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꽃]
블루베리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울컥, 눈물이 솟을 만큼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 흘렸던 땀이 얼마던가. 기나긴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여리디 여린 개선장군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제 하우스를 가득 채울 꽃들이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지 않도록 온도관리를 잘해야 한다.
블루베리 꽃은 방울꽃처럼 생겼다. 깨끗한 종 모양으로 "좋은 소식"을 알려주는 듯하다. 딸랑딸랑~~ 주렁주렁~~ 영글어가는 열매를 상상하며 내 마음에도 꽃이 핀다.
복숭아 밭에도 봄이 왔다. 윙윙윙~~ 위이잉~~ 자그마해서 안 들리는 듯하면서도 들려오는 소리들. 벌이 나타났다. 벌들이 연보라색 봄까치꽃 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꽃말이 '반가운 소식', '기쁜 소식'이라는 봄까치꽃은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지 서둘러 핀다.
초록 바탕에 연보라색 무늬가 있는 카펫 같은 풍경이다. 봄까치꽃과 벌들의 출현으로 진짜 봄이 왔다는 것을 알겠다.
꽃도 벌도 귀하고 반가운 존재들이다. 오늘도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봄이 왔노라고 알려 주고 싶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삼사월의 꽃샘추위에 꽃들이 얼지 않도록 난방을 해주기로 했다. 보일러와 덕트(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비닐 관)를 설치하고 시범운전을 마쳤다. 보일러 사용법도 한 시간가량 설명을 들었다.
요모조모 사용법과 대처법, 다른 농가들 사용 사례 등 모르는 것들을 계속 묻다 보니, 신나서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친절한 사장님이다.
저녁에 온도가 내려가면 보일러가 돌아가게 될텐데 사람이 없을 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느냐고 걱정을 했더니,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일러가 꺼지기 밖에 더하겠느냐고 웃는다. ㅠㅠ
블루베리 꽃이 피면, 저녁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온도관리를 해 줘야 한다. 온도를 너무 높게 맞추면, 난방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찾아야 한다. 따뜻한 바람이 나무들에게 온기를 줄 것을 생각하면 걱정을 잊고, 든든해진다.
블루베리 전체 화분의 풀 뽑기 작업을 마친 지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첫날 작업했던 구간에서 풀이 보였다. 요새 나오는 풀 중에 가장 골치 아픈 풀은 괭이밥이다.
크로바를 닮았지만, 잎이 자그마하다. 뿌리가 땅 밑으로 뻗어 있어서 흙 속까지 손을 넣어 뿌리를 찾아서 캐야 한다. 대충 뽑았다가는 금세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화분을 점령해 버리는 것이 괭이밥이라서 반갑지 않다.
새봄부터 올라오기 시작하는 풀 중에서 괭이밥에 유독 신경 쓰이는 이유다. 세상의 불편한 일도 마찬가지다. 뽑아내야 할 것은 제대로 뿌리까지 야무지게 뽑아내야 한다.
[복숭아나무 가지전정]
며칠 째, 복숭아나무 가지치기 했다. ㅏY자 팔매트 수형의 복숭아나무라서 하늘을 향해 곧바로 올라가는 도장지들 때문에 일 품이 많이 든다고 한다. 1단과 2단은 고소작업 차 없이도 전체 나무의 가지치기와 유인작업을 마칠 수 있는 높이다.
내일부터 고소작업 차를 이용해 3단과 4단의 가지치기와 유인작업을 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가지들은
1. 아래쪽으로 뻗은 가지
2. 상처가 있는 병가지
3. 겹치는 가지
4. 빽빽하지 않게 솎음 정전 등
나무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 보며 가지치기를 한다.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과일과 잎에 잘 닿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가지 치기를 해야 한다.
선배 농부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언한다.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잘라야 한다고. 오늘 목표한 작업 부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고무된 상태다.
