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게 와서 잠자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제법 오래 전에 적지 않게 들어서 귀에 익숙했지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늘 미뤄두고 있었는데
아주 약간 아는 사이인 어떤 이가 내게 대해 말하기를
‘『아리랑』의 김산과 같은 사람’이라고 한 말이 와 닿았고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나를 보고 그를 떠올렸을까 싶기는 했습니다.
그러고도 제법 짧지 않은 시간의 간격이 있었고
마침내 손에 넣기는 했지만
다른 책들을 읽느라고 밀쳐 둔 채 또 제법 여러 달,
그렇게 내 가까이 와서 잠들고 있던 책을
이번에 드디어 꺼내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내가 김산과 같다는 말’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았고
그 짧은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해방의 의미,
진보와 변혁을 바탕으로 한 깨어 있는 인간의 지향,
그리고 오늘의 현실에서
‘소위 진보적’이라는 이들이 벌이고 있는 상황과 같은 것들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많이 죄송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의 고뇌, 그들의 아픔, 그들의 삶의 무게와 같은 것들이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것을 순간순간 느꼈고
그 무게는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여전히 내 안 한 쪽에서 꿈틀거리며 무엇인가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정리를 했고,
그것이 아주 부실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죄책감도 일렁거렸는데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던져 놓은 ‘아리랑’,
그리고 뒤 이어 나오게 되는 ‘김산의 아리랑’은
그의 삶이 개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이었다는 것,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짓으로서의 해방과 독립에 대한
하나의 운동을 읽는 것은 숭고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주의 문학이 무엇인지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책을 그렇게 정리한 뒤
문득 종아리에 느껴지는 따끔함,
이어 온 몸으로 퍼져가는 준엄한 통증,
님 웨일즈와 김산의 『아리랑』은 그대로 살아 있는
역사의 채찍질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름다워지는······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