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을 정글지방이라고 한다면
발리 스미냑은 한국의 청담동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마디로 우붓은 산골 촌동네, 스미냑은 도시라는 뜻이렸다
촌사람 이제 도시로 진출합니다
택시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다
스미냑 정문 앞의 바리케이드가 이렇게 견고하다
견고한데 또 아름답다
택시를 정차시키고 우리 두 사람 확인하더니 택시 트렁크를 열어 짐까지 확인한다
음~~ 믿음이 가는 경비였어
그런데 저 육중한 바리케이드가 수동으로 올리고 내리는 거였다
힘이 많이 들 것 같은데 경비원은 미소를 지으며 올린다
플루메리아 꽃목걸이 받고 엄청 좋아라 웃고 있는 나
이런 이벤트 너무 좋아요
메릴린 먼로가 잠옷대신 뿌렸다는 향수 샤넬 넘버 5의 주재료로 사용된다는 꽃이다
발리에선 '캄포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태국에선 '릴라와리'로 불린다
바다 앞의 가든 뷰를 갖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아기자기한 조경이 낯선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이고 편안함을 준다
조식 먹으러 가거나 수영장에 갈 때
건물의 복도를 통해 가지 않고 이 가든으로 걸어 다닌다
조식당 위치가 아름다운 가든 안에 있다
직원이 안내할 때 이틀 연속 같은 자리로 갔더니
아, 어제 앉았던 자리로 가려고요?
하며 우릴 기억한다
특이하게도 그날의 커피와 그날의 특별요리를 하나씩 주문하라고 한다
요리와 커피도 날마다 바뀐다
짠딸 열심히 주문해서 맛보기
나는 한 입만 줘~~~
더 특이한 점은 주문하면 코코넛 워터를 마실 수 있게 직접 잘라서 통째로 가져다준다
망고도 깎아다 주고
매일 코코넛워터를 주문했다
코코넛 워터는 컵에 옮겨담으면 영 분위기가 안 나고 맛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이렇게 열매에 담긴 채로 먹어야 한답니다
(이건 나만의 법칙)
대신 이 코코넛 워터는 짠딸이 한 입만 줘 ~~~~
분리수거함이
이렇게 예쁜 부겐빌레아 꽃 앞에 있으면 누구나 조신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밖에 없겠다
시골에 있다가 도시에 입성해서 놀라운 걸 발견했다
세상에
엘리베이터 버튼이 꾹 누르는 방식이 아닌 터치식이다
터치식 엘리베이터 본 적 있으신가요?
신문물을 영접한 듯 우리 둘이 신기해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못 본 것 같은데
(대한민국에서 너무 시골에 살아서 그런가)
그리고 시골 우붓에서는 아날로그식 팻말만 보다가(대통으로 만든 상형문자)
청소를 원한다거나 조용히 쉬고 싶다는 의사도
이렇게 안에서 버튼으로 표시한다
얄팍한 종이고리만 보다가 신문물 접한 촌뜨기처럼 신기해하니
짠딸은 태국호텔 대부분 이렇게 버튼식으로 한다며 날 더 촌뜨기로 만든다
그려 나 촌뜨기여!
온 유럽을 다 헤집고 다닌 촌뜨기인데 아직 이런 거 못 봤단 말여
또 하나의 촌뜨기 짓을 고백합니다
가든에 있는 화장실에서의 일이다
(이쁘게도 꾸며놨네)
수영장에서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하고 들렀었다
화장실 남 녀 표시를 보고
아, 딱 보니 여신이네
여긴 여자화장실을 여신님으로 표시했구나 하면서 문을 벌컥 열었다
으악!
눈앞에 남자들의 소변기가 쫙~~~~
(다행히 사람은 없었다)
깜짝 놀라 반대편 문을 보니
너무나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여신이 여기에 있었네
저쪽 남자가 왜케 화려하게 장식했다냐 하면서 머쓱해하기
혼자만 당한 게 억울해
가는 길에 기어이 짠딸을 화장실 앞까지 데려가
내가 혼동할 만하지?
하고 애써 동조를 구한다
짠딸이 동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리조트의 풀장은 인피니트 풀이다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 이용할 때마다 감탄하곤 하는데
이곳은 그동안 이용했던 인피니트 풀에 비해 바다가 상당히 가까워 놀랐다
그리고 바다에 이는 파도가 제법 강해 선베드에 앉아 감상하는 맛이 정말 좋다
그야말로 멍 때리기 딱 좋은 풍광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선베드에 앉아서도 책을 읽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파도멍이다
짠딸은 호기 있게 물속에서 바다를 보며 책 읽기를 즐기다가
나보다 더 진한 수영복 자국을 만들었다
지금도 긁적긁적
다행히도 허물이 벗겨지진 않았다
이 풀장에 처음 나왔을 때
마치 신들이 사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풀 중간중간에 세워진 하얀 대리석 조각품들이 신성한 구역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 질 녘의 수영이 환상적이다
뜨겁지도 않고 분위기 좋고
저 풀장 끝에서 몸을 담그고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참 특별했다
아침 일찍 나온 날에는
해가 구름 속에 숨었을 때 얼른 수영을 하고 해가 나오면 다시 선베드로 들어오기를 반복했는데
살짝 비가 뿌리면 더없이 좋은 수영타임이다
물 위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동그라미도 예쁘고
얼굴에 톡톡 내려앉는 빗방울 감촉도 아주 기분 좋다
비 내리는 여름날의 수영,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로망이다
하지만
내 로망을 실현시킬 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의 여신이 손에 물을 적셔 조금씩 뿌려주는 정도
리조트의 꽃은 역시 수영장이다
마주칠 때마다 미소로 인사하는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오래 기억날 거야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