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
인류에게 처음 불을 가져다준 "호모 에렉투스"
벼락에 의해 붙은 나무에서 첫 불을 얻어 꺼트리지 않고 간직하다 부싯돌을 이용해 불을 일으킨 에렉투스
신들의 특권이었던 불을 올림포스 신전에서 훔쳐 인간에게 불씨를 줬다가 프로메테우스
그로부터...
가스 라이터가 생겼으니
이번 경북 의성 산불이 어느 성묘객에게서 시작되어 역대 최고의 산불이 일어난 의성 산불
잠시 시간이 되어 고향 의성으로 가본다.
고향 옆동네인 의성군 안평면
대구에서 버스 타고 의성군 봉양면 도리원 버스터미널에 내려
옛 태권도 학부모님의 개인택시로 안평에 도착한다.
안평면도 의성군 1읍(邑) 17개면(面)에 속하기에 인구 소멸 지역이고
여느곳과 다르지 않게 봄은 찾아와 마늘밭에도 싱그러움이 찾아와 있다
불이 처음났던 괴산리죠
첫 천등산부터 찾아갑니다.
천등산 정상아래에 신라 시대 의상대사께서 창건한 천년고찰 운람사가 있는 곳
도로 따라 올라가다 보면
최초에 불이 사작된곳을 지나는데
온통 불탄곳이고
그럼에도 산벚꽃은 산객을 반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소나무는 대부분 고사했고 이름 모를 잡목이 곳곳에 살아남아 초록의 잎을 드러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여기까지...
잠시 발걸음이 멈춰진다.
오우!~~
산꾼이어서...
...
비참한 현실 앞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 눈물이 난다.
예전에 한번 찾았던 그곳인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
"신(神)은 있는가"
신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산꾼이 아니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같은 심정이라 생각하는데
크던 작던 모두 다 타 죽었다
아마도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 진화대원분들이 걸었던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 밑둥치는 대부분 타고 상류에 남아있던 청솔은 말라 땅에 떨어져 있다
운람사로 내려가는 길에
20-70년생 소나무가 많았는데 살아남은 건 한그루도 없다.
운람사를 지키는 건 150년생의 모과나무
대웅전은 불타고 스님께서 거주하시던 전각도 일부 불에 타고
대웅전 위에 삼성각 하나만 멀쩡하다.
삼성각에 문 열고 들어오니
산신께서 점잖게 앉아 계시는데
모든 자연이 불타고 부처님의 전각마저 화마에 무너졌는데
어찌하여 "산신께서만 멀쩡하실 수 있냐!"며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절을 드린다.
엎드려 절하며" 절 받기 불편하시죠"
산신님! 이곳에서 난 불은 멀리 동해 바다에 가면서 불태웠고
일주일만에 비가 와서 꺼지고 대부분은 화재 진압하시는 분들이 밤낮으로 노력해서 149시간만에 껐답니다." 라며
소상하게 보고 드린다.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계시는 산신님...
의상께서 창건한 천년고찰 운람사 대웅전은 전소되어 버렸는데
문화재청에서 다시 복원이야 하겠지만
세월을 간직한 손때는 또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복제해도 원래의 것이 될수없는것
부처님의 전각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주지 스님과 이야기 나누다가
발길을 운람사에서 길은 멀리 보현지맥길로 향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0억 나무가 베어지고 50억 그루의 나무가 심어지는데
이번 의성 산불로 인해 수십억 그루의 나무가 불타버렸다.
멀리 보이는 곳까지 안동 낙동강 아래까지 모두 불에 타 까만 숯이 되었고
소나무는 거의 전멸인데
멀리 보이는 산들이 대부분 이런 모습이다.
나무 아래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지나온 곳으로
소나무아래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어느 무덤도 화마를 비켜가지 못해
후손들이 찾아와 잘게 썰은 짚으로 덮어 두었고
보현지맥길에
안평면 삼춘리의 평발재 지나 삼표당까지 이런 모습이고
동쪽으로 가면 의성의 푯대산까지 이런 모습이다.
간혹 고라니 발자국도 보이는데
산중에 살아남은 녀석도 있고 까마귀란 녀석도 보인다.
지맥길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는 불
이렇게 되라고 불을 준건 아닐 텐데...
