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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山寺 ‘전기 사고 위험’ 노출 |
6월12일 마산 추산동의 한 사찰 법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마는 조선시대 조성된 아미타 불상과 탱화 등 소중한 성보 5점을 불태웠다. 소방당국은 원인을 전기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선 6월8일에는 광주 본촌동 대원정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한 동을 전소시켰다. 역시 원인은 전기 누전. 최근 수 년사이 전기로 인한 사찰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여름장마가 시작되면 각종 전기 사고 및 화재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사찰화재 원인은 무엇이고,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이를 진단했다.
‘낙뢰 급증’ 전기 화재 주의보…점검 필수
사찰 건물 대부분이 목조라는 점에서 화재는 사찰에 큰 위험요소다. 특히 나무를 짜 맞춰 세운 건축물은 조기에 화재를 진화한다해도 건물 전체를 헐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많은 사찰이 화재 대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올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찰 화재만도 11건. 이중 원인을 조사 중인 경북 성주의 한 암자를 제외한 10건은 ‘누전’이나 ‘합선’을 화재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설명 : 최근 수년사이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사찰 화재가 빈번하다. 삼보정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장마철을 앞두고 전기 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사진은 화재로 법당이 불타고 있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과거 화재의 주된 원인이 이교도에 의한 방화였다면, 최근에는 전기의 문제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강원소방본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강원도 내 사찰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8건이며, 이중 전기누전이 10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아궁이 5건, 양초 4건, 불티 2건, 담배 1건의 순이었다. 또 강원소방본부가 지난 4월 도내 696개 사찰을 조사한 결과 79개 사찰에서 전기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전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낙뢰, 즉 번개다. 이상기후로 인해 집중호우현상과 더불어 낙뢰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 지난해 제주에서 2006년 8월에 2시간 사이에 22회의 낙뢰가 발생해 순간적인 정전이 발생했다. 낙뢰에 대비한 시설물은 전신주 대부분에 가설돼 있다. 전기법 배전관련 규정에서는 전신주간 200m 이내의 거리에 낙뢰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설치된 것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충남 보령에서 13년째 배선설치를 담당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낙뢰 관련 규정이 마련되기 이전에 전신주를 설치한 경우 낙뢰나 고전압을 차단하는 장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해당 지역 전기공사에 연락을 하면 설비를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신주에 낙뢰방지시설이 있어도 낙뢰가 경내지나 인근 암벽에서 발생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면을 통해 유입된 전기가 건물안에 머물다가 이후 전기사용량이 과부하가 걸릴 경우 누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한전에서 전신주에 낙뢰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별도로 사찰에서 계량기 앞에 낙뢰방지기를 부착하기를 권했다. 한국전기공사 전시식 과장은 “낙뢰에는 수백만 볼트가 넘는 강한 전기를 품고 있어 낙뢰가 발생하면 주변 공기와 땅에서 순간적으로 높은 전류가 흐른다”며 “낙뢰방지기를 구입해 계량기에 설치할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통신설비 관련업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전기로 인한 화재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사찰에서 전기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력량이 낮아 전기과열로 인한 화재도 빈번하다. 인등, 법당등, 심야전기난방, 각종 전기기구 등 전열제품의 사용이 많아진 반면 전력량을 증설하지 않아 과열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 예를들어 부처님오신날에 한 사찰에서 300개의 연등에 전구를 켰을 때, 한개당 10W로 계산해도 3kw의 전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에어컨 3대를 동시에 켤 때 소비되는 전력량이다. 전 과장은 “과다한 전기사용은 누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화재로 연결된 개연성이 높다”며 “최근 법당에서 종종 누전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인등과 연등에 사용하는 전력을 무시하고 전기를 가설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찰 관계자의 “전기에 대한 낮은 안전의식”도 개선해야 한다. 지난 3월 화재로 요사채가 전소된 대구 성전암 주지 벽담스님은 “화재 이후 사찰 운영을 맡아 절에 와보니 건물들이 모두 오래된 전선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누전차단기도 설치돼 있지 않아 결국 누전에 의한 화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후 이상으로 낙뢰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를 완벽히 방지할 시설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사찰 주변 전신주에 낙뢰와 안전시설물을 점검하고, 전기시설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화재예방 효과는 매우 크다. 안직수 기자
