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1955 ~1963년)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부모를 봉양하고 자녀 양육에 힘쓰느라 정작 본인의 은퇴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는 점 때문에 이들이 겪는 충격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과거엔 은퇴를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노동 이탈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진
행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까. 'STEP'이라는 키워드로 소개해본다.
Strong: 건강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은 여자 85.4년, 남자 79.3년으로, 남녀 평균 82.4년이다.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건강 수명은 70세다. 즉, 우리는 생애 가운데 12.4년 정도를 관절염이나 심장질환 등 평균 3~4개의 만성질환을 가진 채 살아간다는 뜻이다. 특히 노후에 그렇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란 말처럼 건강은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젊었을 때부터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일상
에서 독립적인 생활의 기본인 걷기를 위해서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 50세 이후부터는 매년 근육량이 2%씩 감소
한다. 20~50대에 꾸준한 근력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5세 이전부터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면서 하체 근육
량을 유지하는 게 노후 행복의 첫 단추다.
Training: 노후준비 훈련 필요
흔히 "오케스트라는 무대에 오르기 전 이미 70%는 결정된 상태다"라고 한다. 이는 실제 무대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은 연습을 얼마만큼 했느냐가 결정한다는 의미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은퇴하면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낙관하지만 충분한 연습과 훈련이 없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은퇴 이후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일 등을 찾아서 미리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국민연금연구원의 '은퇴 예정자를 위한 노후준비 교육프로그램 개발' 보고서를 보면 중년 직장인이 가장 교육받기를 원하는 영역은 '건강'이었다. 다음은 '일자리', '노후 소득 보장', '주거', '가족·사회관계', '여가·자원봉사', '전문 재무' 순이었다. 노후에는 근로소득 등이 줄어들거나 임대소득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씀씀이를 줄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Education: 평생교육 시대
평생교육은 학교 교육과 사회 교육을 동시에 포괄하는 개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평생교육 이념하에 교육 체제를 재정립하는 과정에 있다. 평생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신체적·인격적인 성숙과 사회적·경제적·문화적인 성장을 전 생애를 통하여 계속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평생학습의 기회는 삶의 현장 어디에서나, 어떤 방법으로든 이루어질 수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 '노인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실버 세대는 99.3%가 TV 시청 및 라디오 청취로 일일 약 3.8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단순한 일과는 외로움을 더 키울 수 있다. 평생교육은 이제 노후에도 지속되어야 할 일생의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을 활용하면 본인에게 맞는 강좌나 취미 등을 수강할 수 있다. 각 대학교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기개발이나 여가활동, 취미생활 등으로 시간을 유효하게 보내며 행복을 느끼는 것도 좋다.
Property: 재산이 노후의 힘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가 '자녀에게 재산 다 물려주고 용돈 타 쓰는 부모가 되는 것'이란 말이 있다. 노후에 재산은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다. 경제력이 있어야 자신감과 삶의 활력이 생긴다.
2017년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개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은 2013년 56.9%와 37.8%에서 2017년 52.2%와 44.2%로 점차 부동산 자산은 줄고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 가계는 자산 가운데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2.4%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부동산 쏠림 현상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은퇴 후엔 금융자산 비율을 높이면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보장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 수준에 맞게 공시이율 개인연금, 투자형 변액연금 등에 가입하면 10년 비과세 혜택까지 절세 효과가 있다.
해가 뜨고 지는 상황을 바꾸기 위하여 시계를 되돌릴 수 없듯이 은퇴와 노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4가지 S(Strong), T(Training), E(Education), P(Property)를 준비한다면 인생이라는 캠퍼스에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면서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준비할 수 있다.
[노후 대비 돈모으기] 한화생명 은퇴백서 생활비 때문에, 자식 결혼 때문에 은퇴자금 깨지마세요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후 대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주요 목적이 '노후 대책'이라는 응답이 55.2%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은퇴에 대한 준비가 잘되어 있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노후에 대비해 투자는 하지만 만족할 만큼 자금을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왜 이런 불일치 현상이 일어날까? 노후 준비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 하지만, 모아둔 자금을 자녀 교육비나 주택 마련 자금, 생활비 등 다른 목적으로 미리 써버리기 때문이다.
◇걱정만 앞선 노후 자금 마련, '자기 통제'가 키워드
노후에 대한 걱정이 있어도 '자기 통제'가 되지 않으면 다른 용도에 돈을 사용하기 쉽다. 자기 통제란 당장의 만족이나 쾌락을 얻기보다는 미래 목표 달성이나 보상을 위해 현재의 감정이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눈앞의 유혹이나 충동을 억제하고 그것에 저항하는 능력이 자기 통제력이다. 그래픽=김하경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목표로 삼았다면, 눈앞에 어떤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과식을 억제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자기 통제력이 큰 사람이다. 하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지와 실행의 불일치, 즉 자기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목표 달성에 실패하곤 한다.
특히 노후는 먼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이고, 소득이 발생하면 현재 소비를 통해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고 싶은 것이 대다수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강제성이 부과되지 않으면 미래를 위해 자산을 축적해 놓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따라서 노후 생활비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 통제를 강제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3층 연금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국민연금, 노후 생활비 마련의 안전벨트
국민연금만으로 은퇴 생활비를 완벽하게 마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 생활비를 확보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일부를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60세까지 떼어가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그리고 60세가 넘어야만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노후 생활비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다른 어떠한 노후 준비 수단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고, 매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주기 때문에 돈의 가치 하락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려면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따라서 60세 이전에 소득이 단절된다면 임의 가입을 통해 계속 납부하거나, 납부 예외 신청을 했다가 추후에 납부하는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후에 소득이 발생할 경우 미납부 연금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면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퇴직금은 일시금보단 연금 수령해야
직장인이라면 국민연금 외에도 회사에서 매달 적립했다가 퇴직할 때 주는 퇴직연금을 활용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퇴직 때 퇴직연금을 목돈으로 한꺼번에 받아 노후 자금이 아닌 창업 자금이나 자녀 결혼 자금으로 써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퇴직금 중 일부만 중도인출 제도를 활용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반드시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절세할 수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도 노후 생활비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연금 가입이 필요하다.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노후 생활비 마련뿐 아니라 세액 공제 혜택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금 저축 계좌를 활용하면, 연간 납입액 중 700만원까지 최대 1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액 공제 혜택을 받아 놓고 연금을 중도 해지할 경우에는, 해지 금액의 15%를 추징당하게 된다. 이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인연금을 미리 찾아 쓰는 대신 노후 연금으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또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연금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금보험의 경우 비과세 혜택과 더불어 연금 개시 이후 해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노후 자금으로만 쓸 수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캐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사람들은 미래의 이익보다 현재의 이익을 과대평가하는 현재 편향을 보인다"며 "노후 자금은 넣어두고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노후 자금은 넣어두고 없는 돈, 내 돈이 아닌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후 자금은 은퇴 이후 소득이 없는 기간에 사용해야 할 꼭 필요한 자금이다. 하지만 이 돈도 자꾸 눈에 보이면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 쓰게 된다. 따라서 자기 통제가 가능한 연금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은퇴 후 행복한 미래는 현재의 자기 통제 능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