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꼬마연인...히히...넘 재미있당.....멍하니 글을 읽어 내려 가다가저도 모르게 푹빠져 버렸넹.이궁 이궁.요새 구러죠.원조교제라구.하하
아니에요 농담이구요.잼있네여 아이구 슬퍼라.작가분 저 답글 읽었음 하네요..잘읽었다는거 알았음 하네여. 저은글 만히 올래 주세여.
저가 실력이 부족해 비평은 못해 드려도 열씨미 읽어 드릴수는 있죠.
하하 너무 뻔뻔한가여..아무튼 잘읽었구요.
좋은 글 기대 할께여.
구럼 수거하세여..요새 챗팅방에 가면 다들 이렇게 글을 쓰는바람에
저두 모르게 자꾸..이해해주세여 구럼 안녕히.
--------------------- [원본 메세지] ---------------------
제가 처음으로 쓴 극본인데요^^ 원제는 '마지막 연인'이었는데 그것보다는 '꼬마 연인'이 더 날것 같아서 바꾸었습니다.
어떨결에 공모에 냈거든요..내고 나니 무지 쪽이 팔리더만요..
구성이나 대사처리등 제가봐도 여러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완성한거라 한번 올려봅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릴게요^^
*극의 줄거리..
18세의 여주인공 이율희, 웃음이나 눈물을 참을 때 손가락으로 코를 꼭쥐고 숨을 참는장래희망이 연극배우인 귀여운 아이..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현기증에 쓰러진다.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몇일뒤 결과는 폐암 말기...율희는 엄마와 담당의사의 상담을 우연히 엿듣게 되고, 병원을 빠져나와 울면서 자전거를 탄다. 일방통행 차로에서 갑자기 뛰어든 율희의 자전거는 28세의 남주인공 신진원의 자동차에 부딛히게되고, 진원은 율희에게 연락처를 주고 헤어진다.
율희는 병원에 입원하기전날 집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이대로 죽어갈순 없어...' 갑자기 변해버린 열여덟살의 시간을 위하여, 율희는 배낭 하나를 메고 거리로 나선다. 학교 연극반에서 알게된 어느 극단의 공개오디션을 보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나왔지만, 밤이 어두워지자 갈곳이 없어진 율희.. 집으로 걸려다만 공중
전화에서 율희는 무심코 진원의 명함을 발견하고, '여보세요...' 조용하게 시작된다. 한밤중에 율희로부터 전화를 받은 진원은 곧장 율희에게로 달려온다. 사고 후유증이 심한줄알고 달려나온 진원의 눈앞에 너무 멀쩡한 율희의 모습...어이없어하는 진원에게 율희는 얼결에 기억을 상실한 듯 거짓말을 한다.
다음날 진원은 율희를 데리고 병원을 찾지만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율희의 막무가내 연기로 진원은 율희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오고, 두 사람의 동거아닌 동거는 시작된다.
기억을 상실한 뻔뻔한 동거녀를 위해 침대를 내주고, 먹지도 않는 아침식사를 만들고...하지만 진원은 조금씩 율희와의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오후 여섯시...하루종일 아침에 헤어진 율희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던 진원이 퇴근하려고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민지원이 찾아온다. 대학동기로 벌써 좋아한지도 이년이 훌쩍 넘어버린 그녀가 찾아오다니..진원은 순간 율희를 잊고 지원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꼭대기 오층까지 걸어오르는 율희.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럼이 몰려온다. 문앞에 서서 문을 열려다가 그만 열쇠를 계단아래로 떨어뜨리고 그대로 쓰러진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온 진원은 내내 기분이 좋은채 율희는 까맣게 잊고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원의 눈앞에 엎어진 율희의 모습.
다음날 진원은 회사에서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많이 아픈 환자인데요..'...
# 프롤로그
'아니야...아니야..!!'
병원복도를 뒷걸음질치는 율희의 얼이 빠진듯한 얼굴.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길 옆 잔디를 질러간다. 햇살이 눈부시게 떨어지고, 갑자기 율희의 눈앞으로 자동차가 나타난다.
쓰러진 율희의 눈앞은 점점 흐려진다.
#1.율희의 방
거울앞에서 교복을 입고있는 율희. 이상한 듯 치마허리를 자꾸 만지작거리고 엄마, 도시락 들고 들어온다.
엄마 (도시락 가방에 넣으며) 아직도 그러고 있어?
율희 엄마, 나 교복이 커지는 것 같다? 살이 자꾸 빠져..(치마허리를 내보이며)이것봐..
엄마 이제 고3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쓸데없이 연극한다고 또 늦지말고 일찍이 와..
율희 (입을 삐죽이며)엄마..!
엄마 올 여름 방학부터 과외 시작해..엄마가 알아보니까..
율희 (짜증) 어으...엄마!!
#2.학교에서
친구 (뒤에서 뛰어오며) 율희야!!
율희 (헐떡이는 친구의 어깨를 잡으면서)왜 이렇게 급한건데?
친구 (숨차하며)야..너 어제 모임 왜 빠졌어?..오디션이야,오디션.
율희 뭐..?
친구 어제 선미선배가 그러던데, 너 윤석희 선배알지? 왜 우리 연극반 8회 선배중에 극단 만들었다는...
율희 그럼, 전에 축제때 왔었잖아..
친구 그 선배가 대학로에서 연극 올리는데 역할하나를 공개오디션으로 뽑는데..
율희 진짜? 언제..? (너무좋아하는)혜주야 나, 오디션 볼꺼야!!
#3.집으로 오는길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낀다. 비틀거리는 자전거.
집앞까지 걸어오는데 눈앞의 세상이 온통 출렁거린다. 억지로 억지로 눈을 비벼 떠가며 집앞까지 와서는 그만 쓰러진다.
율희 (입속에서만)엄마...엄마...
눈앞에 집이 점점 희미하게 지워진다.
#4.부엌에서
율희 (소화가 곤란한 듯 가슴을 두드리며)잘먹었어요..
엄마 왜, 더 안먹어? 그거먹고 어쩔려구? 그러니까 자꾸 쓰러지고 그러잖아..
율희 밥맛이 없어...(장난스레)더 먹으면 욱-
엄마 너..
아빠 녀석..(엄마를 보며)오늘 종합검진 결과 나온다고했지? 율희가 같이가면 좋을텐데.
엄마 오늘 2학년 방학하잖아요,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어요..결과보고 상담도 해야하니까..
율희 (옷매무세를 잡으며 무의식중에)나 못가, 오늘 늦어..
엄마 왜 늦어?
율희 어..오디션 연습하기..(멈칫 눈치를 본다) 아니..그게...
엄마 (점점 굳어지는 표정)너, 오디션이라니..?
율희 저기, 이번에 대학로에서 우리선배가 연극을 올리는데...
엄마 (딱 잘라)안돼.
율희 (투정하듯)이번만 봐줘...진짜 좋은 기회야...엄마?
엄마 (단호하게)안돼..병원으로 와..
율희 난 배우가 꿈이야!!엄마 정말 너무해!!
엄마 어쨌든 안돼..이번 방학부턴 엄마가 너 공부좀 시킬꺼야. 각오해..
율희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찡그린 얼굴)학교갈게요..
#5.병원에서
병원앞에 자전거를 대어놓고 율희는 진료실을 찾아간다.
율희 (데스크에서) 엊그제 검사받았는데요, 이율희라고..