“누전차단기 점검만으로도 예방효과”
전문가 조언 / 韓電 배전설비팀 전시식 과장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를 찾아 배전설비팀 전시식 과장을 만났다. 전 과장은 “전기로 인해 사찰의 문화재가 소실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며 안전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0.5초 내에 변전소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전선이 설계돼 있다”며 “전기시설이 건물 내부에 있다 보니, 전문가가 아니면 누전이나 합선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의 원인은 누전과 합선으로 나뉜다. 오래된 전선피복이 벗겨지면서 +극과 -극이 서로 만나 합선을 일으키면 불을 일으킨다. 또 한 콘센트에 너무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할 경우에도 전선이 녹아 합선이 일어날 수 있다. 사진설명 : 전신주에 설치된 낙뢰관련 설비. ①은 피뢰선, ②는 과전류 차단기. 합선보다 심각한 것은 누전. 과전류로 인해 건물에 남아 있던 전기에 과부하가 발생할 때 화재로 연결된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는 에어컨, 컴퓨터 등 각종 전기제품이 늘어났다. 반면 과거의 전선을 그대로 쓸 경우 화재 위험이 높다. 전시식 과장은 “오래된 건물일 경우에는 ‘전선 굵기 등이 적정한가’ ‘선이 오래되지 않았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누전차단기에 보면 빨간 버튼이 있어요. 그것을 누르면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가 끊어져야 합니다. 만약 내려가지 않으면 즉시 누전차단기를 교체해야 합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이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화재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시식 과장은 “안전한 전기 사용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산이 고이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1시간 교육으로 예방가능”
화재예방 필요성 ‘일문일답’
경남 하동 금봉암 주지 단제스님이 지난 11일 본지에 연락을 해 “지난 3월 전기누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 금봉암 요사채가 소실됐다”며 “특히 낙뢰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단제스님에게 낙뢰로 인한 피해와 대책을 들어봤다. 단제 스님 / 하동 금봉암 주지
-금봉암에 지난 3월에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화재 몇일 전에 폭우가 내려 누전차단기를 내렸다. 그런데 요사채에 들어와보니 방안이 뜨거웠다. 낙뢰로 인해 유입된 전기가 영향을 준 것인데 당시에는 이를 모르고 지나쳤다. 얼마 후 외부에 일이 있어 절을 비운 사이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를 진화한 다음에 누전차단기를 보니 차단기 스위치가 내려가지 않았다. 또 전신주와 건물 어디에도 낙뢰방지시설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낙뢰로 인해 누전이 발생해 화재로 연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누전차단기 고장은 아니었나. “차단기는 이상이 없었다. 낙뢰가 치면 워낙 높은 전류가 흐르다보니 누전차단기도 무용지물이다. 차단기 내에 전기차단 간격이 불과 1cm도 안되는데, 몇천 볼트만 흘러도 이 간극을 건너뛰어 건물로 전기가 들어올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찰이 마을의 끝, 즉 마지막 전신주에서 전기를 끌어 쓰고 있다. 이곳에는 반드시 낙뢰나 과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줘야 한다. 하지만 한전에서 이를 방기하고 있다.”
마지막 전신주 연결된 사찰 과전류 차단시설 설치해야
-낙뢰방지시설을 설치하면 효과가 있나. “1997년에 봉암사에 입승을 살 때 일이다. 봉암사 뒤편이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그곳에 낙뢰가 떨어지면 사찰까지 영향을 줬다. 장마철이면 사찰 내 설치한 변압기가 과전류로 인해 불타는 일이 자주 생겼다. 또 냉장고, 밥솥 등 전열기구가 망가지는 일도 잦았다. 한번은 폭우가 오는 날 보일러실을 열어보니 퍼런 불빛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여러곳을 수소문해 위성장비에 사용하기 개발한 낙뢰방지기를 구입해 계량기 앞에 달았는데, 이후로 낙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계는 낙뢰 뿐 아니라 과전류나 누전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들어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사찰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안은 없나. “어떤 절에서는 배선차단기(일명 두꺼비집)에서 선을 뽑아 마당에 전등을 켠다. 매우 위험한 일인데도 이에 대한 인식이 없다. 당장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누전이 일어나 과다한 전기를 쓸 때 화재로 이어진다. 이처럼 스님들이 전기에 대해 잘 모른다. 종단차원에서 스님들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한다. 화재 한건으로 건물이 소실되면 수억원의 삼보정재가 사라진다. 건물내에 문화재라고 있으면 피해는 돈으로 환산이 안된다. 주지연수 등에서 전기안전 관련해 1시간 정도만 교육을 해도 충분히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찰에서는 연간 2~3회 정도, 특히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전문가에게 안전점검을 의뢰해야 한다.” -사찰 피해 복구는 어느 정도 진척돼 있나 “다행히 불자들의 도움으로 현재 건축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안에 건물 불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사찰이 불타는 것을 훤히 눈뜨고 바라봐야만 하는 심정이 오죽했겠다. 그래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원인과 대책마련을 위해 여러 가지를 알아보게 됐다. 제방 스님들이 전기의 위험과 안전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한다.”
[불교신문 2338호/ 6월27일자] 2007-06-25 오전 9:29:58 /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