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주 가끔은...
2021년 9월 13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팔월 초이렛날
아주 오래전 촌부가 어릴적 고향에서는 이맘때쯤
조상님들 산소에 벌초를 겸하여 성묘를 하러 갔다.
그날은 제수 음식을 장만하여 지게에 지고 머리에
이고 여러군데의 산소를 다니곤 했던 것으로 기억
한다. 대부분 조상님들의 산소는 마을 뒷산, 밭가에
모셔져 있어 그리 멀지는 않았다. 멀리 나가있거나
다른 동네에 사시는 친척들까지 아마 10촌 가까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종손이신 할아버지께서
제주(祭主)이시라 할아버지를 기준으로 사촌이신
분들의 가족들까지 참석을 했으니 참석하는 인원이
엄청 많았다. 당시 어렸던 촌부로서는 그 많은 분들
얼굴도 잘 모르고, 촌수가 어떻게 되며, 호칭도 잘
몰랐다. 집안 어르신이라는 것만 알고 할아버지와
비슷한 분들이시면 할아부지, 아버지보다도 연세가
많으시면 큰아부지, 적으면 삼촌이라고만 불렀다.
성묘를 하려고 산소앞에 서는 것도 서열별로 섰다.
그것도 남자들만 성묘를 하고 여자들은 음식준비만
했다. 뿐만 아니라 세 번째 줄에 섰던 촌부의 옆에는
아버지 뻘 되는 나이가 되신 분도 있고, 두 번째의
아버지 대의 줄에는 촌부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도
몇몇 있었다. 바로 작은할아버지 아들인 5촌 당숙
중에 촌부보다 세살이나 아래인 아이가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때는 당숙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동네 아이들 중의 하나였고 학교 후배라서 이름을
부르곤 했다. 촌부의 두살 아래 남동생과 동창이라
당시 상당히 개구졌던 동생은 그 당숙을 쥐어박고
때리는 바람에 작은할아버지께 불려가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기도 했었다. 촌부의 고향 남해에서는
흔히 당숙이라는 호칭보다 윗대는 그냥 뭉뚱거려
삼촌이라고 부르지만 그때는 이름을 불렀다. 허나
장성한 이후에 가족의 대소사에서 만나면 그럴 수
없어 그냥 이름 뒤에 삼촌이란 호칭을 붙여 부른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가족들의 촌수까지 따져가면서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가까이 살면 몰라도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경조사 외는 거의 만날 일이
없어서 옛날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은 옛날처럼 산소도 쓰지 않는 시대라서 성묘
하러 갈 일도 없다. 촌부의 부모님도, 장인 어른도
산소가 없다. 자연장으로 치렀다. 작고하신 분들이
생전에 말씀하셨던 유지(遺旨)를 받들어 자연으로
보내드려서 산소가 없는 것이다. 음력 팔월이 되어
남들이 산소에 가서 벌초하고 성묘하는 것을 보면
작고하신 부모님과 장인어르신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적하곤 한다. 산소는 쓰지 않더라도 흔히들 하는
납골당에 모셨으면 이럴때 찾아가 뵐 수 있는데...
아무리 유지(遺旨)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흔적없이
보내드린 것이 불효를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처럼 아침으로 안개가 자욱한 숲속의 오솔길을
걷다보면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나고 장인어르신도
생각나며, 두 해 전 봄날에 홀연히 가버린 여동생과
그해 가을날 이맘때쯤 우리곁을 떠나버린 하나뿐인
처남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서 이른 아침부터 울컥해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아마도 안개낀 날은 날씨가
사람을 울적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은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런 것 같다. 아주 가끔은...
첫댓글 장묘문화는 다양합니다.
이제부터는 장례식장이 아니라
메모리얼 파크로 가족들이 만나서 추모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
유지를 받들어서 수목장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살다보면 예전의 추억이 떠 오르지만
요즘에는 벌초마저도 돈을 주고 한후에 나중에
찾아가는 것으로 했다가, 요즘에는 코로나 정국으로
발초인원을 제한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하니
참으로 가관입니다. 각자가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듯해요.
그렇지요.
다양한 장례문화가 있긴 하지만 저희 집안은 종교가 불교라서 자연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산소를 쓰지않았습니다. 산소 대신 절에 위패를 모셔두고 제사를 종교식으로 지냅니다. 이곳 산골에도 뒷산을 다니다보면 벌초도 하지않고 방치된 산소가 많습니다. 그럴바에는 굳이 매장을 할 필요가 없지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납골당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갇혀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별로라고 여깁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 저 나름의 생각입니다.
사진을 보니
평창엔 가을이 깊어 가는듯 합니다.
촌부님의 감정 변화도 가을탓 아닌가요? ㅎ
즐거움 가득한 오늘 되세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여 그럴까요? 가을이면 누구나 사색에 잠긴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가을이 좋은 촌부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장바구니 속 오이 넘 귀엽게 생겼네요
꼬창 찍어 먹으면 맛있겠어요~~
시골 풍경 잘 보고 갑니다. ^^
이제 오이덩굴도 환갑, 진갑 다 지나서 끝물에 가까워 생김새가 들쭉날쭉이군요. 그래도 자꾸 열리는 녀석들 때문에 걷어치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파프리카가 열리고 익어 맛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