간호사 아..보호자분이 상담중이세요..들어가보세요.
율희 네.
살짝 열려있는 진료실의 문. 막 들어가려는순간 율희는 멈춰선다.
엄마 아..암...이라뇨...
율희의 눈이 커지고
의사 유감스럽습니다만..폐암 말기입니다.
눈꺼풀이 작게 떨린다
엄마 ...그럼..수술하면 되는건가요?
의사 약물치료가 최선입니다...수술은 불가능한 상탭니다,이미..
율희의 눈꺼풀이 크게 떨리고, 입술이 타들어간다.
점점 뒷걸음질치며,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메아리처럼 들리는 의사의 말..
의사 이정도 상태라면 호흡곤란이나 소화장애등 여러모로 환자가 힘이들었을텐데요...
하긴..폐암은 이미 손쓸수 없을 때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6.사고
눈을 떴을 때 율희는 진원의 팔에 안겨있다.
진원 (답답한 얼굴로 들여다보며)정신이 들어요?
율희 ...(흐릿한 주위가 점점 또렷하게 보이고)
진원 이봐요,학생...정신이들어요?
율희 네..(진원의 팔을 잡고 힘들게 일어나 쓰러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다)
진원 (한숨을 내쉬며 이제야 화가 나는 듯) 이봐요..!
율희 (고개를 푹 숙인채 말이없다)
진원 아니 자전거 전용로도 아니고, 일방통행로에 그렇게 갑자기 뛰어들면 어떻게합니까! 하마터면 큰일날뻔한거 알아요?!
율희 네..(고개를 꾸벅숙여 인사를 하더니 돌아서서 자전거를 끌고 걷기 시작한다)
진원 (어이없다는 듯한표정으로 탄식.. 율희에게 빠르게 걸어간다)이봐요!(팔을 잡아 돌려세우고) 그렇게 가면 어떡합니까!
온통 눈물범벅인채 울고있는 율희... 진원은 괜히 미안한 표정이 되고 엉겁결에 율희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얼마후.
율희 (손수건을 돌려주며 울먹이는 말투로)감사합니다..(돌아서다가 다시 앞에서서 고개숙여 인사)죄송합니다....저 아무데도 안다쳤으니까..정말 괜찮으니까 신경안쓰셔도 되요..그럼(다시 인사를하고 돌아선다)
진원 (율희를 잡고)잠깐만요, 그래도 모르는거니까,(명함을 내밀며)혹시 아프거나 그러면 연락하세요. 미안해하지말구요. 알았죠?
율희 (명함을받아 주머니에 넣고 괜찮다는듯한 미소)안녕히가세요..(돌아서서 자전거를 타고 진원의 옆을 지나쳐간다)
진원 (율희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내가 잘못한거야,지금...?
#7.탈출
침대에 엎드린채 계속 눈물이 떨어진다.
율희 (중얼거리듯)거짓말..
위염이 심하단다..나을때까지 입원해서 약물치료 받아야 한데..내일 입원하자...(엄마의목소리)가 맴돌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침대밑에서 작은 배낭을 꺼낸다.
율희 (얼굴에 눈물을 닦으며)이대로 죽어갈순 없어..!!
벌써 불꺼진 거실을 지나 조용히 현관을 빠져 나온다.
#8.
떠나려는 버스를 잡아 타고, 어두운 창밖으로 비쳐지는 율희의 얼굴.
율희 (눈물을 닦으며)이것봐..이렇게 말짱한데...
눈물이 반짝이지만 차창에 비추이는 밝은 웃음. 코를 잡고 울음을 삼킨다.
#9.진원의 집
따르르.. 전화를 받는 진원.침대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난다.
진원 어..지원아...
지원(전화) 왜 이렇게 놀래? 내가 전화 잘못했니?
진원 아,아니..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지원 지금 좀 나와줄수 있어?...나 혼자있어..
진원 ..그래..
#10. BAR에서
지원과 나란히 앉은 진원.
지원 (한모금 마신뒤, 술잔을 손가락에 끼고 흔들면서 취한듯이)너..나 좋아했잖아...
(잔을 놓고 턱을 받친채 진원을 보며)아직도 그렇다며?
진원 (웃음섞인 말투)취했어,너..
지원 딴소리는..(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자조섞인 웃음)
진원 ...(혼자 웃음)
지원 이젠 아니라..?흥..(술잔을 들고)하긴..딴남자 좋다고 쳐다도 안볼땐 언제고...
다시 술잔을 잡는 지원을 말리는 진원.
진원 (술잔을 뺏으며)그만마셔.. 가자,바래다 줄게...
지원 (엎드리며)야, 걱정하지마...너한테 귀찮게 안해...
진원 그래 알아, 그러니까 일어나자..(지원을 일으켜 세우고)
#11.
지원을 부축해 데리고나와 차에 태운다. 아무말이없고 가끔 진원이, 창밖만 바라보는듯한 지원의 옆모습을 볼뿐이다.
지원의 아파트앞에서.
진원 (차를 세우고 지원을 바라보고)
지원 ...벌써 다 온거야? (벨트를 끌르며 진원에게 어색한 웃음)
진원 술이 좀 깨? 혼자서 그렇게 마셔..그러지마라.
지원 ...(슬픈미소...고개를 끄덕이며)그래..(차에서 내리려다가 돌아보며)나...헤어졌어.
진원 ......(잠깐 굳은 얼굴, 당황한 웃음)...잘자..
차에서 내린 지원,들어가다가 돌아서 진원의 차를 잡는다.
지원 (창에 붙어서서) 전화해도 돼?
진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12.전화
대학로..오디션이 있을 극단을 찾아간다. 낡은 건물벽에 붙은 벽보를 보고 한참을 서 있는다.
율희 7월 31일...3시.
한참을 걷다가 어느 신호등앞의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멈춰선다.
띄엄띄엄 차가 지나가고 한참을 서있다가 전화박스앞으로 들어간다. 집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점퍼주머니에 전화카드를 넣다가 떨어진 명함한장.
따르르...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진원 여보세요..
율희 여보세요..?
진원 네..(목소리를 모르겠다는듯)누구시죠?
율희 아, 저 어제 사고났던..
차로 한켠으로 차를 세우고 놀란 얼굴.
진원 ...아! 왠일이세요..혹시 어디가 안좋으세요?
율희 저기..그게아니라..
진원 네?!
율희 (머뭇거리다가)..네..
진원 네에-?!
율희 (질끈 눈감고 전화기에 입만대고 아픈척)아아아...다리가 너무 아파서 못걷겠어요..
진원 아니..여보세요? 거기가 어딘데요?
율희 (스스로 모습에 살짝 웃음,코를 막고 웃음을 참고는) 여기가 어디냐면요...(주위를 두리번거림)
#14.
차안에서 율희, 조수석에 앉아 가만히 창밖으로 진원을 보고 있다.
잠시전의 상황..
진원 집을 모르겠다니...그럼 다른거 뭐 생각나는거 없어요?
율희 글쎄..(눈을 찔끈 감으며 주저앉아)아이 참..모르겠네..(슬그머니 고개들어 진원을 본다)
진원 (한숨을 쉬며 중얼거림)아니 왜 이제와서 이러는거야?.. (난감한 표정)
전화를 하던 진원이 흘끗 돌아보자 자는척 눈을 감고, 금방 살그머니 눈을 뜬다.
