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만난 누룽국수 맛
지난 달 26일 서울에 가 볼 일이 있었다. 볼 일은 오전까지면 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갈 기회가 생기면 한 번씩 찾아가 즐기는 ‘하동관’ 곰탕(70여년 한우 암소만을 고집한다는)으로 점심을 즐길 셈이었다. 그런데 이 날엔 볼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 점심시간까지는 여유가 생겼다.
이 때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바람을 쐬며 오랜만에 명동거리 구경도 하고 오늘은 곰탕 대신 명동칼국수로 점심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카의 의견을 따랐다. 강남에서 한남대교를 거쳐 명동까지 가는 데는 금요일인데도 도로보수공사구간이 있어 예상보다 늦게 도착, 이름난‘명동교자’로 갔다.
점심시간을 맞은 좁은 골목길 식당 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식당 안으로 한 사람 한 사람씩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동작이 뜬 일행에 앞서 조카가 먼저 달려가 줄에 섰다. 차례가 되어 들어가는 조카의 흔드는 손길을 따라 손님들의 양해를 구하며 함께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손님이 머리 위쪽으로 지나 갈 때 우리 일행은 안내를 받아 홀로 이어지는 왼쪽 긴 의자에 앉아 빈자리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얼마 후 우리 일행의 자리를 마련해놓았다는 안내자를 따라 4인용 식탁에 앉으며 이름난 칼국수와 교자를 주문했다.
넓은 홀 안에는 빈자리가 없었으며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일본 여자들은 그들대로 그리고 앞 대각선 식탁에 앉은 젊은 중국 여자들은 그들대로 나온 칼국수, 교자를 먹으랴 기념사진 촬영하랴 대화하랴 마냥 즐거운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다.
잠시 후 작은 양의 밥과 약간 매큼하고 독특한 향의 김치가 먼저 나왔다. 이어 ‘칼국수 대중화의 선구자’라는 명동칼국수와 교자가 나와 입맛을 다시게 했다. 명동칼국수의 특유한 맛과 향은 원래 충청지방의 전통칼국수 누룽국수를 계승발전 시킨 것이라니 오랜만에 그리던 친구를 만난 곳처럼 반가웠다.
칼국수의 국물은 부드럽고 맛있고 교자에 넣은 고기 고명도 맛있고 칼국수 면은 씹히는 느낌이 거의 없고 녹듯이 넘어갔다. 식사를 하는 동안 홀 좌석을 도는 서빙은 수시로 손님 좌석 빈 얼음냉수와 김치그릇을 채워주며 맛있게 많이 드시라며 면은 얼마고 다시 채워준다고 했다.
이 명동칼국수 맛을 즐기며 꽤 오래 전 대전 대흥로터리 근처 주택가에 잡고 있어 자주 찾던 칼국수집의 그 누룽국수 그 맛이 떠올랐다. 현직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동료들과 곧잘 찾아 즐기던 그 집 누룽국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며느리가 뒤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끝내 사라져 기억 속에서만 그려오던 누룽국수 그 맛이.
칼국수를 먹고 나오며 지방에서도 명동칼국수 맛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주인 측에 물어보았더니 아직은 명동본점과 분점만 있다며 미안한 듯이 웃었다.(2010. 12. 1.)
첫댓글 명동칼국수의 원조가 충청지방의 누릉국수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
명동교자집...명동의 명물을 넘어 이제 세계의 맛집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듯하군...
대흥로타리 칼국수집에 대한 애기를 듣다보니 지금도 잇는지 모르지만 역전 동양극장건너편 칼국수집이 떠오르는 군
동양극장 건너편 칼국수집-대선칼국수는 둔산에서 성업 중. 대전에 오면 함께 가자구.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가보지를 못했네,서울에 가면 한번 시식을 해 보고 싶군그래.
그제 박천운 조원중 최병인 한철상 나와 함께 대화 나눌 시간에 있었는 데 우리 친구 중 '누가 글을 잘 쓸까' 라는 화제가 나왔었네. 우리 모두는 천규라데 의견 일치를 보았네. 천규 ! 어떻게 작은 일상을 그처럼 아름답게 표현하는지 정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