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의귀에서 한다는 말축제를 보러갔다 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말사육장 관람부터 말체험까지 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 혹시나 하고 가보았는데요, 비가 차겁게 내리고 있어 축제의 의미도 너무 축소되었고 그래도 이래저래 차량들은 밀려드는데 볼거리는 너무 없습니다.
비도 내리는데다 구경할만한 멋진 풍경의 장소도, 먹을 데도 전혀 눈에 띄질 않으니 아이들을 끌고다닐 자신이 없어서 그냥 차닿는데까지만 다녀보았습니다. 날이라도 좋았으면 산책하는 마음으로 돌아보았을텐데요, 그럴 사정이 못되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습니다.
비가 차갑게 떨어지니 갈 곳도 없고 이 참에 장이나 봐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종일 재채기를 해대는 아이들을 위해 감기약을 사가지고 옵니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어버리고 약을 먹이니 준이가 빨리 잠들어 버립니다.
그러고보니 요며칠 멜라토닌을 먹이는데도 늦게자거나 자다가 중간에 깨어 외계어를 남발하면서 떠들어대며 잠패턴이 무너지더니 바로 왼손 쪽으로 편마비가 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요며칠 수면이 엉망이다 싶었더니 바로 표시가 났던 것입니다.
며칠 준이의 편마비 증세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더니 저도 병이 날 것같은 느낌입니다. 점점 마비부위가 다른 데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 뇌의 문제이니 뇌를 열고 들여다보면서 도와줄 수도 없고, 더우기 준이는 엄마가 많이 아프고 정신적 문제가 크기에 돌봐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준이는 특별한 문제가 생겨도 가족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습니다. 알고보면 준이 참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렇게 어젯밤에 푹 자고 일어나더니 거짓말처럼 마비되었던 손이 풀렸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손가락이 다시 움직여대니 마음이 놓이기는 합니다만 또다시 팔을 기브스자세처럼 하고는 펴지를 않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을 푹 재워가며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아야 되겠습니다.
가을이 하루가 다르게 깊어갑니다. 어제는 차거운 빗줄기, 오늘은 살벌하게 몰아치는 꽤 차거운 바람. 연이틀 가을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날씨 앞에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이번 주말은 월요일까지 황금연휴라서 어딜가나 사람들이 좀 바글거릴 것 같습니다. 새벽 3시에 깨서 밤을 꼴딱새운 완이까지 잠들어버리자 정말 간만의 휴식이 찾아옵니다. 미술선생 가족들이 떠나고 나니 이 500평 규모의 집은 바람만 넘실거릴 뿐, 고요함 적막함 그 자체입니다. 훌쩍 자리버린 잔디들, 주문한 예초기는 배달될 기미도 없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제주도, 그 속에서의 나날들이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다들 충분한 휴식을 하길 바라며... 이 가을바람에 집 앞 한라봉인지 천혜향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영글기를 바라며...
첫댓글 아, 준이의 마비가 풀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 천지네요.
예초기 작업하실때 꼭 안경 쓰시길요. 큰 보안경이면 더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