율희 (입을 삐죽하며)
진원 ...그래..기억을 못하는거 같은데...경찰서에선 날 더러 잠시 보호를 해달라는데..야,야 여자앨 어떻게 우리집에 데리고 가..잘데도 없는...알았어,알았어..으이구, 끊어!
운전석에 앉은 진원, 율희를 보고는 한숨을 푹 쉬고 차에 시동을 건다.
율희 입가에 슬며시 웃음..
#15.병원
X-ray사진이 보이고
의사 (사진을 가리키며)이부분 보이시죠? 지금 이렇게 번져가는 상태입니다. 흠...약물치료로 전이속도를 좀 늦추는 방법이 가장 최선입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침에 혈이 섞여 나올수도 있겠죠...각혈이 심해지면 위험해집니다. 빨리 입원해야죠..
엄마 ...그럼 지금 상태로는 얼마나...
의사 ...입원할 경우 최대 4개월정도...봅니다.
엄마 입원을 안하면요..?
의사 (대답이 곤란한 듯) 흠...글쎄요..
#16.진원의 집
소파에서 굴어떨어지는 진원, 얼굴을 부비면서 잠을 깨고,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려다 안에서 나오는 율희와 마주친다.
진원 (욕실 손잡이를 잡다가 놀래며)어후...(가슴을 쓸며)벌써..일어났어요?
율희 (수건으로 머리를 감고)벌써는요..(씨익, 미소)지금 열시가 다돼가요..
진원 아...(율희를 보고 억지 웃음)그래요...?
욕실로 들어가는 진원의 뒤에서 율희, 머리를 닦으며
율희 빨리 나오세요, 저 배고파요..
진원 (돌아보며 인상 찡그린)
율희 (머뭇거리며)...밥 안먹어요?(중얼거림)...손님 식사대접은 해야되지않나...?
진원 아..(한숨 크고 짧게)
#17.병원
진원은 율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고
의사 흠..왼쪽 발목을 조금 삔 것 외엔...특별한 것은 없는데...
진원 머리쪽엔 문제가 없나요?
의사 네...자세한건 검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시상으로 보기엔 별 문제는 없을것같네요..아프거나, 어지럼증이 있는것도 아니고..(율희를 보며)전혀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나요?
율희 네?..네...전혀...아무것도.(가장 순진한 표정)
진원 문제가 없다면 왜 기억을 못하는거죠?
의사 사고시의 충격으로 그런경우가 있을수도 있어요...아마 그런 것 같군요.
진원 (힘빠진)그럼 어떡하죠?
의사 어느 순간엔가 자연히 기억이 살아나기도 하는데...우선은 며칠있다가 검사결과를 보고 얘기를하죠.
#18.진원의 집
율희,식탁에서 양파껍질을 벗기고 있고 진원은 조리대에 서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율희 (양파에 눈이 매워 눈을 부비면서)아저씬 몇살인데요?
진원 뭐,아저씨..?
율희 (눈깜박이며)몇살이냐구요? 한 스물 아홉..?
진원 참...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냐?(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율희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림) 갑자기 말이 반토막이야...
진원 아저씨가 꼬마한테 꼬박꼬박 말높히리?
율희 안 늙었다면서?
진원 아저씨라며?!
율희 피....아저씨 회사 다녀요?
진원 ...(대답없이 파 썰고)
율희 아저씨, 애인 없어요?
진원 ...(한숨을 푹 내쉬고)
율희 없구나?..하긴 그럴 것 같기도해요..그렇게 말없는 남자, 요즘 인기 없어요..
진원 ..(파 썰다가 칼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율희를 보고)
율희 ..(놀란 눈으로 진원을 살피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난 아니구요...
진원 (어이없다는 듯)그래..
#19.식사
마주앉아 식사. 율희가 먼저 수저를 놓으며
율희 잘먹었습니다..
진원 ..(밥만 계속 먹음)
율희 ..(눈치를 보며)아저씨..?
진원 ...
율희 오빠..! (숟가락을 입에 물고)
진원 (계속 밥만먹으며)왜..
율희 에...설거지 내가 할게요.
진원 ..(율희를 보다가)그래?
율희 ...칫..(중얼거리듯)삐져가지군...삐돌이삐돌이...
진원 (수저를 놓고 일어나다가) 뭐라고?
율희 아,아...설거지나 해야지..
진원이 돌아서자 입을 삐죽이고.
#20.아침
늦게 일어난 율희. 눈을 뜨자 진원은 벌써 출근할 채비를 한다.
율희 (눈을 부비며)어, 아저씨 오늘은 일찍이네요..
진원 그래, 어디 나가지 말고 집 잘보고 있어. 경찰서에서 연락올지 모르니까..
율희 하루종일 여기 혼자 있으라구?
진원 성하지도 않은 다리로 나다니다 다치지 말고, 집에 있어.
율희 (불만인듯입을 부하게 내민, 식탁으로 가서)어, 아저씨 아침은요?
진원 난 원래 건너뛰어.
율희 아니..난 어떡하구? 배고프단말예요..
진원 (oh,my god...)냉장고에 빵이랑 우유 있고, 서랍에 돈있으니까 사다먹어..
율희 나가지 말라며...
진원 (귀찮다는 듯 탁자위에 수첩을 펼쳐 요리집 전화번호를 가리키며)짜장..볶음밥..칼국수..국밥..많지?
율희 (짜증을 참듯 코를 잡고 숨을 참는다)
#21.생각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들어온 진원은 문득 율희가 생각이 난다. 전화를 걸어.
따르르...따르르...
전화가 한참을 울은 뒤 율희가 수화기를 들고, 진원은 안도하듯
진원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율희 (부은 목소리)성하지도 못한 다리로 다칠까봐 천천히 움직이느라구요.
진원 점심은 먹었어?
율희 네,아주 맛있는 짜장면 먹었어요.다..불어터진.
진원 그래..?(율희의 볼멘 소리에 웃음을 참으며)끊자..
율희 어..저기..(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어이없는 듯) 뭐야...
#22.놀람
식탁에 마주앉아 저녁 식사. 얘기중에 율희 자꾸 기침.
율희 오늘 처음 보는 쌀이다..밥아 반가워..콜록...
진원 오늘 뭐 먹었는데,아참..불어터진 맛난 짜장면...(웃음)
율희 콜록콜록...웃지마요, 밥 해먹을거에요,이젠..나 혼자. 콜록...
진원 그래, 해먹어..너혼자 다 먹어..근데 꼬마가 밥은 할줄알아?
율희 콜록...가르쳐줘야지,아저씨가..
진원 밥도 못해?진짜? 너무한다...누가 널 데려가겠냐...
율희 쓸데없는 걱정...콜록...(계속 터져나오는 기침.율희 욕실로 간다)
진원 (계속 밥 먹으면서 소리치는)감기 걸렸어?
욕실에 앉아 기침을 하던 율희의 손에 피가 묻어나온다.
율희 ...(손바닥을 보며 놀란 표정)
진원 어이.. 뭐해,밥 안먹어?
율희 ...(세면대에서 손과 입을 헹궈내며 억지로 웃음,빨갛게 눈물고인 눈)
저녁을 다 먹고 일어난 진원, 부엌으로 들어오는 율희의 얼굴 참 하얗게 보인다.
율희 어, 벌써 다 먹었어요?