오늘은 고소작업 차를 대동하고 복숭아밭으로 왔다. 3단과 4단의 가지치기와 유인 작업을 했다. 미진했던 2단의 나뭇가지 상황도 점검하고, 3단과 4단에 필요한 작업도 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작업해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작업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일의 속도나 노동의 강도가 훨씬 수월해진 상황이다. 작업 차에 올라앉아 편하게 오가고 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면, 한 발을 내딛기도 어렵기 때문에 내 발이 아닌 걸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참 좋다.
고소작업 차 덕분에, 여러 가지 장비들을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또 큰 장점이다. 끈이랑 가위, 전정가위, 물, 쓰레기봉투, 간식, 장갑, 모자, 여벌 옷 등등 챙겨야 할 소지품들도 가지가지다. 여태 그 많은 것들을 어찌 챙겨서 들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벌들은 어제보다 더 많아졌고, 벌써, 나비도 보인다. 봄은 온갖 것들을 초대해 놓고, 꽃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감자심기]
올해 들어 가장 늦은 시간까지 작업했다. 오후부터 감자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자를 심을 시기가 지났다고 엄마가 알려 주셨다. 영농일지를 보니, 작년에는 3월 18일에 심었는데, 올해는 10일 빠른 3월 8일에 감자를 심었다.
엄마가 사용하시던 관리기를 넘겨주셨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경운기와 관리기를 운전하시던 엄마가 연로하셔서 농사를 짓지 않게 되어 관리기를 쓸 일이 없다고 주셨는데, 우리한테는 아주 유용한 농기계다.
농기계 수리점에서 운행 점검과 배터리 교체, 로터리 칼날을 교체해서 가져왔다. 트럭에서 어렵사리 관리기를 내린 남편이 감자를 심을 밭으로 몰고 갔다.
시범 운전을 해보려나 했더니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다. 점심 먹고 나서 두둑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바로 감자를 심자고 한다. 관리기의 작업날을 새날로 교체해서 작업이 수월했던지 서둘러 일을 마치고 싶어 했다. 계획에도 없던 감자심기가 시작되었다.
급하게 씨감자를 사 와서, 순의 방향을 보고 잘랐다. 둘째도 자기가 좋아하는 감자라서 심는 것을 거들었다. 20여 평에 8Kg의 씨감자를 심었으니, 둘째가 좋아하는 감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께도 한 박스 갖다 드려요."
작년에 가져다 드렸던 것을 잊지 않고 있는 둘째다. 비닐까지 덮고 나니, 감자를 심어 놓은 두둑에 달빛이 반짝인다. 하늘에 달이 뜬 것도 모르고 서둘러 일을 마치려고 애 쓰고 있었다.
올해도 블루베리하우스와 복숭아 밭, 텃밭을 들락거리며 농원의 봄이 시작되고 있다. 큰 숙제 하나 마쳐서 후련하다.
첫댓글 고소작업차.
관리기.
참 생소한 이름이네요.
고소작업차는 사진이 있어서 보았는데 관리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농부에게 주어진 터(땅)가 있는 한 할 일은 끝이 없다는 걸 느껴요.
손질한 만큼, 발걸음 움직인 만큼, 날마다 모습을 달리한 터의 변화를 글과 사진에서 배우고 익힙니다.
전문 농업인이 다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힘찬 응원 보냅니다.
아참, 우리 텃밭 정원에 산수유꽃이 처음으로 몇 송이 피었어요. 목련도 봉오리가 곧 필 것 같아서 너무 기쁘네요.
산수유와 목련 무척 예쁠 것 같습니다. 관리기는 경운기의 소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운반기능은 같은 것인데요. 관리기의 머리쪽에 기계를 탈부착 할 수 있는데요. 기계를 활용하여 밭을 갈 수 있습니다. 두둑도 만들 수 있지요. 저희는 운반차가 따로 있어서 경운기 보다는 관리기가 더 유용하지요. 농장의 모습이 매일 바뀌고, 하는 일도 변하고 있어서 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댓글도 큰 소통의 통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