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간절히 기도해 보기도 흔치 않다. 오늘(6월 4일) 김천 YMCA에서 주관하는 '환경한마당'이 있는 날이다. 벌써 24회라고 했다. 사람이면 결혼을 생각해 볼 연치가 된 것이다. 환경한마당은 두 개의 대회로 이루어진다. 환경글쓰기와 그림그리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찮다. 잔뜩 웅크린 하늘이 곧 비를 쏟아 부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낭패다. 강변공원 야외에서 열리는 이 대회가 헝클어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도 모르게 기도가 튀어 나왔다. 절실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참으로 감사하다. 대회에 부하(負荷)가 걸릴 정도의 비는 되지 못했다. 행사 전 간단한 식이 거행되었다. 전통이란 무시할 수 없는 것. 사람 모으기가 정말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행사는 더욱 그렇다. 행사 하나 치르려면 진이 다 빠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300 여 명? 초등학생들의 행사인데 그들만이 아니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거기에 관련 부스 봉사자까지 치면 그야말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처럼 다양하다. 오랜만에 보는 활기찬 행사이다. 깨끗한 환경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서 그런가?
김천 YMCA 김덕기 사무총장의 사회로 식이 진행되었다. 이런 유의 행사 전 식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새삼스럽게 자각한다. 국민의례 때문일 것이다. 내빈 소개에 이어 김천 YMCA 박희대 이사장의 환명사가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행사에 참가한 것을 환영하고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김천시 석성대 주민생활국장의 축사가 있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건 지구가 아프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몇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했다. 국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 문제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
오늘 주제는 무엇이 제시될까. 조선조 과거시험 때 시제(詩題)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는 것처럼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목이 사회자에게로 쏠렸다. 먼저 김문수 김천시지속발전가능협의회 회장, 김천시의회 전계숙 의원 그리고 김천시 새마을협의회 배수향 회장이 주제 '발표자'로 선정되었다. 그들이 높이 든 주제 알림판엔 '일회용품', '수돗물', '청소차'가 적혀 있었다.
어떤 대회든 시작할 땐 부푼 마음으로 임했다가 당락이 결정되면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각자 부푼 꿈을 안고 잡아 둔 자리로 돌아갔다. 참가한 부스를 둘러보았다. 김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데 동참하는 서명이다. 열흘 전쯤 음주 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옆엔 '숲속애(愛)'란 단체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김천 YMCA 유해감시단에선 '사랑의 밥차'를 끌고 왔다. 어디서든 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주먹밥으로 참가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주먹밥을 만드는 봉사자들의 재빠른 손놀림이 아름다운 선율처럼 다가왔다. 맑고 밝은 사회는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봉사자들의 작은 움직임에서 나오게 되는 게 아닐까?
2016년 6월 5일은 제21회 환경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김천 YMCA에서 개최한 '환경한마당'이다. 이 여러 기관과 단체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무순으로 거명하며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지속적인 협업을 바라면서.
경상북도, 김천시 생활환경과, 김천시 산림녹지과, 김천시 맑은물사업소, 김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천시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숲속애(愛), 김천농협 하나로마트, 김천 YM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김천대학교 대학YMCA, 중학YMCA 하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