진원 너, 얼굴이 왜그래..감기 심하게 걸렸나?
율희 그런가...(이마께를 손으로 짚으며 웃어보이고)
진원 여름감기는 뭐도 안걸린다는데..(놀리듯)너, 설거지 하기싫은데 잘됐다..
율희 아저씨는..
진원 약먹고 자. 내일까진 나아야 해,설거지 당번.
설거지하는 진원의 등뒤로 율희, 침대에 들어가 눕는다.
#23.
출근 준비하는 진원을 율희가 옷을 입고 따라나선다.
진원 갔다올게..
율희 나도 나가요.
진원 어딜?..너 다리도 아프면서..길은 알아?
율희 아이..좀 삔걸뭐..아픈지도 모르겠어요..(진원의 등을 떠밀고 대문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길은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진원 하루종일 뭐하려구?
율희 뭐...여러가지...
진원 넌 참...기침도 계속하면서..
율희 아...다나았어요... 아저씨 늦겠어요..(엘리베이터 열리자 율희 진원을 끌어 타고)
진원 그럼 열쇠 니가 가지고 있어..
율희 (웃으면서) 아저씨, 차는 어떻게 타고가려구요?
진원 아..참.
엘리베이터 열리고
율희 경비실에 비상키 있잖아요..(웃음)빨리 가세요..
진원 (차에타면서)갈게..
두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는 율희.
#24.
길을 따라 걷다가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잠시 생각.버스를 타고.
멀리서 집을 바라보고 서있다. 눈물이 고여서빨개진 눈.
(율희 목소리) 엄마..아빠...
#25.
극단을 찾아간 율희, 학교 선배를 만난다. 어두운 극장안에서.
율희 (두리번거리다 넘어질뻔)
윤석희 어떻게 왔어요?
율희 안녕하세요, 선배님!
석희 어..너 연극반이지? 이름이..
율희 이율희요..
석희 그래..선미가 얘기 많이하던 애가 너였구나..
율희 (함박 미소)
무대 뒷방에서..
석희 기대하고 왔을텐데, 생각보다 무대가 허름하지?
율희 멋진데요! 전 이런데 꼭 서보는게 꿈이었거든요..?
석희 (음료수를 건네며)자, 마셔..오디션 볼꺼라고?
율희 네..(은근한 웃음 애교 떨며) 잘 부탁드려요..
석희 그럼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볼까..자..(종이 건네주며)
율희 이게 뭔데요?
석희 이번에 올리는 작품...연혼...슬픈영혼이란 뜻이야. 이건 우리가 구하는 배역부분 대본이고, 독백장면이야...인물은 너랑 나이가 같은 여고 이학년생이고..읽어보면 감이 오겠지만 우린 절제된 눈물이 필요해.
율희 눈물...이요..?
석희 음..죽었지만 자신이 죽었다는걸 인정하지못하는 인물이야. 물론 마지막엔 받아들이게 되지만...내일모래 오디션때 이걸로 준비해와..
율희 ...(대본을 뚫어지게보다가 석희를 보는 슬픈 미소)네..
#26.
진원 퇴근시간 다되어 집에 전화를 하지만 전화벨만 계속 울리고.
진원 (전화를 끊으며)아직 안들어오고 뭐하는거야...
동료직원(남) 신선배 뭘 혼자 중얼거려요? 아까부터 계속 전화통만 잡고..
진원 아니야..
동료직원(여) 신선배 오늘 데이트 있나보죠...나 몰래 벌써 애인 생기셨나봐..
진원 아이 참..오늘 왜들 이러시나..외로운 싱글 불쌍하지도 않은가들..? (옷입으며)저 먼저 나갑니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차문을 열려는데 누군가 클락션을 울려대고.
진원 (돌아보며 놀란표정)..지원아..
#27.
지원과 밥 먹으러 가서.
진원 (휴대폰을 끊으며 중얼거린)..아직 안들어 왔나..?
지원 뭐야? 오늘 약속있었어?
진원 아니..근데 연락도 없이 왠일이야? 나 못만났으면 어쩔뻔했냐?
지원 못만나긴, 이렇게 같이 밥먹으러 왔잖아..
진원 너도 참..
#29.
계단을 오르며 숨을 몰아쉬는 율희. 헉헉대며 오층까지 오르지만 눈앞이 어지럽다.
오층까지 거의 도착해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지만 갑자기 터져나오는 기침에 중심을 잃고 열쇠를 계단 아래로 떨어뜨린다.
콜록콜록...입을 틀어막고 한손은 가슴을 움켜쥔채 문앞에 주저앉는다. 더욱 심해지는 기침.
#30.
지원의 차안에서 진원은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해보지만.
진원 ....(휴대폰을 닫으며)아직 안들어 왔나...(시계를 보며 걱정스런 얼굴)
지원 아까부터 자꾸...왜?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어?
진원 아니..집에 누가 와 있어서...
지원 여자..?
진원 (지원을 보다가 씩 웃으며)여자는 무슨...어린애야..
지원 어린애...? 설마 숨겨둔 딸내미..?
진원 그래, 내 딸이다!
#31.
오피스텔 앞에서 지원의 차가 멈추고, 진원이 내리고 빠져나가는 차.
경비원 아이구 딱 맞춰 들어오시네...
진원 네?
경비원 엘리베이터 수리 끝나니까 들어오신다고...아까 동생은 걸어서 오층까지 올라갔는데.
진원 네?..네...수고하세요.. (중얼거리듯) 이녀석 와 있었어?!
#32.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쓰러져있는 율희가 보인다.
진원 율희야..!!
볼을 두드려보지만 정신을 차리지못하는 율희,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속으로 빠져들어간다.
#33.
아침, 살포시 눈을 뜨는 율희,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난다.
율희 (기척없이 식탁 의자에 앉아, 턱을 받치고 가만히 진원을 보고 있다)
진원 (찬그릇을 가지고 돌아보다가) 어, 언제 일어났어?
율희 지금요...근데 왠일이에요? 아침에 밥을 다하고..
진원 이게 다 너 때문이야..어쩌다가 내가 너를 떠맡게됐는지...너 어제일은 기억나?
율희 (미안한 듯 딴청)..글쎄...
진원 너 내가 기침 많이한다고 나가지 말랬지..너 그럴줄 알았어..
율희 미안해요...콜록콜록..
진원 저 봐...
율희 걱정마세요...감기 앓는다고 죽는것도 아닌데...
진원 밥이나 먹어..나 나가니까 무슨일있으면 내 휴대폰으로 전화해, 저기 메모해뒀으니까..
율희 밥 안 먹어요?
진원 난 원래 건너뛴다니까..
율희 기껏 채려놓고는...(중얼거리듯)미안하게...
#34.
회사에서
진원 (시계를 보고는 손뼉을 치며)자, 점심시간인데...다들 나가시죠..
동료직원 남 어..신선배가 사는거에요?
진원 아니지..밥값은 더치페이고..(웃음)
동료직원 여 요즘 신선배 무슨 좋은일 있어요? 얼굴이 좋아보여요...
진원 (볼을 매만지며)그래? 뭐 그다지 좋은일도 없는데..
동료직원 여 아니에요, 확실히 뭔가 틀려요...애인 생겼죠?
진원 아닌데...
동료직원 남 에...아니긴 다 봤는데...어제 주차장에서 늘씬한 미인하고 같이...
