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태도 승봉산, 자은도의 두봉산 천사의 다리 트랙킨 박지도와 반월도
점촌-송공여객터미널-엄태도 오도 선착장-송봉산-자은도 두봉산-팔금도-안좌도-천사의 다리1- 박지리-천사의 다리2-반월도-반월도 걸어서 해안 한바퀴-조양여객터미널-목포-점촌
2016/12/04
새벽 2시 집을 나섭니다. 겨울에 들어선지 오래이기에 제법 새벽기운이 겨울기세를 담지만 기상은 언제나 우리네가 흐트러놓은 자연질서의 이변으로 것잡을 수 없게 된지 오래여서 어떤 경우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게지요. 잠을 청한 게 새벽 1시이고 2시 출발이니 잠은 버린 게고 차에 올라 잠을 청합니다. 교통이 발달해서 눈 잠깐 붙이고 바로 선착장입니다. 이른 아침이기에 출발은 어둠에서 시작 합니다.
7시 배에 올라 30여분 바다를 가로질러 암태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승봉산 산행 초입은 택시 덕분에 7, 8부 능선까지 올려 놓으니 산행인지 동네 뒷동산을 산보하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이지만 섬 산행은 조망이 멋집니다. 아기자기한 섬들이 끝없는 바다를 정겨움으로 바꿔 놓고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 하지요. 슨봉산 대단한 산은 아닐지라도 그가 펼쳐주는 사방의 풍광이 너무 감동입니다.
돌아보면 섬을 잇는 다리들이 다가와 우리네에게 멀어지지 말라 하는 것 같구요. 다리를 지나 갈 길을 알려 주는 맛도 있지요. 섬과 섬,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들이 섬이 가진 본래의 속성을 하나 둘 앗아가는 아쉬움이 강하게 각인됩니다. 섬도 육지도 아닌 어정쩡한 지형들로 재 탄생하는 바다 상황은 느낌의 여운을 남깁니다.
쑥부장이는 마치 제철을 만난 듯 합니다. 역시 남도는 겨울이 아직 먼듯 하구요.
승봉산은 두봉산보다 10여미터 낮아서 되 승자를 쓴다나, 두봉의 두는 말 두이고요. 어쨌던 승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모든 것은 발 아래이니 이 순간만은 우리는 천자가 된 게 아니리오. 바다에는 이름 모를 섬들이 겹겹이 구름을 데리고 노닐고 있고, 바다는 우리를 신비함 속으로 갇워버립니다. 우린 지금 어드메 시공간에 서 있는고. 무엇이 우릴 여기 있게끔 한 것인가요.
승봉산의 만물상
저 멀리 바다가 있고 외톨이 섬도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육지로 묶으려고 엄청 애를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바다에 세워진 숱한 교각들을 보면서 떠 오릅니다. 지구 그 위에 사는 식생들 중 하나일 뿐인 인간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일을 모르면서 앞날을 위해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겝니다.
승봉산 등산 종점은 중학교 뒷담입니다. 빛 바랜 등산로 간판은 시작과 끝 마무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두번째 산인 두봉산을 오릅니다. 산이라야 300여미터 근방의 고도이나 바다 한가운데이니 시야가 참 넓어집니다.
아랫 세상이 한눈에 잡히지만, 우리 일상들을 떨쳐내지 못하여 아래 세상 속에 묶여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일까요. 일상을 살면서 우리네가 가진 본성을 잃는 줄도 모르게 다 털어 버리고 경쟁과 이기에 몸을 담근 게아닌가. 멀리 끝없는 바다에 덤성덤성 떠 있는 섬이 꼭 우리로 느껴지는 건, 잃은 본성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가. 망르이 있고 길이 어딘가로 길게 이어지는 게 우리네 마음들도 그렇게 이어지면 하는 생각에 빠져 봅니다.
동이 트는 듯한 하늘이지만 동이 튼지 오래일 것 같네요. 허나 하루를 열어가는 모든 식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두봉산 정상에 올랐어요. 섬가운데 불쑥 솟은 산이기에 거느리는 바다 위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온통 우리를 향해 헤엄쳐 온는 것 같은 넉넉한 마음을 선물합니다. 우리는 잠시 세상의 온갖 질곡을 버리고 여유가 넘치는 나를 찾은 기쁨을 즐깁니다.
작은 산 위에 올랐어도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를 내려다 보니 소 왕국들이 발 아래 즐비하니 순간은 온통 황제보다 큰 가슴을 가지는 걸 동감해 봅니다.
산을 내립니다. 작은 산 둘을 오르고 내려 점심시간입니다.
신안군의 섬이 1004개라 천사의 다리란 이름을 지은 두리-박지구간과 박지-반월 구간의 다리를 걸어 봅니다. 작은 섬 두개를 잇는 바다위의 다리는 적당한 굴곡과 구비를 만들어 바다와 섬을 어우르는 조화를 이루어 지루하지 않게 볼거리를 주고 가벼운 걸음을 띄게 합니다.
반월도의 천사 공원
억새는 바람에 일렁이며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곤 합니다.
반월도를 유람하기 위해 재공된 공짜 자전거를 두고 걸어서 한바퀴를 돈다고 했다가 혼줄이 납니다. 아무리 적어 보여도 유인도인데 호락호락한 거리가 아닐 것을 예상했어야 하지만, 해변을 따라 나서 보니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약속한 시각은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하나 원점은 짐작이 안가니 결국 10여분을 지각하고 맙니다. 허나 섬 곳곳의 명물들을 눈에 가득 채울 수 있었지요. 아기자기한 돌담과 투박한 지붕, 동구의 서낭당과 당나무, 마늘 잎이랑 온갖 이름모를 야생화와 갈대, 억새의 흐느낌들을.
천사의 다리 아래로는 물이 들어 오고
이른 저녁 식사로 우럭 맑은 탕을
섬안 마을 풍경은 뭍이나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식당 주인의 감성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하산주로
남도에는 동백이 붉은 미소를 던지고
바다는 바람을 안고 재운듯 호수로 변해 있는데
육지의 칼바람은 기세가 등등하여 회오리를 일으키니
아서라 바람아, 공존과 동행의 세상을 생각하오.
2016/12/09
2016년 마지막 등산을 기획한 모든 이의 노고에 감사하며
EBC 가기전 트랙킹을 마무리합니다.
경북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