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수험생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취업준비를 하다 공시로 전향했습니다.
학창시절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며 금융권 취업을 준비한 게 2년. 번번이 면접탈락의 고배를 마시다보니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을 준비하던 동생과 부모님의 권유로 세무직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저는 2015년 1월 중순부터 준비하여 국가직에 합격하기까지 가감 없이 정확히 1년 3개월 공부했습니다.
제 베이스는 서울 하위권 대학/경영학 전공/영문학 복수전공/토익 915/한국사 1급입니다.
<국어>
2015 첫 시험에서는 75점을 맞았습니다.
저는 수능 때부터 국어가 취약했습니다. 어떻게 국어를 공부할까 고민하다가 국가직의 경우 문학 비중이 낮다는 것을 알고 과감히 문학 파트는 버리고 문법과 독해, 사자성어에만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어는 1년 넘게 공부했음에도 똑같은 점수가 나왔네요. 국어에 관해서는 크게 알려드릴 것이 없습니다ㅠㅠ
<영어>
2015 시험에서도 영어는 90점을 맞았습니다.
영어는 9급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입니다. 실력 편차가 가장 크기 때문이죠.
저는 어휘와 독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어휘는 "보카바이블 3.0"을 활용했습니다. 처음 1~2회독 정도는 혼자 공부하고, 이후 수개월간 카톡 스터디를 활용해 어휘를 외웠습니다. 그리고 보카바이블의 경우 무료 MP3 파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 들었습니다. 어휘가 취약하시다면 짬을 활용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독해의 경우 매일 5~10문제 가량을 풀면서 감을 유지했고, 조은정 샘의 "더문장 300"을 2회독하면서 고난도 문장 독해력을 길렀습니다. 문제풀이에만 집중하지 마세요. 어휘력과 구문 독해력이 독해를 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오늘 한 문제를 더 맞히는 것보다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국사>
2015 시험에서 85점을 맞았습니다.
한국사는 전한길 샘의 "합격생 필기노트"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공부 시작 당시 2.0을 1회독 한 후에는 필기노트 강의를 10회독 이상 하면서 '잊어버리지 않는 공부'를 했습니다. 어차피 국사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억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중간 기출 문제집을 푸는 정도에만 문제 풀이 시간을 할애했으며, 이외에는 매일 1~2시간 정도 필기노트 강의를 들었습니다. 시험 막판에는 동형 모의고사를 10회분 정도 풀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문제풀이보다는 필기노트와 같은 요약집과 사료집을 활용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세법>
세법 공부는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첫 시험에서는 1회독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노희양 샘과 제 자신을 믿고 공부했습니다.
저는 세법을 기본서 2회독 -> 기출문제집 및 요약집 2회독 -> 요약집 다회독의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솔직히 기본서를 2회독하는 동안에는 강의를 들을 때는 이해가 됐으나 방대한 양 때문에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노희양 샘의 기출문제 강의를 활용하여 흩어진 세법 지식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 풀이에 앞서 요약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라 자연스레 회독을 할 수 있었고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회계>
사실 대학시절 경영 전공이라 회계학을 조금 배웠고, 또 주식을 하느라 재무제표를 많이 본 탓에 회계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읽는 것과 회계학 문제를 푸는 것은 전혀 다르더군요. 대충 알아서는 전혀 문제를 풀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우선 재무회계를 이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기본서를 너무 오래 붙잡으지 마세요. 기본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바로 기출문제집으로 넘어가세요. 어차피 기본서 내용을 이해해도 기출문제를 풀 때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기본서 1~2회독 이후에는 기출문제집을 5회독 이상 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처음 3~4회독까지는 문제 푸는 속도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5회독 정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라진 문제풀이 속도를 경험할 겁니다.
원가회계는 시험 3~4개월 전에 공부했습니다. 양은 적지만 문제가 많아서 단기간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정부회계 역시 시험 1개월 전에 3회독 했고, 기본서에 있는 문제를 여러번 풀었습니다.
종합해 볼 때, 저는 하루 평균 8시간 가량 공부했으며 국어/영어/한국사는 매일 1~2시간씩, 세법/회계는 격일로 2~3시간씩 공부했습니다. 9급은 공통과목 싸움입니다. 선택과목도 중요하지만 선택과목을 100점 맞기보다 80~90점을 목표로 공부하시고 이외의 시간은 자신이 취약한 공통과목에 투자하세요. 특히 저는 영어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체력관리>
저는 따로 운동을 하기보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매일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먹고, 가끔 산책하거나 집에서 푸쉬업을 하는 정도로만 체력을 관리했습니다. 어차피 운동선수가 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관리에 과도하게 시간을 쏟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간혹 하루에 1~2시간씩 운동한다는 분이 있으신데, 체력 약해서 시험에 떨어진 분은 본 적이 없네요.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비타민을 섭취하는 정도만으로 수험생활을 견딜 체력은 갖춰진다고 생각합니다.
<멘탈관리>
체력관리보다 중요한 게 멘탈관리입니다. 9급 공시는 22만여 명 중에서 약 5천 명, 즉 나머지 22만여 명이 떨어지는 가혹한 게임입니다. 기본 베이스가 있어도 적당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떨어지는 게 공시입니다.
우선 스스로 판단했을 때 본인이 머리는 남들보다 나쁜데 남들보다 더 노력할 자신이 없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어중간하게 공부했다가는 돈도 시간도 모두 날리고 백수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공시를 시작했다면 자기 자신을 믿고 수험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외롭고 힘들고 피곤한데 어떻게 즐기냐고 하겠지만, 어차피 1~3년 공부할 거라면 즐겁게 하세요.
저는 국어와 회계 공부하는 것은 정말 지겨웠지만, 영어나 국사, 세법은 그나마 배우는 재미가 있어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 1회 정도 휴식시간을 정해 쉬면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멘탈을 관리하세요. 제 경우 첫 해에 휴식 없이 3개월 공부했다가 2015 국가직 시험 이후 내리 3달을 논 경험이 있습니다. 수험생활은 장기 레이스이니 자신만의 공부 패턴을 만들어 휴식기를 갖는 게 좋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제 경우 세무직이라 낮은 커트라인, 그리고 어느 정도의 베이스, 운이 따라주어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시험장에서의 운, 배짱이 없다면 떨어지는 게 공무원 시험인 것 같습니다. 자기 머리만 믿고 과신하지도 말고,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좌절하지도 마세요. 열심히 준비하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시험장에서 뜻밖의 운이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