진원 (장난스레)어...봤어?
동료직원 여 어쩐지...요즘 전화부쩍 많이하는 것 같더라니...때마다 식사 챙기는 그 여자분 맞죠?
진원 식사?(잠시 생각하다)아...걘...(율희의 얼굴이 생각나고,고개를 갸웃) 여자..?(웃음)
#35.
대본연습을 하다가 기침이 심해져 바닥에 쓰러지듯 넘어진다. 기다시피 탁자에 휴지를 뽑아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한다.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한참뒤에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매만지고..갑자기 석희의 말이 생각난다.
(석희 목소리)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물론 마지막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율희 (웃었다가 인상을 찡그리다가,한숨쉬며)내 얘긴가...(웃음)
#37.
둘이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영화는 러브스토리..)
진원 (기지개를 피며)으아아....
율희 (훌쩍이며 눈물을 닦다가 진원의 입을 틀어막으며)쉿!!
진원 쳇....재밌냐?(뒤로 벌렁 누워 눈을 감는다)
율희 (영화 자막이 올라가고 율희는 TV를 끄고 눈물을 닦는다)훌쩍훌쩍...
진원 (율희를 흘깃 보더니)그저 그런 영환데...그렇게 슬퍼, 눈물이 펑펑 날만큼?
율희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요, 안 슬퍼요?
진원 쬐그만게...사랑이 뭔지나 알아?(웃으며 등을 돌려 눕는다)
율희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죽는건 슬플 것 같아요...
진원 (눈감은채로) 언젠가는 다 죽는게 인간인데...그게 빨리 오고, 늦게 오고가 뭐그리 다르겠어?
율희 ...난...그래도 오래 살고 싶은데...
진원 그래...(잠에 취한 목소리)오래 살아...누가 말리냐..
율희 난..오래오래..살고싶은데...(진원의 등을 바라보는 율희의 볼에 눈물 한방울) 난..하고 싶은것도 많고..사랑도 해보고 싶고...근데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쪼그리고 앉은 다리에 얼굴을 묻고)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이럴땐 어떡해야하는데...?
등을 돌리고 누워 잠든 진원과 쪼그리고 앉은 율희.
#38.
회사에서 점심식사후에 커피 자판기앞에서 진원은 율희에게 전화를 하고...따르르...
율희 여보세요?
진원 뭐해?
율희 뭐하긴요...그냥...
진원 점심먹었어?
율희 네...왜 전화했어요? (장난스레) 혹시 나 보고싶어서?
진원 아,아니..뭐...(순간 당황)끊을께.(전화를 끊고, 그런자신이 바보같다)아...참, 내가 뭐하는거야..?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휴대폰이 울리고
진원 여보세요...?네, 제가 신진원입니다...병원이요?
#39.
진료실에서 의사와 마주앉은 진원.
의사 앉으세요..
진원 네...참, 검진결과가 벌써 나왔겠군요..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의사 갑자기 오시라고 연락을 해서 놀라셨죠?
진원 아...뭐...검진결과 때문에 오라고 한거 아닌가요?...혹시 결과에 이상이있나요..? 지난번엔 괜찮다고 하셨지않습니까?
의사 네, 그런데...환자분이 좀 이상해서요...(사진을 꺼내보이며) 종양이 발견이 됐습니다.
진원 ...네?!
의사 그리고, 유감이지만 그 정도가 아주...심각한 상탭니다.
진원 ....(놀란채 아무말도 못함)
#40.
포장마차에 앉아서 소주병을 기울이는 진원.. 허탈항 웃음..
의사목소리 빨리 보호자를 찾아서 입원을 해야합니다. 언제 위험해질지 지금으로선 전혀 가늠이 불가능하군요...이런 상태라면 통증도 매우 심할텐데...
진원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어본다.
의사목소리 진통제입니다..우선 환자에게 주세요..
약병을 꼭 쥐어보더니 소주를 병채로 들이킨다.
#41.
아침..소파에서 자던 진원이 눈을 뜨자 부엌에 서있는 율희가 보인다.
진원 (눈 비비며)뭐하는거야?
율희 어, 일어났어요? (살짝 흘겨보는눈)아저씨...오늘 아침에 나 일부러 밥 시킬려구 어제 그런거죠?
진원, 식탁 앞에 서서
진원 뭐..?
율희 술이 떡이되선...아우..(손을 저으며)됐어요, 오늘은 내가 봐줬다..
진원 ...(조심스럽게)안..아프니?
율희 (돌아보며)치.. 내가 아픈게 걱정이 되긴되나?
진원 ...아니야...빨리 먹어, 아침.(반찬그릇을 밀어주며)어서...
율희 같이 먹어요, 콩나물 국 끓였어요.(국 그릇을 진원앞에 놓으며 냄세맡는 시늉)음...맛있겠다.
진원 ...그래, 그러자...
#42.
진원이 현관을 나서자 따라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율희.
율희 (고개숙인 진원의 얼굴에 바짝 다가서며) 아침내내 기분이 왜그래요?...아저씨!!
진원 아니야...(엘리베이터 문열리자 타면서)들어가..아참 그리고 탁자위에 약병있을거야..기침에 좋대, 가슴 답답한거에도...챙겨 먹어. (진원의 표정이 어둡다)
율희 (웃으며 장안스레) 내가 뭐 환잔가.. 그냥 감긴데..
진원 (발끈) 먹으라면 그냥 먹어!
잠깐의 침묵..진원이 율희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율희 '설마'하는 표정.
율희 ....(닫히는 문을 잡고서서)아저씨..!!혹시...
진원 (멈칫, 웃어보이며)야...너 다시는 밥한다고 설치지마..맛없는거 억지로 먹느라 혼났다...갈게.. (어색한 웃음으로 고개를 돌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율희 아저씨...(엘리베이터에서 비켜서며, 뭐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문이 닫힌다)
#43.
진원은 하루종일 회사에서 안절부절이다.
동료직원 여 신선배, 무슨일 있었어요? 한동안 안피더니 오늘은 계속 담배만 피고...
진원 (담배를 끄며) 아니야...
동료직원 남 인주씬 뭘 그런걸 물어..
동료직원 여 네?
동료직원 남 척하면 딱이지...애인하고 사랑 싸움한거아냐...분위기보면 모르냐?
진원 아니야, 그런거...일이나 해..
동료직원 남 (당황하며)어...이거 살벌해지네...(여직원에게 속삭이듯)봐, 맞지?
진원 (버럭 소리지르며)강민구씨, 할 일이 그렇게 없어? 일 좀 많들어줄까?
동료직원 여 (수화기를 들고)저기 신선배 전화받아요...여자...
진원 (잠시 멈칫 하더니 율희인줄 알고 급하게 수화기를 든다)여보세요? 너 어디 아파?..여보세요?
지원 목소리(전화) ...나야.. 누구 전화 기다리는중이니?
진원 (의자뒤로 기대며 눈을 감는다)...아니야.
#44.
율희 탁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히 약병을 들여다보고 있다.
(율희목소리) 뭐지...아저씨, 좀 이상했어. 혹시 알아버린건가? 어떻게...?
다리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더니 일어나 목욕실로 간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거울을 들여다 본다.
율희 (큰소리로)딴생각하지마, 이율희...내가 하고싶은것만 생각하자...모든건 그 다음이야...
세면기에 물을 틀고 세수를한다.
