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향후 40년, 천연가스는 65년,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도 50년가량 지나면 바닥나며, 석탄도 200년 뒤에 고갈된다고 한다. 전세계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너도나도 뛰어든 이유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 에너지 소비가 15% 늘어난 데 비해 무려 200%나 폭발적으로 증가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 2030년엔 9%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최근 '에너지비전 2030'을 의욕적으로 내놨다.
에너지비전을 살펴보면 수소 연료전지·태양광·풍력 등 3개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 태양광과 풍력은 국내 기술력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고 수소 연료전지는 전세계적으로 초보 단계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 가능해 신재생에너지 11개 분야 가운데 기술집약적인 이 3개 분야를 꼽은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분야에 매년 1천억 원가량의 예산을 늘리며 이 3개 중점분야에 좋은 아이템과 중장기 계획을 짜낸 지자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의 태양광과 전북의 수소 연료전지, 강원의 풍력은 각각의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태양도시 광주
광주 시청사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넓은 주차장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태양광 모듈이다. 하늘을 향해 번쩍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이 태양광발전시설은 태양에너지도시(솔라시티) 광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시 관계자는 "총 설치용량이 100㎾인 이 발전시설에서 지난 2004년 이후 3년 동안 32만여㎾h의 전기를 햇빛에서 생산했다."며 "이 전기는 시청사 지하주차장 조명용으로 쓰이며 한 달간 사용하는 청사 전체 전기량의 2%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김대중컨벤션센터는 100억 원을 들여 4만 5천943㎡의 야외주차장을 아예 태양광 모듈로 덮어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 주차 시스템인 이곳의 연간 전기생산량은 1천533㎿h. 이 전기를 팔아 약 11억 원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대구와 솔라시티를 두고 경쟁관계인 광주는 1997년부터 솔라시티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태양에너지도시조례'를 만들고, 지난 3월에는 '태양에너지도시' 상표 특허출원까지 마친 이 도시는 오는 2011년까지 모두 1천939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태양에너지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계획이 끝나면 광주는 총 에너지소비의 1%를 태양광과 태양열, 수소 연료전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도심 90여 곳에 태양광발전기(총 발전용량 2천200㎾)가 설치됐으며, 난방과 온수 사용이 가능한 태양열발전시설도 6천74개나 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시설도 조선대병원(총 용량 250㎾)과 광주하수처리장(총 용량 300㎾)에 마련해놨다.
광주의 신에너지정책의 특징은 발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지역경제를 선도할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내년 8월 완공되는 신에너지산업육성센터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 연관되는 각종 부품·소재 생산업체, 나노산업 연관업체 등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 류용빈 에너지산업팀장은 "올 5월 말 현재 태양광 시스템 제조업체 5개와 연료전지 제조업체 6개가 지역에 가동 중이다."며 "2011년에는 한국전력 본사 이전과 연계, 신에너지산업을 중점 육성해 신에너지 관련 기업을 30개로 늘리고 이로 인해 고용창출 3천여 명, 연간 매출이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도시 전북
민선4기 출범 직후 전라북도는 신에너지 산업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그동안 지역경제과에 있던 신재생에너지계를 전략산업국으로 옮기고 담당인력도 5명으로 1명 더 늘렸다. 게다가 도지사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전북의 노력은 경주와의 방폐장 싸움에서 지고 실의에 빠진 부안군 하서면 35만 6천㎡의 들판에 1천억 원(국비 800억 원, 지방비 200억 원)의 예산이 쏟아지게 했다. 이곳은 2009년이면 수소를 중심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과 산업화, 홍보·체험의 거점으로 변신하게 된다.
전북도는 이곳에 수소 제조·압축·저장시설과 충전소, 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전지 연구·실증시설이 들어설 수소파워파크와 각종 신재생에너지 체험시설이 들어설 테마공원, 30여 개의 수소 연료전지 관련 기업체로 채워질 산업단지, 그리고 삼성, LG 등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업연구소가 들어설 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전북이 수소도시로 나선 것은 최근 정부가 밝힌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국가 마스터플랜'에서 비롯됐다. 산업자원부는 국내 에너지 중 수소의 비중을 2020년 3%, 2040년 15%로, 국내총생산 중 연료전지산업 비중을 2020년 3%에서 2040년 5%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산자부는 2012년까지 정부예산 1조 4천억 원을 포함해 모두 3조 2천억 원의 막대한 돈을 수소에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국 전북은 막대한 정부예산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수소 연료전지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것. 게다가 2005년엔 지역 거점대학인 전북대가 수소연료전지 특성화대학원으로 선정, 올해부터 매년 수소연료전지 연구인력 500여 명이 배출되면서 '수소도시 전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북도 한병균 신재생에너지 담당은 "전남과 광주가 태양광 발전을 특화한 만큼 우리도 뭔가 다른 시·도와 차별화하는 것을 찾다가 수소를 선택했다."며 "2009년 완공되는 수소 중심의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는 우리나라가 '수소경제'로 진입하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바람도시 강원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대관령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가동 중인 이 풍력발전단지에는 2㎿급 풍력발전기 49개(전체 용량 98㎿)가 바람을 전기로 바꾸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만 연간 24만 4천400㎿h로 약 5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기량으로 아시아에서도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강원도가 바람에 눈을 돌린 이유는 도내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가용 토지가 도 전체면적의 6.6%에 불과하기 때문.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보다 평지 이용 부담이 적은 풍력이 안정적인 것. 게다가 동해안과 산골짜기를 타고 오는 바람의 질이 괜찮다는 점도 한몫했다.
따라서 강원도는 오는 2015년까지 평창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에 모두 11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동해안권 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현재 6개소에서 풍력자원을 조사하고 있다.
매일신문 | 기사입력 2007-09-28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