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시감
임병식 rbs1144@daum.net
한미일 3국정상이 2023년 8월 18일 미국 켐프데이비드에서 회담을 갖고 ‘사실상 군사동맹’을 선언 했다고 한다. 이로써 그간 거리를 두었던 일본과도 동맹관계로 방향타를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목은 어쩐지 좀 찜찜하고 그게 ‘꼭 그렇게 서두를 현안이었나’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북한 핵이 고도화하고 우리 안보에 위협을 된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않는가. 우리도 핵만 보유하지 않았을 뿐이지 압도적인 타격수단을 갖췄고 굳건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지 않는가. 미국이 공언하다시피 만약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보이면 핵우산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미묘한 시기에 중국을 자극하는 그러한 3자 동맹을 맺는가. 물론 미국이 요구하니 거부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을 끌어들이는 문제는 다르지 않는가. 이점에 있어서는 할 말이 있지 않는가 한다. 막말로 일본을 끌어들여서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며 보탬이 되는 것인가. 공연히 나중에 일본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에 발을 내딛는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을 설득하여 일본과 엮기는 것은 얼마든지 막을 수가 있었던 일이 아니던가. 한데 영락없이 고삐가 잡혀 끌려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으니 답답하고 여간 아쉬움이 큰 게 아니다.
대저 일본이 대국적 차원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었던가. 임진왜란 때는 총 16만명, 정유재란 때는 14만1,500명을 끌고 와 조선백성을 도륙내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조선군 26만 명과 민간이 46만 명 등 70여 만 명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당시 조선인구가 1천만 명이 조금 못되는 942만 명이었으니 그 희생은 10%가 넘는 수준이다.
조선말 일제치하의 피해는 어떠했는가. 수많은 독립 운동가가 붙잡혀 죽고 강제노역장에 끌려갔으며 양곡 수탈과 수만 톤의 금이 약탈당했다. 알고 보면 천추의 한으로 남은 민족분단의 원인도 그때 나라를 빼앗겨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본의 해악은 먼 곳에서 찾을 것도 없다. 오늘날 보이고 있는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강제징용자의 피해구제를 외면한 것은 물론, 엄연히 저질은 성노예 문제도 그들은 없었던 일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사과를 하라고 하니 “예전 총리가 한말로 가름한다”면서 미적대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이래가지고야 어찌 뜻을 같이 하는 동맹이라 할 수 있으며 화해가 되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독도를 이제는 자국영토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점유하여 노일전쟁 때 망루설치와 통신선을 가설한 것을 근거로 억지를 부리니 군사동맹 구축은 고사하고 선린관계 유지도 의문스러운 실정이다.
요즘 나는 임란사(壬亂史)를 토파 보는 중인데 깊이 빠져들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금할 수가 없다. 남원성을 침략한 왜장 우키다히데이의 만행은 치를 떨게 만든다. 그는 여기서 코를 662개를 챙긴다. 이때 여기저기서 모은 총계는 무려 3,726개나 되고 있다.
뿐인가. 그들은 부대별로 벤 코를 1,000개씩 소금에 절여서 항아리에 담아 본국 풍신수길에게 보냈다. 그것이 지금은 승전의 표시로 ‘耳(鼻)塚’ 으로 남아 있다. 그 부분은 대한 규수의 안양사(安養寺) 주지의 기록이다.
“들도 산도 섬도 모두 불태우고 사람들을 쳐죽였다. 살아있는 사람은 철사줄로 목을 묶어 끌고 가고 아이들은 잡아묶고, 그 부모들은 쳐죽여 갈라놓았다. 시체는 여기저기 돌처럼 나딍구는 것을 보니 지옥이 내눈앞에 있었다. 노예상인들이 남원으로 몰려왔다. 포로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광경은 눈으로 볼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런 일을 당하고서도 조선 조정은 1628년 청나라가 쳐들어오자 일본에 침략사실을 알리면서 원군을 청한다. 썩어 빠진 위정자들이 아닌가. 이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기시감이 많이 든다.
일본과 군사동맹으로 가면 얻은 것이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초기 발사시간을 탐지하기 어려운데, 공연히 핵심군사기밀이나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3자 동맹체제도 그렇다. 미국이 서두른 것은 말로는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문제라고 하지만 누가 보나 중국을 의식한, 중국이 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막자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만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일본과는 입장이 다르다.
일본은 자국 헌법이 외국에서의 전쟁수행을 막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방어수단이나 장치가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하에 부르면 끌려가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일본의 입장과는 다르다다.
그렇다면 종래는 우리만 뭐가 되는가. 이 문제의 접근은 군사적인 측면에서만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해야만 먹고사는 나라인데 중국과 러시아를 배척하고서 어디서 그만한 시장을 확보한 단 말인가. 동맹인 미국도 경제문제만큼은 한 치의 양보가 없는데, 큰 시장을 잃고서 대신 어디서 그만큼의 교역국을 확보할 것인가.
실로 지난한 난제가 코앞에 놓여 있음이다. 이 문제는 누구 몇 사람이 정책을 만들어 펼칠 것이 아니라 범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당장에 닥친 현안을 보면 전에 조선이 보인 허둥지둥하던 모습이 어려 온다. 그 시절의 불안감이 기시감으로 다가온다.
역사는 그냥 흘러서 묻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냉철히 과거 그들이 행한 만행을 되짚어보고 통절한 깨달음을 얻어서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철저히 임할 때가 아닌가 한다. (2023)
첫댓글 마침내 내일 30년동안의 핵오염수 방출을 시작한다지요 오염수가 무려 134만톤이라니 걱정스럽기만합니다 아무리 미국의 입김이 강할지언정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영 탐탁지 않네요 반성이라곤 모르는 이웃과의 일방적 화해 제스처가 불언하기만 하지요 주권국가로서의 당당한 자세가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가고 나라가 잘 되어간다면 다행이겠지만 무언가 잘못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위정자들의 냉정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하지요
드디어 올것이 오고만것 같군요. 패악직을 일삼아 온 그들이 또한번 주변국에 크나큰 재앙을 가져다 준것
같습니다. 정부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고, 애가탄 국민만 속앓이를 해야할 판입니다.
미국은 동해를 병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본해라고 했다는데 독도도 위헙합니다. 도처에 악재가 깔려서
근심만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