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적신 대중가요 <친구여!>】
저명 역사학자에게 특별히 원고 청탁한 사연
- ‘트로트 열풍’ 댓글 주고받다가 갑작스럽게 <원고 초대>로 발전
- 대중가요를 바탕으로 ‘시대적 정서’ 분석한 정구복 박사의 가요평론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뜻하지 않은 일이다. 저명 역사학자에게 갑작스럽게 순수 문예지 특집 원고를 '초대'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발단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된다. 작지만 하나의 사안이 어떤 가치를 지니기 위해선 특별히 의미 부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의 바탕에는 학술적 분석과 독창적인 견해가 뒷받침될 때 학문적 완성도가 높아진다.
저명 역사학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 특별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 운영자인 저명 학자가 신속하게 댓글을 달아 준다. 댓글도 형식적으로, 또는 인사치레로 달아 주는 댓글이 아니다. 어떤 댓글은 글을 쓰는 공간이 좁아 <이어짐> 표시를 해 놓고 1), 2), 3)… 형식으로 장문의 댓글이 이어질 때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
'올사모' 운영자인 낙암 정구복 박사는 처음 달았던 댓글 견해로는 부족하셨는지 “트로트 이야기를 한두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라면서 고견을 추가해 주었다.
다름 아닌 필자의 독후기(讀後記 : *강승택 수필가의 수필 <트로트 단상>소감)에 관한 댓글이었다.
◆ 관련 글 바로가기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 | 【소감】 어떤 부러운 ‘수필작가 사모님’에게 드리는 글 - Daum 카페
■ 댓글 / 낙암 정구복
트로트 이야기를 한 두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1) 트로트 가수들이 수백 곡을 외워 부름에 경탄을 합니다. 이는 마치 옛 우리 선인들이 한시 수 백수를 외웠던 것과 비슷합니다.
2)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가 자기의 문제와 일치시킴으로써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3) 트로트는 서정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는 남녀노소가 참여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며, 공동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댓글은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견해가 아니다. 혼자 보기 아깝다. 대중가요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새롭게 해주는 견해이니 신선하고 소중하다. 글을 <페이스북>과도 연계시켜 필자가 참여하는 《한국문학시대》 독자와도 공유한다.
순수문예지 《한국문학시대 그룹》 에는 국내 저명 문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 성격도 지닌다. 앞서 언급한 필자의 ‘독후기’를 올린 다음, 역사학자가 달아 준 ‘올사모 댓글’도 소개했다.
계간 《한국문학시대》 발행인인 김명순 시인이 댓글 하나 빠뜨리지 않고 세밀하게 살핀다. 이런 댓글을 달았다.
“《한국문학시대》 특집으로 <대중가요의 문학성과 대중정서> ― 트로트를 중심으로 ― 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정 박사님이 써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가 정 박사에게 곧바로 전화를 드렸다. 원고 청탁하게 된 전후 사정과 배경을 자상하게 말씀드렸더니, 다른 집필 중인 원고로 바쁘신 중에도 기꺼이 써주시겠다는 응답을 주셨다.
이런 '페이스북 댓글 나눔'을 보고 대중가요에 대한 식견이 누구보다 밝은 전문가가 소감을 주었다. <대중가요의 골목길> 유트뷰 영상을 제작, 운영하는 조용연 작가(전 충남지방경찰청장)이다.
■ 조용연 작가(<대중가요의 골목길> 유트뷰 영상 제작 운영자)
트로트에 대한 담론이 이렇게 깊고도 정겨울 수 있다는 것도 참 격세지감이며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엄연히 가요시 분야를 오히려 문학계가 안아야 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일제때 노래의 절반 이상은 조명암, 박영호 같은 분이 작사했고, 이후 반야월, 손로원 선생 시대, 한산도, 정두수, 이런분들로 맥을 잇는 가요시를 더욱 갈고 닦을 필요가 있지요. 장천 윤승원 작가님‼
정구복 박사는 전공인 한국사 연구와 그와 관련된 역사평론과 논문집만 출간한 것은 아니다. 자전 에세이 성격의 저서도 펴낸 바 있다.
<한 가족사에 비낀 현대 한국 사회와 문화>라는 부제의 자전 에세이 《우리 어머님》(2008년, 지식산업사)은 학계와 일반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어 일으키기도 했다. 필자도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동했다.