#45.
대학로에서 율희 엄마는 율희의 연극반 친구 혜주를 만난다. 같이 걸으며.
혜주 율희가 집에서 나가있는지 몰랐어요...어머니께서 연극 못하게 하신지도....몰랐구요.
율희 그런애긴 안했는데....
율희 엄마 ...그러니?...그런데..오늘 그 극장에 오는건 맞니?
혜주 네, 그럴거에요...오디션 보겠다고 많이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선배언니가 그러는데 얼마전에 그 극단 선배님 만나고 갔대요...
율희 엄마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는다)그래..?
#46.
콜록콜록... 율희는 버스에서 내릴때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어두운 극장안에 들어오자 더 심해지기 시작하고..
대기석에 앉아 있다가 심사하러 들어오는 석희와 눈이 마주친다. 웃어보이며 잘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석희. 율희는 살짝 웃어보이며 인사를 하지만 더욱 심해지는 기침..
심사원 ...네, 됐어요...수고했습니다...다음 11번 이율희....준비해주세요.
율희, 입을 막고 있던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대위로 올라간다.
율희 11번 이율희입니다..
심사원 네...음, 학교에서 연극활동을 하고 있네요...준비한 것 해보세요..
율희 네...(목을 가다듬으며)흠흠...
.....내가 죽었다고..? 아니야, 난 이렇게 멀쩡한데..?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슬퍼하고...이렇게 눈물 흘리는데? 난 죽지않았어 아니...죽지않아!!....난 하고싶은일이...너무나 많았다구.....
(볼에 눈물 흘리며)...난 사랑이 필요했을뿐인데....왜 이런 모습이 되버린거지...?
#47.
객석 뒤편에 앉아 율희를 지켜보는 율희 엄마. 눈물이 글썽이고..그때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하며 쓰러지는 율희..율희 엄마는 손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는다.
혜주 (벌떡 일어나 무대로 뛰어내려가며)율희야!!
율희엄마 비틀거리며 일어나 율희에게로 다가간다. 무대위에 쓰러진 율희,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을 밀쳐내고 율희 엄마는 율희를 끌어 안는다.
율희엄마 (흐느끼며)율희야?..엄마야, 눈좀 떠봐...율희야..?빨리,빨리 앰뷸런스 좀 불러줘요...
#48.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자 진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진원 나왔어...(여기 저기를 살피며)어디있어?
집에 들어와서 율희를 찾지만 보이지 않고..진원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진원 어딜 간거야...
무작정 밖으로 나가 동네 여기저기를 찾아보지만, 율희는 보이지 않고.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온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이미 어두워진 문앞에 누군가 서있다.
진원 ..꼬마니?...너...
지원 나야...
진원 ...(한숨을 내쉰다)
#49.
소파에 앉아있는 지원에게 진원이 커피잔을 건넨다.
진원 왠일이야, 집에까지..?
지원 낮에 목소리가 이상하길래...(진원의 이마를 대보려는 듯 손을 뻗으며)너 어디 아픈거야?
진원 (지원의 손을 피하며)아니야...괜찮아..
지원 ....꼬마가 누구니?
진원 ...뭐?
지원 반응이 왜그래? 너 아까 날더러 꼬마라고 그랬잖아...누구 오기로 했어?
진원 ...아니...지원아...
지원 응?
진원 ...미안하다, 내가 좀 피곤하다...
지원 ...(피식 웃으며)나 바람 놓는거야?...그래, 갈께...(살짝 흘겨보며)너 그렇게 아픈시늉 아니었음 오늘 안왔어...
진원 미안해...
지원 됐네...(웃음)갈게...
#50.
율희가 잠에서 깼을 때, 침대 옆에 엎드려 잠에든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율희 (엄마의 얼굴을 보다가 가만히 주변을 돌아본다)...
똑똑...노크소리와 동시에 간호사가 들어온다.
간호사 어머 깼어요?
율희 (엄마를 가리키며)쉿...!
간호사 (미소..고개를 끄덕이며 작은소리로)혈압 좀 잴깨요...
간호사가 나간뒤에 율희는 엄마의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본다.
율희엄마 (눈을 뜨고 율희를 본다)언제 일어났어..?
율희 나보다 엄마가 더 환자같아...(웃음)
율희엄마 (율희의 볼을 매만지며)우리딸..너 엄만 하나도 안사랑하지? 걱정만시키고...
율희 엄마...얼마나 보고싶었는데...
#52.
율희 엄마 창앞에 서있고 율희아빠, 율희의 침대곁에 앉아있다.
율희 엄마!...(애원하듯)아빠...!!
엄마 안돼!(율희를 돌아보며 소리지름) 그만큼 걱정시켰으면 됐어...너 그 몸으로 연극하겠단 말이 나와? 니가 엄마 아빨 생각한다면 그런말은 못할거야...
율희 엄마!!
아빠 (율희 어개를 잡으며)율희야...지금은 니가 힘들어서 안돼...조금만 쉬었다가....
율희 (이불을 움켜잡고)내가 바보야?
엄마 ..뭐?
율희 (울먹이는 목소리)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앤줄 알아? 조금만 쉬었다가 하라구...?
아빠 율희야!!
율희 (눈물 떨어진다)나 죽는다며!!
엄마 ...(눈물 떨어지며) ...!(놀란표정)
율희 병원에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아..내 시간은 이미 정해졌어.
엄마 너...
율희 처음이고...내 마지막이 될꺼야...내힘으로 오르는...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야...꼭...할꺼야.
엄마 못된녀석...(병실을 나간다)
율희 흑흑..(이불을 쓰고 누워 울음을 터트린다)
#53.
의사와 마주앉은 율희 엄마.
의사 ...환자가 원하는대로 해주세요..
율희엄마 선생님..!!
의사 유감이지만...율희양이 하고싶은걸 하도록 해주는게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도 훨씬 줄을테고...상당히 진전이됐는데도, 겉으로는 저렇게 징후가 크게 보이지 않는게...솔직히 좀 놀랍습니다.
율희엄마 (떨리는 목소리)그말씀은...정말 아무 방법도...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의사 마음을 편하게 해주세요...(잠시 침묵)미안합니다.
율희엄마 (얼빠진듯한 표정, 울음을 참듯 입을 틀어막는다)
#54.
불꺼진 병실에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율희는 자는척 고개를 돌린다.
율희 옆에 앉아서 율희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조그맣게 속삭인다.
엄마 엄마 맘을...이렇게 몰라...엄만, 아직 준비가 안됐단말이야....(눈물을 닦으며)..벌써 넌 떠날준비를 하고있는데...엄만 널 보낼수가 없을 것 같아...
율희의 감은 눈 끝에 눈물이 맺힌다.
엄마 너를 내옆에 더 잡아두고싶은건...내 욕심일까?...우리딸...엄마가 미안해...정말..미안해...
율희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55.
따르르...따르르....율희는 진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지만 진원은 받지않는다.
엄마 아까부터 어딜 그렇게 전화해?
율희 응?..어, 아니야...나 외출되는거야?
엄마 (옷장에서 옷을꺼내다 한숨, 돌아보며)...너 엄마랑 약속해...연극전까지 언제라도 엄마보기에 힘들어보이면 관두게 할꺼니까..다른 말 안하기로.
율희 ...응(고마워하는 웃음)엄마, 고마워..
