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월요일. 일이 있어 예술회관역 근방에 갔다가 CGV 극장에서 3일부터 개봉한 영화 ‘탈주’를 관람하였다.
휴전선 최전방에서 복무 중이던 북한병사가 전역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탈출을 성공하는 내용이었다.
자칫 진부한 소재일 수 있었지만, 이종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지루하지 않게 영화가 전개되었다.
특히 탈주병을 잡으려는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 ‘리현상’(구교환)이 피아노 치는 장면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와
리현상의 직속 부하가 탈주병인 ‘임규남’(이제훈)을 잡지 못하고 후퇴하자 사정없이 부하를 폭행하는 장면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인상 깊었다.
지뢰밭과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탈주하는 임규남. 그를 진저리 칠 정도로 그림자처럼 추격하는 리현상.
남한과의 군사분계선에서 쓰러진 임규남의 심장을 총으로 쏘지 않고, 탈주를 허용하는 리현상.
그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
에필로그. 한낮의 빛이 드는 조용한 방. 책상 위에 임규남이 두고 온 탐험가 ‘아문센’의 책.
그 책을 천천히 펼쳐보는 리현상. 표지를 넘기자 책을 선물했던 사람이 그 자신임을 필체를 통하여 나타낸다.
자신의 이름대신 ‘피아노형’이라고 기재한 리현상. 젊은 시절 피아노에 빠져있었던 그의 정체성.
그의 냉소적인 잔인함 속에 숨어있던 따뜻한 음악적 정서. 그것은 예민하고 섬세한 인간적 감정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추구했던 그의 탁월한 예술적 재능.
체제로 인해 고위 군대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보위부 장교가 되었지만 그 안에는 꿈에 대한 갈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도 피아노를 통해 미지의 모험을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고 말았다.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속은 피폐했던 리현상과 초라하고 암담했던 신분과 달리 남한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용기있는 임규남.
하늘은 죽을 각오로 앞만 보고 내달렸던 임규남을 도왔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던 북한에서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남한으로 새 출발이 시작되었다.
예전에 탈북자의 책과 필명의 북한 작가가 목숨 걸고 쓴 책을 읽었었다.
울분없이 도저히 읽기 힘든 책이었다. 북한 주민의 처참한 실상이 그대로 녹아들어 공포스럽고 괴이했다.
그들은 왜 죽음보다 훨씬 고통스런 삶을 아무런 저항도 없이 수용하고 살아야하는지.
읽는 내내 그들의 비참함이 느껴졌다.
영화가 끝난 후.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다.
‘주님! 주님의 섭리로 북한 주민들이 그 땅에 태어나게 하셨다면 그들이 주님을 알게 하시고, 믿게 하소서.
더불어 공산체제와 이념이 붕괴되어 자유가 속히 그들에게 임하게 하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영화였나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영화네요~
북한의 체제가 무너져 그곳에 있는 우리 동포들과 크리스챤들에게 자유의 기쁨과 찬양이 울려퍼지길 저도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