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납시다, 봄이 오도록!
어제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자로 ‘입춘(立春)’의 뜻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입춘’ 그러면, 아, 봄으로 들어간다는 뜻인 모양이다, 이렇게 지레 짐작합니다. 그런데 왜 한자로 ‘입’을 들어갈 입(入)자가 아니라 설 입(立)자를 썼을까, 예전에도 얼핏 이상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죠. 그런데 김세경이란 시인이 쓴 ‘입춘’이란 시는 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땅이 일어선다/ 첫돌 지난 땅이/ 일어선다./ 겨우내 젖 물고 있더니/ 아장아장 걸어 보겠다고/ 지나는 바람의 치마폭 붙잡고/ “섰다 섰다 섰다”/ 첫발을 뗀다./ 누가 일러 주지 않아도/ 서야 할 때를 안다./ 참 신통하다./ 혹한을 딛고 일어서는/ 맨발 아기의 첫 인사/ 스물스물 발바닥이 가렵다.' 참 많은 깨달음을 주는 시입니다. 설 입(立)자를 써서 입춘이라고 한 것은, 아기가 처음 일어나 걷는 것처럼, 봄도 일어나는 것으로 형상화한 겁니다. 마치 언 땅을 뚫고 여리여리한 새싹이 일어나듯이요.
그러고 보면 겨울 안에 이미 봄이 있었던 겁니다. 절망 속에 희망의 씨앗이 있듯이, 실패 속에 성공이 잠재되어 있듯이, 고난 속에 축복이 감춰져 있듯이요. 어떤 분이 보내준 카톡에서 비슷한 감동을 주는 단문을 봤습니다. ’겨울이 착한 건 꼭 봄을 데려와요.‘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꼭‘이라는 말이죠. 앞의 시에서, 봄은 아기처럼, ’누가 일러 주지 않아도 서야 할 때를‘ 알듯이 말입니다. 정말 겨울이 봄을 데려오지 않았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꼭 데려옵니다.
그러니, 겨울과 봄은 원수지간이 아니었습니다. 부모자식간인지 모릅니다. 겨울이 봄을 낳은 것이죠. 겨울이 있기 때문에 봄이 있고, 겨울 속에서 봄은 준비되었던 것이죠.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교훈과 맞습니다. 아가서 2:13을 보면 봄이 왔으니 사랑하는 자여 일어나서 함께 가자, 고 권유합니다. 어쩌면 봄이 와서 일어나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나가니까 봄이 오는지 모릅니다. 살면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입춘의 뜻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겨울 안에 봄이 있다고요. 내가 일어나면, 봄도 일어난다고요! 38년된 중풍병자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을 기억합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2023년 2월 5일 주일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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