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소설) 와이파이
신령이 구름 타고 덕룡에서 내려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자꾸 말을 걸어왔다.
"안 힘드나?"
하나마나한 물음에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
"아침은 먹었나?"
'......'
"아직 여름이 가지도 않았는데 뭐시 급허다고 새벽부터 기어나와 이 지랄인가."
'......'
"괜찮은가?"
괜찮긴, 개뿔! 배 고프고 어지럽고 손발이 떨린다고 말하려다 참었다. 봄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살구꽃이 필 무렵 할멈이 밥을 안 줘서 죽겄다고 신령에게 얘길했다. 신령이 그길로 쫓아가 할멈에게 따졌다. 쫌 멕여가며 부려먹으라고. 되려 할멈에게 사정없이 깨지고 신령이 꽁무니를 뺐던 일이 있었다. 신령은 타고 왔던 구름도 두고 달아났다.
신령이 끝도 없이 말을 걸어왔다. 차라리 대답을 해서 빨리 보내야 쓰겄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럼 어떡하는가. 일을 안 하믄 할멈이 밥을 안 주는디... 지난 노동절 연휴 때처럼 광복절 연휴 내내 통우루다가 쫄쫄 굶을 순 없지 않는가."
신령이 깊은 고민에 잠겼다. 한참이 지나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덕룡 소석문으로 들어와 나와 같이 사는 게 어떤가?"
"싫네!"
"왜, 밥은 굶지 않아도 되는디..."
.
"거긴 와이파이가 안 터져서 싫어!"
신령이 농장 구석에 놓인 화덕 앞에 엎드려 불구멍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대고 있다. 라면을 끓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