼봉해변~기지포해변~안면해변을 차례로 지나쳤다. 해변길을 곰솔이 드리운 그늘 속으로 난 길을 따라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소리를 즐기며 걷고 있다.
태안해변길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유난히 접두어 ‘갯’이 붙은 것들이 많다. 갯완두·갯그령·갯쇠보리·갯메꽃 등이 있다. 아마 해안 주변에서 자라 바다를 의미하는 ‘갯’자가 붙었지 싶다. 이들을 총칭해서 사구식물이라 부른다.
- ▲ 서해바다가 보이는 태안해변길을 해변길 로고가 붙은 이정표 옆으로 지나고 있다. / 해변길을 지나며 자주 마주치는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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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솔숲에 꿩·고라니 등도 살아
곰솔은 그대로지만 차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적송이 한두 그루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다시 살짝 언덕배기 산으로 진입이다. 해안으로 가는 길도 있지만 밀물 때는 간혹 잠기기 때문에 해안길과 산길, 두 개 모두 조성했다.
해안길 따라 두여해수욕장과 밧개해수욕장을 거쳐 지나간다. 두여는 지리적 형상이 좋고 나무가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 하여 도여라 불렸으며, 발음하기 쉽게 두여로 변했다고 한다.
밧개해수욕장을 지나면 마찬가지로 해안길과 산길 두 갈래길이 있다. 산길로 진입했는데 내리쬐는 햇빛이 무색할 정도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태풍 피해로 쓰러진 나무를 그 상태 그대로 운치 있게 의자도 만들었다. 덩굴나무까지 우거져 있다. 이 조그만 야산이 거의 원시림같이 관목과 교목, 초본들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 건강한 숲이다.
꽃지해변 3.2km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젠 노을길도 거의 다 왔다. 이틀 동안 30km 가까이 걸었다.
숲속길을 빠져 나가자 군부대를 향해 다시 오르막길이다. 백룡부대란 간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콘크리트길로 올라와서 내려간다. 방포해수욕장이 기다리고 있다. 방포는 마을 옆에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인 개가 있어 그대로 ‘곁개’라 한 것을 한자표기에 따라 방포(傍浦)가 됐다.
세 번째 야트막한 야산으로 오른다. 야산 정상은 GPS상으로 71m다. 우습게 보이는 높이일지 몰라도 거의 10m도 채 안 되는 지점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다소 힘이 든다. 정상이라 할 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정상 주변 사면엔 엄청나게 큰 개암나무 군락이 있다. 곧 이어 나오는 전망대에서 꽃지해변과 명승 제69호인 할미·할아비바위가 눈앞에 내려다보인다.
해상왕 장보고의 기지사령관이던 승언 장군이 출정한 뒤 돌아오지 않자, 그를 기다리던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바위가 됐다는 할미바위다. 두 개의 바위 중 육지에서 가까운 쪽이다. 그 후 어느 날 폭풍우가 휘몰아치더니 할미바위 옆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이를 할아비바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노을길 시·종점 지점인 꽃지는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이 피던 곳이라 하여 한때 화지해수욕장이라 불린 데서 ‘꽃지’라는 지명이 유래됐다. 바로 이곳에서 안면도 꽃박람회가 열렸다.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출사명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꽃지해변 바로 옆에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 138호로 지정된 보호받고 있다.
해변길이지만 정말 볼거리가 많았다. 태안 팔경 중에 태안3경인 안면송림, 태안 7경인 몽산해변, 태안 8경인 할미·할아비바위 등 태안 삼경을 지나간다. 특히 할미·할아비바위의 낙조는 서해 3대 일몰 중의 한 곳으로 꼽힌다.
먹을거리·볼거리·즐길거리 모두 구비된 태안해변길을 걸으며 올 여름을 나면 어떨까?
- ▲ 태안해변길은 간혹 해변 바닷가로 가기도 하지만 산속 우회로도 조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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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길·곰배길 등
총 120km 이르는 5개구간 6개 코스 내년까지 개통
6월 23일 개통된 솔모랫길과 노을길을 포함한 태안해변길은 육로 82km, 해상로 38km 등 총 120km에 5개 구간 6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태안 최북단 학암포에서 시작되는 해변길 28km는 만리포까지 연결되는 코스로 2012년 조성될 예정이다. 학암포~신두리까지 14km를 바라길Ⅰ, 신두리~만리포까지 14km를 바라길Ⅱ라고 이름 붙였다.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해안사구와 천리포수목원, 만리포 해변 등을 지나며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이어 만리포~몽산포까지 38km는 해상은 유람길, 육로는 곰배길로 나뉘어 2012년에 조성된다. 곰배길은 해변길을 그대로 이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해안선과 도서지역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유람선을 타면서 감상하기 위해 유람선 관광을 추진키로 했다. 실제 유람선 운영업체인 ‘신진도유람선’에 자문을 구해 “사업 타당성 있다”는 결론을 받은 상태다. 공단에서는 이에 따라 구체적 사업상황을 검토하고 있다.
