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천정부지 공사비 리스크…사업 지연 불가피 |
[K그로우 이연진 기자]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 잠실 등 사업 규모가 크고 사업성이 좋다는 정비사업에서도 공사비 인상과 공사기간 연장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몇 년 사이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정비사업을 진행는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3273억원 규모에 이른다.
또한 건설사와 조합이 공사비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지자 기관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요청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었다. 2019년 2건에 불과했으나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는 3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23건을 기록했다.
이런 갈등 현상은 더욱 격화되고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5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를 열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1987년 840가구 규모로 들어선 이 단지는 현재 35층 높이 996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GS건설은 3.3㎡(1평)당 공사비를 약 650만원으로, 공사기간을 48개월로 제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비가 높고 공사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반발하면서 시공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커지면서 갈등이 커졌다.
서울 잠실 일대 17년 만에 공급되는 신축 단지로 주목받은 송파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재건축은 시공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사업장 중 하나다.
시공사는 지난 8월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기존 공사비도 2018년 8월 도급계약 당시보다 인상된 금액인 데다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시공단는 고금리와 물가 인상, 문화재 발굴 등을 이유로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공사비를 한 번에 36% 가까이 올리는 것에 대해 반발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2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인 라온건설과 조합이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라온건설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여러 차례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조합과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라온건설은 지난 2021년 3.3㎡당 약 434만원에 덕소2구역 재개발사업 본계약을 맺었다. 이후 라온건설은 작년 10월부터 조합에서 요청한 기존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으로의 설계변경과 국내 건설자재비 인상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성북구 장위6구역은 이주·철거가 진작 끝났음에도 3년 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한 차례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를 교체한 이곳은 대우건설과 2019년 3.3㎡당 427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조합에 자잿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해 3.3㎡당 600만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조합이 거부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렇게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갈등을 빚는 이유는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 53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06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과 건설자재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올해 평균 공사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직접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26대책의 후속 조치로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 파견 및 사전 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 지연이 우려될 경우 조합이나 시공사가 기초자치단체에 파견을 요청하면,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3~4명의 전문가단을 꾸려 현장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단 파견에 드는 비용은 국토부에서 전액 지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사비 분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주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시공사를 선정할 때 처음 제시한 금액을 확정하고 향후 물가 변동 등에 대한 합의가 없어 공사비가 오를 때 갈등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공사 선정을 할 때 향흐 물가 변동 등 시공사의 귀책 사유 없이 늘어난 공사비에 대해선 발주자가 부담해주는 구조로 계약이 체결된다면 문제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출혈 경쟁 구조인 수주 시장에서 확정된 금액을 제시 하기 때문에 갈등을 막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조합 #시공사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갈등 #공사비 #물가 #서울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