엄마 대신 어설프겐 하면안돼, 너 내딸 안할꺼야.
율희 (활짝 웃음)물론이지..!!
#56.
엄마와 함께 석희에게 찾아간 율희..엄마가 석희와함께 얘기를 나누는 동안 진원의 휴대폰에 전화를 건다.
따르르...지금은 고객이 전화를 받을수없으니...삐...
율희 아저씨?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요? 미안해요, 말도없이 나와서...걱정 마세요..저 집에 왔어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그리고...사실, 아저씨한테 거짓말했었어요...정말..미안해요. 일부러 그런거 아니니까...미워하지 말아요..제 이름은..이율희에요..아저씨...또 전화할께요...전화...다음엔 받으면 좋겠어요...
#57.
석희 율희, 잘할수있겠니?..힘들거야..
율희 ...엄마가 말씀드렸어요?(애써웃으며)...그럼 안돼는건가요?
석희 넌 환자야.
율희 전 배우에요...(눈물 글썽이며)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배우가 되고 싶은거 뿐이에요...
석희 1회공연에...너 올릴거야. 그게 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우린 그 공연이 시작이야...널 믿어볼게...잘해.
율희 선배님....
석희 선생님이라고 해, 여기선 내말이 법이다?!(미소)
#58.
퇴근해온 집앞에 서서 열쇠를 찾다가 벽에 기대어 한숨을 쉬고는 집으로 들어간다.
소파에 걸터앉아 뒤로 기대어 눈을 감고 중얼거린다.
진원 귀찮은 녀석이 없어졌는데...(허탈하게) 아...좋다!!
탁자위에 휴대폰을 들고는 음성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금방 놀란표정이 되어..율희의 말이 생각이난다.
(율희 목소리)...그래도 죽는건 슬플 것 같아요...난 오래오래 살고싶은데....
진원은 휴대폰을 침대위로 집어던지고 넥타이를 끌러내며 화를낸다.
진원 목소리 지가 어떤 상태라는것도...그럼 알고있었단 말이야?
움켜쥔 타이를 바닥에 팽개친다.
#59.
침대에 업드려 대본을 외우던 율희는 드러누워 갑자기 진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벌떡 일어나 전화를 드는 율희. 따르르...따르르...
진원은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전화를 받는다.
진원 (차문을 열고 타며)여보세요...
율희 (반가움에 웃음이 나고) 아저씨, 율희에요..
진원 (무표정, 화난듯한 말투)...누구라구?
율희 ...저(겸연쩍은 목소리)...아저씨 화났을거란거 알아요...그래서 미리 말했잖아요,미워하지말라고....
진원 ....너 아픈것도...알고있었어?
율희 ...어쩔수가 없었어요...
진원 ...그래...그랬겠지.(한숨 치밀어 오르는 화)...그만 끊자..그리고, 나 너 걱정 안하니까 이제 전화안해도 돼...
율희 아저씨...
진원 건강해지길 바란다...(휴대폰을 닫으려는데)
율희 잠깐만요!...아저씨 걱정할까봐 전화한거 아니에요..
진원, 가만히 다시 전화를 귀에대고.
율희 너무...보고싶어서 한거에요.....
율희, 말을 한 뒤 잠시 침묵..전화를 끊어버리고, 진원은 그런뒤에도 한
동안 전화를 귀에서 떼지못하고 있다. 뚜..뚜..
#60.
햇빛에 잠이 깨난 진원, 소파에서 일어난 자신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진원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그며칠 잤다고 습관이 됐나..?
허탈한 웃음만 자꾸 웃는다.
#61.
율희엄마 (운전을 하다가 율희를 보고)율희야..?
율희 (깜짝 놀라며)어..? 엄마 불렀어?
율희엄마 ...얘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힘들지?연습하기...
율희 (웃어보이며)뭐,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율희엄마 하긴...이제 이틀만 고생하면 정말 무대에 오르는거지? 우리딸 대단해...
율희 엄마도 참...(창밖을 보며 작게 한숨)
#62.
연습을 하다가 잠깐 앉아쉬는 사이, 율희는 휴대폰을 꺼내든다.
율희 (진원의 번호를 누르고 가만히 귀를 대고 있다)...
따르르....고객이 전화를 받을수 없으니 소리상으로....삐....
율희 (미소)다행이다..아저씨 전화 받으면 그냥 끊어버릴려고 했는데...나한테 화낼까봐 무서워서 전화도 못하겠다...아저씨?...음, 나 안보고 싶어요? (수줍은 웃음) 난 보고싶은데...아저씨, 나 공연해요...말한적없죠? 내꿈이 배우란거...아저씨한테 내 진짜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토요일 일곱시, 대학로에요...꼭 왔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전화를 끊고 혼자 중얼거린다.
율희 어쩌면..또 거짓말했네...(자기머리를 쥐어박으며)...나...아저씰...좋아하나..?
#63.
진원은 하루종일 귓가에 율희의 말이 맴돈다.
(율희 목소리)토요일 일곱시, 대학로에요...꼭 왔으면 좋겠어요..
시계는 다섯시를 가리키고, 진원은 담배를 입에물고 사무실을 나와 휴게실 창앞에 멍하니 서있다.
(율희 목소리)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진원은 담배를 비벼끄고 사무실로 들어와 자켓을 챙겨든다.
동료직원 남 ..부장님, 우리 오늘 3차까지 확실하게 가는거죠?
진원 저 먼저 나갑니다.
동료직원 남 어..신선배 오늘 회식인데...
진원, 뒤도 안돌아보고 손만 흔들고 간다.
#64.
대기실 구석에 앉아 있는 율희..가만히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다. 석희가 옆에와도 모른채.
석희 뭘 그렇게 생각하니..?(눈을 찡긋하며 속삭이듯)혹시 겁먹은거야?
율희 아이...무슨 말씀이세요...제가 타고난 배우라고 선생님이 그러시지않으셨나...?
석희 그랬던가,내가..?(웃음터트리고)..잘 할수있지?...난 마구 기대가 된다. 이율희의 첫공연..
율희 ...(거울속으로 석희를 바라보며) 최선을 다할거에요...(속으로 다짐한다)날 위해서...
#65.
극장 앞에서 진원은 꽃다발을 들고 한참을 망설인다.
어두운 극장 안..들어갔을땐 이미 공연은 막바지에 이르고 제일 뒷줄에 앉는다.
율희 난 다른걸 원한게 아니었어...그냥 당신이 날 봐줬으면 했던 것 뿐이야....날 좋아하지않아도...날 사랑하지 않아도...내가 사라진 빈자리를 아파해줬으면...했던것뿐이야...(눈물섞인 웃음) 그래 이젠 알것같아...당신이 날, 그렇게 가끔씩이라도 기억해주는거...날 사랑했었다는거...단지 내가 몰랐다는거....그리고 당신도 모르고 있었다는거...(웃음)
진원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바보녀석...
율희 사실은...나도 몰랐어. 내가 당신을 사랑했는지...안녕...
진원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흐르는 웃음)후후...
#66.
석희 잘했어..(율희를 끌어안고)
율희엄마 멋졌어..너무 잘했다 우리딸...
율희아빠 (말없이 웃으며 안아주는)...
축하인사를 받으면서도 계속 누군가를 찾다가 율희는 극장밖으로 나가 두리번거리며 진원을 찾는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보는 율희눈앞에 꽃다발이 가로막고 그 뒤로 진원의 얼굴이 보인다.
