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99일만에 1억병 팔렸다”...‘켈리의 고향’ 하이트진로 홍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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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99일만에 1억병 팔렸다”...‘켈리의 고향’ 하이트진로 홍천공장

유진우 기자
입력 2023.07.25 14:41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맥주 연간 매출 가운데 30%가 43분기에 나온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전형적인 여름철 휴식을 상징한다.

이 소박한 즐거움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전 국민이 국토 어디서나, 같은 맥주를 일정한 품질로 마실 수 있는 국가는 의외로 드물다. 소위 맥주 선진국이라 불리는 여러 국가들 가운데 ‘국민 맥주 브랜드’가 확실히 자리잡은 국가는 얼마 없다. 우리나라 우유처럼 각 지역마다 인기 있는 브랜드가 제각기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맥주도 우유만큼 섬세한 대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맥주는 도수가 다른 술보다 낮아 맛이 쉬이 변한다. 같은 맥주 맛을 유지하려면 제조 공정에 맞춰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같은 엄격한 기준이 필수다. 식품 위생에 덜 민감한 저소득 국가는 대부분 여기서 탈락한다.

갓 만든 맥주를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물류 시스템도 빠져선 안된다. 세계 최대 맥주 생산국 중국이지만, 중국 1위를 차지하는 설화맥주조차 중국 전역을 아우르지 못한다. 반대로 국토가 작은 국가라도 운송부터 진열대까지 이어지는 콜드체인(Cold Chain·저온 유통망)을 지키지 않는다면 맥주 맛이 금새 변질된다.

‘1등의 철학 - 깨끗함. 안전한 즐거움을 만들자’
강원도 홍천 하이트진로(19,660원 ▼ 390 -1.95%) 강원공장은 국내 최대 맥주 생산시설이다. 지난 19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서 마시는 맥주를 만드느라 생산라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병 선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병 선별기는 분당 1000병 속도로 하이트진로 병과 타사 병을 구분했다. 선별기에 투명한 다른 업체 병은 이따금 눈에 띄었다. 나머지는 오렌지빛 켈리와 초록색 테라 병이었다. 6대 폐쇄회로 카메라는 기준 이상으로 상하거나 모양이 달라진 병들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지난 4월 선보인 하이트진로 맥주 신제품 켈리는 99일 만에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초당 11.7병이 팔린 셈으로, 우리나라 성인 수(4328만명) 기준 1인당 2.3병씩 마셨다는 의미다. 출시 후 3개월 누적 판매량을 상자 수로 환산하면 330만 개다.

이택인 하이트진로 품질관리팀장은 “현재 켈리가 출시된지 초기여서 테라가 70%, 켈리는 30% 정도 비중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점차 켈리 생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켈리 생산 공정은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는다.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벨트를 따라 움직인다. 제품 생산 전 과정은 중앙통제실에서 제어한다. 생산 공정 가운데 눈에 띄는 직원은 채 20명이 되지 않았다. 강원공장 종업원 400여명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물류와 운송을 담당한다. 이들 관리·감독 하에 매일 이 공장에서만 켈리 500밀리리터 기준 82만병이 만들어진다.


이인철 하이트진로 강원홍천공장장은 “과거에는 독일, 일본으로 기술을 배우러 다녔지만 지금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외국 양조 기술자들도 견학을 올 정도”라며 “장인(匠人)이 술을 빚는다는 말처럼 우리도 장인의 마음으로, 빚는다는 자세를 가지고 정성 들여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공장은 맥주 양조부터 병입, 이후 운송까지 한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맥주 주원료 보리를 거대한 사일로에 주입하고, 저장한 보리에 싹을 내 건조하면 맥아가 된다. 맥아를 분쇄해서 따듯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식혜같은 단 맛이 나는 맥아즙으로 바뀐다. 여기서 쓴맛을 내는 타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하는 자비 과정을 한 차례 거친다. 이후 냉각기로 빠르게 식혀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탄생한다.

그래픽=손민균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켈리는 이 과정에서 슬로우 공법을 적용해 맛에 차별점을 뒀다. 맥주 숙성에는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 역할이 중요하다. 하이트진로는 수차례 테스트를 거쳐 효모가 적절히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 온도를 찾았다고 밝혔다. 먼저 부드러운 첫맛을 강조하기 위해 7도에서 1차로 숙성해 잡미와 이취를 제거한다. 이후 영하 1.5도에서 두번째 숙성을 해 강한 탄산감을 준다.

김태영 하이트진로 주류개발팀장은 “켈리를 개발할 때 콘셉트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탄산감’으로 잡았다”며 “두 개념이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총 128개 시제품을 제조해 첫 맛은 부드럽고, 뒷맛은 탄산감이 느껴지는 제품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켈리는 2019년 3월 테라 출시 이후 국내 맥주업계에 4년 만에 등장한 히트상품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유흥·가정 시장 맥주 부문 판매가 켈리 출시 전인 3월보다 약 33% 상승했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 증가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부 대형 마트 6월 실판매 자료 분석 결과 국내 맥주 매출 기준 하이트진로 제품 점유율은 약 49.6%를 기록했다. 올해 3월보다 약 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1분기 공시 기준 강원공장 가동률은 56.4%로 아직 물량을 늘릴 여유가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본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 같은 다른 맥주 제품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켈리 판매량과 인지도가 오르는 점을 고려해 생맥주와 소(小)병 제품군을 앞당겨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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