솔모랫길은 몽산포~드르니항까지 13km 개통됐으며, 바다·갯벌·해안사구·곰솔림 등의 해안생태계를 모래언덕길을 밟으며 바라볼 수 있다. 또 별주부의 전설을 들려주는 자라바위(덕바위)와 노루미독살을 거치며 선조들의 지혜와 전설도 떠올리게 한다.
백사장항~꽃지까지 12km인 노을길은 해변길 따라 펼쳐진 서해안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고, 명승인 할미·할아비바위의 아름다운 낙조도 자랑한다.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 군락도 볼 수 있다. 각종 수산물 판매장과 어촌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드르니항에서 백사장항을 연결하는 순수 인도교도 내년에 해변길 개통과 더불어 완공되면 또 하나의 명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구간인 꽃지~영목항까지 29km인 샛별바람길도 내년에 개통할 예정이다. 조개부리마을의 폐염전과 칠면초 군락지 등이 주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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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가이드
6월 23일 개통 솔모랫길·노을길과 주변 명소 둘러보는 ‘1박2일’
공단에서 서울과 비슷한 거리에 있는 탐방객들을 위해 태안해변길을 즐길 수 있는 1박2일 시뮬레이션을 했다. 서울에서 태안행 첫 고속버스가 센트럴시티에서 오전 7시 10분에 있다. 태안까지는 2시간 20분가량 걸린다.
오전 9시 30분쯤 태안터미널에 도착하고, 출발지인 몽산포 탐방안내센터에 오전 10시쯤에 닿을 수 있다. 이때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약 4km 거리에 있는 청포대 해변에서 점심식사가 가능하다. 이어 쉬엄쉬엄 걸어서 솔모랫길 시종점인 드르미항에 오후 5시쯤 도착한다. 저녁식사와 숙박은 드르미항보다는 시설이 더 많은 맞은편의 백사장항이 낫다.
아침식사 후 밧개항에서 점심, 노을길의 마지막 지점인 꽃지항에서 저녁을 마치고 오후 6시 40분이나 8시 10분에 있는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오면 1박2일 만에 솔모랫길과 노을길 전 구간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다. 이른바 태안해변길의 1박2일 코스다.
information
교통 승용차 기준 서울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게 낫다. 서산IC에서 32번국도로 갈아타고 남면사거리에서 77번국도로 안면도 방면으로 가면 몽산포 탐방안내센터와 야영장이 나온다.
고속버스는 서울센트럴시티에서 오전 7시10분에 태안행 첫차가 출발, 오후 8시10분까지 하루 10차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요금은 일반 8,700 우등은 1만2,700원이다.
태안터미널에서 몽산포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20분 간격마다 1대씩 운행하고, 택시요금은 약 1만3,000원 나온다. 드르니항은 3시간 간격 1대씩이고, 택시요금은 2만5,000원가량 된다. 노을길의 백사장항과 꽃지항까지 시외버스는 1시간 간격 1대씩 운행하고, 택시요금은 3만 원 이상 든다.
숙박(지역번호 041) 태안지역엔 등록된 펜션만 모두 960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한때 기획부동산의 투기붐으로 땅값만 올려놓은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숙박할 장소와 집은 주변엔 많다. 몽산포지역엔 블루오션(672-0188), 레저토피아 지오랜드(675-5890), 캐러비안리조트(674-1565). 안면도 지역엔 꿈이룸펜션(672-5508), 해심(010-5011-0929), 까치콘도(672-0947) 등이 있다.
맛집(지역번호 041) 태안은 월별로 특미가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도 태안만의 별미며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2월의 우럭젓국이 대표적이다. 말린 자연산 우럭포와 쌀뜨물을 이용해 만든 음식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토담집(674-4561). 5월엔 알이 차고 살이 단단해지는 태안 꽃게와 갑오징어도 유명하다. 향토꽃게장(674-5591). 그 외 낙지탕 전문점인 박속낙지탕(672-5057)도 나름 이름값을 하는 음식점이다. 그리고 수산물 도소매를 하는 방포수산(673-4575) 등에 가면 다양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