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효도 (2024.7.7)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깊고 넓고 소중한 것이 부모님에 대한 효도입니다.
오늘은 효도에 대해 법문을 하겠습니다.
6.25 전쟁 당시에 태어나 부모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란 청년이 세월이 지나서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가슴 벅찬 이야기입니다.
눈이 수북이 쌓인 어느 겨울날에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를 나이 지긋한 미국인과 젊은 한국 청년이 걸어갑니다.
눈을 해치고 두 발이 무릎까지 빠지면서 골짜기를 더듬어 들어간 두 사람은 어느 초라한 무덤 앞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이곳이 너의 어머니가 묻힌 곳이다.”
미국인이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후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일입니다.
한 미군 병사가 강원도 골짜기로 후퇴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어디에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눈구덩이 속에서 들려 왔습니다.
아이를 꺼내려고 눈을 치우던 미군 병사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아이가 어머니 품에서 옷에 둘둘 말린 채 울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눈 속에 묻혀 있던 어머니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습니다.
남쪽으로 피난을 가던 어머니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눈에 갇히자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기가 입은 옷을 모두 벗어 아이를 감싸 안고 자신은 얼어 죽은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한 미군 병사는 언 땅을 파서 어머니를 묻고 갓난아이를 자기 아들로 키웁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청년이 되자 그 옛날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청년의 어머니 산소를 찾아온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청년은 눈이 수북이 쌓인 무덤 앞에서 두 무릎을 꿇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무릎에 쌓인 눈을 녹였습니다.
한참을 울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고 이윽고 알몸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무덤에 쌓인 눈을 정성껏 치우고 벗은 옷으로 무덤을 덮기 시작합니다.
옛날 어머니가 옷을 모두 벗어 아기인 자신에게 입혔던 것처럼 무덤을 덮었습니다.
마치 어머니에게 옷을 입혀 드리듯이 어머니의 무덤을 모두 자기 옷으로 덮었습니다.
“어머니, 그 날 얼마나 추우셨어요?”
청년은 무덤 위에 쓰러져 목을 놓고 통곡합니다.
우리는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많아도 어느 한순간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서운한 마음을 갖습니다.
잘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두고두고 후회할 행동을 저지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이 살아계신 병사도 있고 이미 돌아가신 병사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헤어진 이혼 가정도 있겠지요.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은“나를 낳아주신 참 고마운 분이다”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하고 날마다 감사 기도를 하기 바랍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사람은 부대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전화하고 편지를 쓰기 바랍니다.
하루 한 번씩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기 바랍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을 생각하며 고마움을 기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씩씩한 목소리로 부모님께 전화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여러분의 따끈한 체온을 편지봉투에 보냅니다.
외박이나 휴가 때 하루 한 끼는 반드시 가족과 식사하여 밥 잘 먹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여러분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도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효도합니다.
효자를 두려거든 하루에 한 번씩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꼭 갖기 바랍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아버지가 부모님을 위해 하루 한 번씩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효자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부모님의 옷에 묻는 흙먼지를 털어줄지 몰랐습니다.
제 아이의 눈길이 가는 것은 사주면서도 부모님의 눈길이 멈추는 것은 못 본 체하였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아이가 추울까 봐 따끈한 어묵이나 호떡을 사주면서도 부모님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불교는 효 사상이 어느 종교보다 강합니다.
효에 대한 경전은『부모은중경』과 백중날(음력 7월 15일)에 많은 스님과 사람들에게 정성껏 공양하여 지옥에 어머니를 구한 목련존자의 효행을 다룬『목련경』과『우란분경』이 있습니다.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입니다.
길가에 뼈 한 무더기를 발견하고 부처님이 공손히 큰절을 올리자 제자 아난이 깜짝 놀랍니다.
아난은 부처님의 4촌 동생으로 평생 부처님의 곁에서 모신 제자입니다.
“이 뼈는 전생에 내 조상이거나 부모였다. 그래서 내가 절을 하였다.”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제자들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십니다.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서, 수미산을 백천 번 돌다가 가죽이 터져 뼈가 나오고 골이 다 닳아도 부모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흉년이 들어 부모에게 살을 오려내고 뼈를 갈아 백천 겁을 봉양해도 은혜를 다 할 수 없다.”
부처님은『부모은중경』에서 열 가지 은혜를 말씀하셨습니다.
①아기를 가져 보호하신 은혜
②해산할 때 고통을 받으신 은혜
③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신 은혜
④쓴 건 삼키고 단 것은 뱉어 먹여주신 은혜
⑤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주신 은혜
⑥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⑦똥오줌을 가려주신 은혜
⑧먼 길 떠나는 자식을 걱정하신 은혜
⑨자식을 위해 모진 일을 다 하신 은혜
⑩자식을 끝까지 사랑하신 은혜
부처님은 끝이 없는 부모님의 은혜를『부모은중경』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버이날 부르는 노래 「부모님 은혜」는 양주동 박사가『부모은중경』을 바탕으로 노랫말을 지었습니다.
경전에 나오는 효도에 대하여 더 알아봅니다.
집에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정을 다스려 가족을 잘 보살피며 부질없는 일을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법구경』
부모가 늙어 쇠잔해도 아들은 마땅히 공경하고 봉양하며 거슬리거나 못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별역잡아함경』
부모님은 나를 낳아 내가 도리를 배우게 하여 이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모두 부모님의 은혜이니 사람이 도를 배우고자 하면 효도하는 마음으로 정진해야 한다. 『법망경』
부모님의 은혜는 막중하다. 우리를 길러 주시고 자나 깨나 보살펴 주시어 하늘에 해와 달을 보게 되었다. 부모님 은혜를 갚는 일은 참으로 어려워도 마땅히 부모님께 공양하고 효도하고 순종해야 한다. 『중일아함경』
이 외에도 부처님의 많은 말씀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21대 정조임금 때 일입니다.
어린 나이에 간신들의 꼬임에 할아버지 영조임금이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는데 사도세자의 아들이 정조입니다.
정조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능을 지금의 서울시립대학교 뒤 배봉산에서 화성 융건릉으로 옮기고 용주사를 재건하여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고 자주 묘소를 찾았던 효자입니다.
정조는 우연한 기회에 전라남도 장흥 보림사의 보경스님을 만나자 보경스님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받칩니다.
용주사 검은 오석에『부모은중경』을 새겨 백성의 표본이 되도록 하여 용주사를 효행의 절이라 부릅니다.
불교는 효행을 밑바탕으로 하는 종교입니다.
『부모은중경』과『우란분경』『목련경』처럼 부처님께서 효행을 담은 경전이 많이 있습니다.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효행을 으뜸으로 여깁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청년은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놀란 어머니가 가슴을 졸이며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불행히도 청년은 두 눈을 잃었습니다.
멀쩡한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느 사람과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을 닫은 채 우울한 날을 보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왼쪽 눈을 기증한다는 겁니다.
절망감으로 날을 보내던 청년은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을 이식 수술을 끝낸 후에도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렸습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느냐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며칠 후 청년은 붕대를 풀었습니다.
붕대를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청년 앞에 한쪽 눈만 보이는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눈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지만 그러면 장님이 된 내가 너에게 짐이 될 것 같아서 하나밖에 줄 수 없었다.”
어머니 말씀에 청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런 마음이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하여 희생하고 자식은 제 자식을 위하여 희생합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에서 인류가 생존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법문은 여기서 마칩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2024년 7월 7일 호국태안사 일요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