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조기교육 공개토론회 인사말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이 상 보
여러분 평안하십니까?
바쁘신 시간을 내시어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쩌면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란 이름은 사람을 물자로 여기고 있으므로 바꿔야 함.)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킴으로써 이런 괴로움을 겪게 해드린 듯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예부터 “교육은 백년의 대계”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초등교육의 기본 성격을 잘 알아야 하고, 그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이루어내도록 힘써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율곡 이이 선생의 ‘양병설’과 함께 1960년대의 ‘산아제한정책’을 떠올리게 됩니다. 지도자 한 분의 예지(선견지명)와 한 정권의 어리석음(천견지화)의 역사적 결과가 엄청남을 걱정해서입니다.
조선 선조 15년(1582) 12월에 병조판서가 된 율곡 선생은 두 달 만인 선조 16년(1583) 2월에 ‘6계조’를 올려 ①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들어 쓸 것(임현능) ② 군사와 백성들을 길러낼 것(양군민) ③ 재물 쓰기를 넉넉히 할 것(족재용) ④ 변두리를 튼튼히 할 것(고변병) ⑤ 싸울 병마를 준비할 것(비전마) ⑥ 교육 감화를 밝힐 것(명교화)을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조정의 벼슬아치들은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또 율곡 선생은 바로 4월에 ‘양병십만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또 하나 이른바 가족계획정책의 큰 재앙은 어떠합니까?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하나만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라고 했다가 마침내 “아이를 낳지 말고 우리끼리 잘 살자.”로 되고, “뭐 하러 결혼하나? 나 혼자면 그만이지”까지에 이르렀으니 그때 정책을 힘주어 추진하던 놈들(이것이 바른말임) 때문에 오늘날 이 나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난날 김영삼 정권에서 이른바 ‘세계화’(국제화라고 해야 함)를 외치며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을 적에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했고, 저도 글을 써서 그 잘못을 꼬집어왔습니다. 그런데도 2008년부터는 초등학교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 교육이 잘못되어 나라와 겨레의 앞날이 어둡게 될 것을 훤하게 보이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 이야기마당을 열었습니다. 바뿐 가운데 글을 써주시고 토론에 참여해준 여러분께 고마운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좋은 의견을 나누시어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