좌측 멀리 송전탑 보이는 곳은 황학산 방향
가운데 도심은 의성읍
그 옆으로 오도산과 비봉산 방향
지맥길은 대부분 불타고
화마가 지난자리에는 까맣게 탄 소나무와 말라죽은 잎이 누렇게 되었다/
강풍이 몰아친곳에서 살짝 벗어난 골자기는 누렇게 익어있고
강풍이 몰아친곳은 어김없이
검게 탄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다
행여나 보현지맥을 해보고 싶다는 분 계시면
지금 가보시기 바라고
산이 우리에게 뭘 바라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장소가 아님에도 같은 장소같은 곳
TV에서 보는것과 전혀다른 모습인데
하루종일 걸어도 다 못보는 불난지역
꼭 한번 가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검은 재만 두껍게 쌓여있고
때로는 지켜보는것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신이버린 땅
따사로운 햇살을 마주하지 못하고
불을 마주했으니
어느 누가봐도 신이버린 땅으로 보인다.
끝이보이지 않은 검은 갯벌처럼 변한곳
끝이 보이지 않은 불난지역
살기위해 올라온 새싹이 보이고
아직도 매캐한 불 냄새가 나는 의성 산불 현장
부처님과 산신 그리고 조상 말고 절을 안 하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건만
오늘 20km 정도 걸으며 불에 타 숫한 죽은 나무들을 곁에서 보는 동안
부처님, 산신님께서는 이렇게 되는 동안 뭐 하셨습니까!
이 모든 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더 이상 걷다가 산신님과 싸울 것 같아
검게 그을린 바지와 배낭을 툭툭 털고 발길을 돌린다.
첫댓글 사진으로 그날의 잔흑했던 흔적을 보니
마음이 절로 숙연해집니다.
산림청에서 알아서 잘 하겠지만
소나무는 이제 그만 심었으면 좋겠고
적절한 수종의 배분이 곡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겨울철 불에 탈수 있는 낙엽이나
고사목들은 소방청 입회하에 사전에 모아서
일정 장소에서 소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참하고.. 안타까운 모습에 할말을 잃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신 그 마음은 오죽하셨을까요..
다시는 없어야 할 일입니다
ㅜ
울 아버지 고향도 의성입니다.
의성에서 산불이 시작되어 더 안타깝습니다.
금성,비봉산은 어딜가도 눈에 띄네요.
산불조심을 되새겨 봅니다.
하필 그날~~ 바람까지 거쎄게 불어 멀리 멀리 더멀리까지 산불이 번져버렸네요..ㅠㅠ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ㅠㅠ
대단한 큰 산불이 의성부터 발걸음 하신길 보니 아연질색 됩니다.
사소한것이 대재앙이 되였으니 지구의 온난화를 어떻게 탓 할지???(인간도 실수)
그나 저나 시골에 사신던 분들은 어뗳게 재기할까 저는 그것만 걱정이 됩니다.
몇년전에 우명교~안평산~정림동 산행시 조중봉 부근에서 화마가 안평산까지
산불로 이어져 진화가 잡히고 며칠후에 가보니 매케한 냄새가 지금도 나는것 같습니다.
무섭고 이로운 불~불 다 조심하여야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할수 있겠어요
피해를 보신분들은 더 하겠지요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겁니다
우리의 이로운 문명이 잘못 사용하면
우리에게 역으로 비수되어 돌아오는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화마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서서 그대로 죽음을 맞은 숲의 나무들...
너무 큰 고통엔 소리를 낼 수 없다는데
나무들의 검게 그을린 모습에서
그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울컥하게 됩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마음이 정말 ㅠㅠ
참 할말이 없네요 불불불 그저 조심하는게 최선이다 이말밖에 안나오네요
뉴스를 걱정하며 보긴 했지만~ 이렇게 자세히 산속 사진을 보니 느낌이 다름니다. 건조한 날씨와 태풍 같은 바람 자연이 인간에게 경고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엔 성묘객이 그랬다곤 하지만 농가에 구둘 때시는 분들 화목 보일러 때시는 분들~~ 불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처가집도 화목 보일러인데 아차 싶더라구요! 인재라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자연의 경고라 생각듭니다. 아마 또 산불은 날껍니다. 곳곳에 산불발생은 필연적인듯 합니다. 대응과 예방뿐~ 방장님 고생으로 산불현장도 보게 되네요! 고생하셨습니다.
tv만 보다 사진으로 직접 보니 정말 안타깝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