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고향 같은 마을은 있다
정열이 없는 삶의 구가를 보라.
그것은 구멍난 풍선과 같다.
이미 실패를 전제하고,
슬픔을 내포하고 허무의 쓴잔을
마셔야 하도록 마련되어 있다.
가슴 벅찬 정열을안고
삶에 철저 하려는 값비싼 노력,
이것이 농부의 인격이다.
가장 큰 재산은 용기와 정열이다.
젊음의 새빨간 피는 태만을 용서치 않는다.
다만 우주를 향해 도전하려는 무사로서의
기백과 무장을 갖추어야 하며
적과 대면하고 있는절박한 현실의 주인공임을
자각할것을 요구한다.
생명의 성장과 번식을 방해하는 일체의 냉혹과
무시와 경멸, 비웃음과 무관심의 추방을 위해
생명을 다할 정열과 참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분명히고향 같은 마을은 있다.
서로를위하고 사랑하는 마을.
서로를 섬기고자하는 마을,
서로가그리워서 달도 눈물나는 마을,
서로를 초대하려 해가 크게 웃는 마을,
아이들은 나이 먹는 게 자연스러워
멋진 노인 된 자기를 꿈꾸고,
서로에게 어머니 되려는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을,
모두가 가슴깊이 그리는 마을은 있다.
그런데 현실로 그런 마을은 없단다.
그러나 현실로 그런 마을에 살고 싶다.
그러면 현실로 그런 마을을 만들어야지.
고향이 있는 자만이 참으로 현재를 살 수 있고
사람으로 살 수 있다.
창문은 모두고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하여 무심히창문을 열지 않는다면
바로 그 창으로 고향을 볼 수 있고
고향을 들을 수 있고
고향을 냄새 맡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은 창문 너머에만 있는 게 아니고
창문 안에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고향의 일은 고향에 가서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고향은 지나가 버린 과거로 남아 있는 게 아니고
다시 살리고 아름답게 하고 따뜻하고 밝게
가꾸어야 할 현재로 숨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이 있는 자만이 망각의 늪 속에
파묻힌 지난 날을 되찾고 기억의 한 끝에 매달린
가냘픈 사건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이 있는 자만이 참으로 현재를
살 수 있고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옥수수와 고추가 자라고 있는 밭에
잡초를 뽑고 돌을 골라냅니다.
따사로운 한 낮 뻐꾹새 우는 소리에
귀가 멍멍할 즈음 후투티 한 마리가 날아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뻐꾹 뻐꾹 뻑 뻐꾹
훅훅크 훅훅크 훅크
살짝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후투티 얘는 머리를 수그리고 소리를 내고
머리를 쳐듭니다.
웃통을 벗어 알몸인데도일을 하니 땀이 흐릅니다.
그 때 한 아름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아 ! 어머니가 보내주신 바람이구나“
시원한 바람 !
고마운 바람!
나는 밭일 할 때마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내주신 바람이라 믿습니다.
어머니는 거의 무조건 사랑하십니다.
준 하나님이라 할까요?
어머니가 있는 이 고향이기에,
내 찾아갈 곳이 고향이기에,
어디에도 어머니가 안 계시기에,
내가 어머니 될 마음으로 하늘을쳐다봅니다.
후투티는 날아갔지만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가로히 풍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