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행운목 꽃이 핀 사진이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다. 기사에는 어느 동네, 누구 집에, 몇 년 만에 행운목 꽃이 피었다고 쓰여 있었다. 행운목에 꽃이 피면 큰 행운이 올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더구나 행운목은 자신의 일생에서 겨우 한 번 꽃을 피울까 말까 한다고 들었다.
가게를 하는 이모 집에서 행운목 화분을 몇 개 얻은 적이 있었다. 봄이 지나서 작은 행운목 화분의 잎사귀가 시들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나무둥치 윗부분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옆집에서 톱을 빌려와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흙도 갈고 퇴비도 넣어 분갈이를 해주었다. 그리고 가끔씩 물만 주었다.
6월 초 분갈이를 한 행운목 화분에 가느다란 줄기가 뻗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얗고 동글동글한 것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나는 두 손을 감싸쥐고 숨을 죽이며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행운목 꽃봉오리였다. 다른 행운목 화분도 여러 개 있었지만 분갈이를 했던 유독 키가 작고 연약한 행운목에서 꽃봉오리가 맺힌 것이다.
아기 손톱 만한 작은 꽃망울들은 가지 끝에 조롱조롱 매달려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보름쯤 지나자 행운목은 연미색 꽃봉오리 하나를 터뜨리며 향기를 뿜어냈다. 작고 작은 하나의 꽃이 피워내는 향기는 거실을 가득 채웠다. 이튿날은 서너 개, 또 그 다음 날은 대여섯 개의 꽃이 차례차례 피었다.
자신을 톱질하던 그 때 내 마음을 행운목은 안 것일까. 자신이 죽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가지치기를 하기 전에 나름대로의 의식(?)을 치른다. 묵언으로, 때론 말을 하며 '......많이 컸구나. 하지만 조금 잘라야겠다. 미안해.'라고.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