율희 (활짝 웃으며)아저씨..!!
진원 (율희 코를 꼬집으며) 이녀석...제법이던데?
율희 (수줍어하며)다 봤어요?
진원 ...(미소)마지막에 조금...
율희 (꽃을 꼭 안으며)에...
진원 ...너 그래도...제법 멋지더라..
율희 ....(가만히 진원을 보다가 꽃다발을 넘겨주며)아저씨, 잠깐만요...(어디론가 뛰어가는)
#67.
두시간째 달리고있는 진원의 차안..잠이 들었던 율희는 팔을 뻗으며 하품을 한다.
진원 (율희를 보다가)너 정말 제멋대로인거 알아?
율희 (장난스레 웃으며) 뭐 아저씨만큼이야 하겠어요?(중얼거리듯)삐돌이...
진원 뭐야?
율희 피...하나도 겁안나네...(눈 비비며)
진원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씀드렸어? 너 이렇게 마음대로 다녀도 되는거야?
율희 (창밖을 보며 한동안 말없다가)...나 꼭 바다로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진원 이녀석, 말 돌리네?
율희 음.. 의사 선생님한테 부탁드렸죠- 좋은 사람하고 좋은데 가고싶은데 엄마한테 말 좀 해달라구..
진원 (웃음) 바다 한번도 못가봤어? 그래서 갑자기 바다가자고 졸랐던거야?
율희 (입을 삐죽이며)뭐...아저씨, 나랑 와서 좋은거 다 알아요...
진원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그래그래...너맘대로 갖고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놔..
율희 (진원의 옆모습을 웃음,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좋은 사람이랑 젤 먼저 해보고 싶었던 일이 바다에 가는 거였어요...
진원 ...(그냥 미소..)
#68.
아직 어두운 바다...차안에서 진원과 율희는 가만히 먼 바다를 보고 있다.
율희 (기침하며)아저씨...나 안밉죠?
진원 뭐..?
율희 나 안 밉죠?...나 거짓말하고 아저씨 귀찮게했던거...괜찮죠? 나...안 미워하죠?
진원 ...(딴청부리듯)글세...
율희 ...(진원을 말없이 빤히 쳐다보고)
진원 (율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훗...그래..내가 널 미워했음 너 공연하는데 갔겠냐?
율희 (활짝 웃으며)그럴줄 알았어요...(창밖을 보며)아저씨..
진원 ...?(율희의 옆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율희 (투정하듯)근데 난, 아저씨가 첨엔 얼마나 얄미웠는지 몰라요..막..짜증내고...
진원 (율희를 쥐어박는 시늉을 하며)뭐야..?
율희 (웃음)..근데 금방 아저씨가 좋은 사람인걸 알아버렸어요...나 아프다고 밥챙겨주고 걱정할때...그리고 매일 잘있나 때마다 전화하고...
진원 흠...내가 그랬던가..?
율희 (기침이 점점 심해지며)나 장난아니고 정말이에요...콜록콜록..(가슴을 붙잡고 앞으로 쓰러지려고 하자)
진원 너 괜찮아? (율희의 어깨를 잡는다)
율희 (가만히 진원의 가슴에 기대며)이렇게...조금만 있어도 돼요...?(눈을 감고 잠이든다)
진원, 율희를 안고 가만히 등을 토닥인다.
#69.
진원의 어깨에서 눈을 뜬 율희, 가만히 잠든 진원의 얼굴을 보다가 주변이 점점 밝아오는걸 느낀다.
율희 (진원을 흔들어 깨우며)아저씨..아저씨...
진원 (눈 비비며)어..언제 깼어?
율희 저기봐요...해떠요,해.. 우리 내려요..(차문을 열고 백사장을 가로질러 바닷가에까지 뛰어간다)
진원 어,어..(차에서 내려 따라가며 율희의 뒷모습을보며 미소)
바닷가에 약간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두사람..멀리를 보고 서있다.
율희 (진원을 보며 두손으로 입을 모아)아저씨..!!
진원이 돌아보자 율희, 모른척 딴곳을 보고 있다.
진원 (웃으면서 다가가)뭐야...
율희 (살짝 흘겨보며 진원에게 팔장을 낀다)..
진원 (잠시 놀라다가 장난스레)내가 그렇게 좋냐?
율희 ...(진원을 빤히 올려다보며)네..(고개를 끄더인다)
진원 하하...(할말이 없어 웃음으로 넘기고)
율희 (장난치듯) 웃지말아요, 진짜니까..
진원 (웃음으로 율희를 바라보며)...
진원,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하고 율희는 가만히 서서 진원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해변에 두사람의모습 멀리서 보이고.
작아지는 진원의 뒷모습을 보며 율희, 손모아 소리지른다.
율희 아저씨..!! 사랑해요..
진원, 멈칫 섯다가 돌아보고.
율희 아저씨..!! 사랑하는 것 같아요... (스르르 주저앉고)
진원, 놀라서 달려온다.
율희 (중얼거리듯) 처음이라서... 마지막인줄도 몰랐나봐요...
#70.
병원복도 의자에 고개숙이고 앉아있는 진원
율희 엄마 저...
진원 (고개를 들고 누군지?)...
율희 엄마 율희..엄마에요.
진원 (일어나며)...네...죄송합니다.
율희 엄마 ....(진원의 옆에 앉으며) 고마웠어요..율희 잘 챙겨줬다구요..
진원 (할말이 없다)
율희엄마 ...(물끄럼 진원을 바라보다가)이거..받아요.
진원 (뭔가보는)...?
율희 엄마 율희 수첩이에요..아빠보다도 엄마보다도... 진원씨 얘기가 더 많더군요.
진원 (멈칫 수첩을 받은 손이 흔들린다)
율희 엄마 정말...고마웠습니다...율희 만나보시겠어요?
진원 율희엄마를 보고, 율희 엄마 눈물.
#71. 중환자실
커튼이 쳐진 사이로 호흡기를 물고 누운 율희가 보인다.
진원, 가만히 보기만하고.
율희 엄마 (귓가에대고) 율희야...아저씨 오셨네...인사해야지.
진원 ...(눈이 붉어짐) 율희야..
여전히 꼼짝않고 감겨있는 눈.
진원, 율희의 퉁퉁부은 손을 꼭 잡는다.
(속으로)...안녕..
#72.
초췌해진 얼굴의 진원.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
일어나 앉아 담배를 찾아 물다가 옆에 율희의 수첩을 보고 열어본다.
눈물이 흐르고 담배를 문 입술이 흔들린다.
#73.
몇 년 후.. 진원 부엌에서 커피를 타고있고.
(지원 목소리) 진원아...
진원 어...다 됐어..(서둘러 커피를 들고 나가는)
지원, 잔뜩 널려진 침대위에 앉아서 뭔가 보고 있다.
지원 (장난스레)신진원 아직 못잊어 가슴 아픈 여인이 있어?
진원 뭐..?
지원 (수첩을 보이며) 꼬마 연인..맞지?
진원 (수첩을 받으며 조용한 웃음)...이게 아직 있었네?
지원 (일어나 진원의 허리를 껴안으며 위로하듯) ...봐준다..
진원 (흘깃 돌아보며 이마를 툭 친다) 뭐야...
둘이 살포시 포옹하며 클로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