이 책에서는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사회의 문화’를 심도 있게 살피면서 현대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지만, 감동적인 ‘대중가요’에 대한 언급도 한 대목 나온다.
장례식장에서 대중가요 한 대목이 슬픔의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동료 교수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노제를 지내는데, 그 노제 장면을 한 편의 영화처럼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다.
필자가 감동한 나머지 <밑줄 긋고 접어놓은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前略]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있는 동안 나는 두 번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한번은 나와 동갑이고 등산 모임의 친구였던 ○○○교수의 장례였다. 장래가 촉망되는 교수였는데, 1988년 5월 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 계신 데 그분에게 알리면 쌍 초상이 난다는 그의 장형 말씀에 따라 알리지 않고 고향 마을 뒷산에 장사를 치렀다. 대강당 앞에서 노제를 지내는데, 비가 구슬프게 내렸고, 국악의 대가인 최종민 교수가 그가 평소 즐겨 부르던 ‘친구여’(하지영 작사, 이호준 작곡)를 불러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친구여!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그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우리 등산 모임에서는 그의 추도비를 세웠다.[下略]
※ 출처 : 정구복 저 《우리 어머님》 318쪽~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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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노래 출처 : 유튜브 공유 https://www.youtube.com/watch?v=SYNZZQXqy0c
나는 정구복 박사의 저서 《우리 어머님》에 밑줄 긋고 접어놓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오늘 또다시 이 대목을 펼쳐 읽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언젠가는 요 대목을 다시 읽게 되리라 생각하고 밑줄 긋고 접어놓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딱 들어맞는 일이 또다시 생기는가.
정구복 박사는 옥고를 통해 내게 감동을 넘어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지성과 감성이 풍부한 이 시대 큰 어르신이다. 고매한 인품과 높은 학식으로 존경받는 석학(碩學)이시다.
2021. 05. 08.
어버이날에
윤승원 記
첫댓글 ※ 《한국문학시대》 페이스북 댓글
◆ MyoungSun Kim(시인, ‘한국문학시대’ 발행인, 대전문인총연합회장) 2021.05.08. 16:50
정구복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대중의 정서를 위로하는 대중가요는 사회를 치유하는 훌륭한 가요 문학입니다.
때로는 위로를 주고 시련을 달래주는가 하면 희망의 에너지를 주기도 하는
가요문학의 영향은 건강한 사회의 자양으로 그 가치가 지대합니다.
특집 구상 중 윤승원 수필가와의 필담 중 정 박사님께서 집필 중이어서 흐뭇한 마음입니다.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한국문학시대’는 단순하게 회원끼리 작품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새 시대 문화창달에 이바지하는 종합문예지가 되기 위해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한국문학시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답글 / 윤승원 2021.05.08. 17:00
순수 문예지 '한국문학시대'의 특집에 존경하는 정구복 박사님 옥고를 모시게 되어
저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바쁘신 중에 원고 청탁에 기꺼이 응해 주신 정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명순 회장님께서 대중가요 특집 취지와 기획 의도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옥고를 집필 중이신 정 박사님께도 전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천 선생은 본 카폐인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에서 이 시대의 역사의 창조자라는 뜻에 부합되기에
본 모임에서 제1호의 '역사창조자' 인증서를 올린 바 있습니다. 본 카페의 활성화에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이는 본 카페와 문학인의 만남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댓글 하나 하나에 정성들인 답글을 올리십니다. 그런 과정에서 트로트 열풍에 대한 저의
댓글이 문학의 시대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꽁꽁 묶어놓으십니다.
과분한 칭찬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문학지에 올릴 글의 수준이 어떨지 걱정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부담을 드린 것만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살아가면서 저는 존경하는 정 박사님과 남다른 인연이 되어
이렇게 소중한 가르침을 카페를 통해 듣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지적인 충족감으로 행복에 젖습니다.
순수 종합문학지에 실리는 글이긴 하나, 평상시 ‘올사모’ 카페에서
제게 베풀어 주시는 사랑처럼 부담 갖지 마시고,
가치관의 혼돈 시대에 큰 어르신으로서 정신적인 나침반이 되도록
중심을 잡아주시는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정 박사님이 제게 말씀하셨지요.
“역사가와 문학인의 만남,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라고 말입니다.
이번 정 박사님 초대 옥고가 그런 소중한 인연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이후 카페를 풍성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이란 좋은 마음으로 소통하고
좋은 글로 인정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박 교수님, 늘 따뜻한 격려 주셔서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