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주례사 노재섭
주례를 맡은 원로 교수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졸업생으로 부터 주례를 청탁 받았다. 결혼식에는 자주 참석하였지만 관심이 없었고 주례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었다. 신랑, 신부에 대한 자료는 받았으나 주례사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도 몰라 애가 달았다. 도서관에 가서 결혼식에 관한 책을 찾아보아도 참고 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결혼예식장에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모든 진행현장을 보고 나서야 조금은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결혼식 진행순서, 혼인서약서와 성혼선언문 양식을 얻어다 사전에 준비를 했었으나 진땀을 흘렸던 첫 번째 주례였다.
주례를 맡은 결혼예식장은 시내 변두리에 있었다. 한 시간 전에 출발하면 늦어도 30분전에는 충분히 도착 할 정도의 거리였다. 그러나 한 겨울이라 갑자기 눈발은 쏟아지고, 결혼예식장 방향으로 가는 도로가 교통이 마비되었다. 시간은 촉박하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골목에다 차를 주차해놓고 뛰어가서 간신히 주례를 선 경우가 있었다.
주례는 결혼식을 주관 할 뿐 아니라, 진심으로 신랑과 신부의 행복한 앞날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런 만큼 주례서는 날 까지 마음은 단정하게, 그리고 몸가짐을 바르게하고, 상가喪家에도 조문가지 않고 청결하게 지내도록 조심하였다.
주례사는 성현들의 말씀이나 최근 베스트셀러 서적 중에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될 내용을 주제로 하기도하였다. 처음에는 주례사를 메모지에 간략히 준비해서 하였더니 말솜씨도 좋지 않지, 내용이 순조롭지 못하고 더듬거리거나, 장황하게 내용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필요한 내용으로 5분 이내에 지루하지 않게 끝낼 수 있도록 주례사를 간단명료하게 작성하였다.
5월 가정의 달에는 『논어』 학이편 6장에 있는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와서는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밖에 나가서는 윗사람에게 공손해야하며, 또 언행을 신중하게 하며,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어진 사람과 친근히 하여야 한다.”라는 공자의 말씀을 주제로 하였다.
신랑과 신부는 예의범절을 실천하는 것이 한 가정과 한 사회를 지키는 기본 질서이며, 도덕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널리 인류애를 실천하고 어진 친구, 어진 선배와 가까이 사귀어 그 도덕성을 본받는 것은 무한한 자기 성장을 기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특히 올바른 사람이 된 다음에야 모든 능력이나 지식도 빛이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신랑과 신부에게는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신랑과 신부는 부모님으로부터 고유한 가문의 전통과 가훈을 물려받게 됩니다. 양가의 부모님과 사회가 기대하는 모범적인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책임이 주어집니다.
가정이란 소수의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지지만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사회적인 대인관계와 예의범절을 배우는 작은 교육의 장소입니다. 가족에게 휴식과 양식을 제공해주는 정신적 안식처이며, 가족 간의 사랑 과 우애를 기르는 보금자리입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이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인격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삶의 터전입니다.
그러므로 신랑과 신부는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자매간에 다정한 우애를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녀를 많이 낳아 반듯하게 잘 가르치고 키워서,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어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신랑과 신부에게는 다니엘 핑크 (Daniel Pink)씨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책에서 “다가오는 미래는 좀 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재 즉 하이컨셉 ․ 하이터치(High-concept, High-touch, 개념과 감성의 시대)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필요로 하게 된다. 지금 까지는 정보를 잘 다루고, 전문기술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지식 근로자 즉 화이트칼라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새로운 미래의 시대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와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 즉 문학가,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미래사회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주인공이 될
것 이다.”라고 한 저자의 고견을 주제로 하였다.
신랑과 신부는 명석한 머리와 예술적 감성 그리고 가슴속의 뜨거운 열정, 이 세 가지 재능을 융합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예술작품을 창조하거나 표현하는 예술가이며 자랑스러운 동반자 입니다. 신랑과 신부는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지 말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더욱 노력하여 미래의 세상을 이끌어 갈 하이컨셉 ․ 하이터치 즉 새로운 개념과 뛰어난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 디자이너로 성공하여 사회의 훌륭한 리더가 되기를 기원하며 주례사를 마치었다.
주례를 마치고나면 책임감 때문인지, 기분이 흡족하지 못하고 가슴 한 구석이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신랑과 신부에게 신혼여행 잘 갔다 오라고 당부하면서, 그리고 행복하라고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예식장을 빠져 나오니 찬란한 햇빛이 따사롭게 반겨주었다.
첫댓글 수정하신글로 교체하였습니다.
뜻깊은 주례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