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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 계획에 따라 '도마령 → 973봉 → 천만산 → 산막봉(916봉) → 삼면봉 → 임도 통과 → 암봉 → 삼봉산 → 주 능선 이탈 → 임도 → 고자교'의 9km 코스를 4시간 30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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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동쪽은 경상북도 김천시 · 상주시, 서쪽은 충청남도 금산군, 남쪽은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북쪽은 옥천군에 접하고 있다. 동경 127°35′∼128° 03′, 북위 36° 00′∼36° 18′에 위치한다. 면적은 845.61㎢이고, 인구는 5만 693명(2015년 현재)이다. 행정구역으로는 1개 읍, 10개 면, 230개 행정리(131개 법정리)가 있다. 군청은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에 있다.
[자연환경] 이 군은 대부분이 화강편마암 지대로서 석회반암과 규장석은 용산면 · 학산면 · 양산면 등에 소지역으로 산재해 있고 중생대 지층은 용산면 · 영동읍 · 양강면에 분포하며, 화강암은 심천면 · 양산면 · 용산면 일대의 일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소백산맥이 북동부에서 남동부로 달리고 있어 남동부는 높고 북서부는 낮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북동부에 백화산(白華山, 933m) · 지장산(芝藏山, 772m) · 추풍령(秋風嶺, 548m) · 눌의산(訥誼山, 743m), 남동부에 황학산(黃鶴山, 1,111m) · 민주지산(眠周之山, 1,242m) · 삼도봉(三道峰, 1,177m) · 각호산(角虎山, 1,176m) 등이 솟아 있고, 서쪽에는 마니산(摩尼山, 640m) · 성주산(聖主山, 629m) 등을 중심으로 저산성 산지가 발달해 있다.
영동 분지는 영동읍을 중심으로 동북부의 백마산(白馬山, 532m), 동남부의 봉대산(烽臺山, 654m), 남부의 삼봉산(三峰山, 931m) · 천만산(千萬山, 943m) · 천마령(天摩嶺, 926m), 서쪽의 노고산(老故山, 434m) 등으로 둘러싸인 침식분지이다. 황간 분지는 북부의 포성산(933m) · 주행치(周行峙), 동부의 봉대산(654m), 서남부의 백마산(白馬山, 533m) 등으로 둘러싸인 침식분지로서 대부분이 준평원을 이루고 있다.
하천은 주곡천(主谷川) · 삼봉천(三峰川) · 양정천(楊亭川) · 괴목천(槐木川)을 합류한 영동천(永同川)이 군내에서 가장 넓은 침식평야를 이루고 있다. 난곡천(蘭谷川) · 석천(石川) · 서송원천(西松院川)이 영동천과 합류하는 곳에는 좁은 충적평야가 발달하여 있다.
금강 분류가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서 발원하여 무주군 무주읍 부근에서 남대천(南大川)을 합류하고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에서 양산면 가선리로 동쪽으로 흐르면서 호탄리에서 호탄천(虎灘川), 원당리에서 원당천(元塘川), 양강면 묵정리에서 시항천(矢項川), 심천면 초강리에서 영동천을 합류해 북쪽으로 흐르다가 장동리 부근에서 옥천군 이원면 백지리로 흘러든다.
연평균 기온 11.8℃, 1월 평균기온 -3.5℃, 8월 평균기온 25.9℃이며, 연 강수량은 1,102㎜이다. 연교차가 심한 대륙성기후를 나타내며, 여름철의 집중호우로 홍수의 피해를 보기도 한다. -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4년 8월 첫 번째 목요산행은 1일 각호지맥 상의 충북 영동의 천만산과 삼봉산을 연계해 달릴 예정이다. 이 산행 계획을 5월 21일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신청하기는 했는데, 다른 지역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있기는 하나, 영동의 두 산은 초면이라, 당시에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던 ‘한국의 산하’에서 두 산에 관해 찾아봤다. 그런데, 없다! 해서 다음으로 찾아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도 찾아봤으나, 역시 없다. 마지막으로 구글링하니, 여기도 산에 관해 알 수 있는 건 없어, 산에 관해 알려진 게 없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산행기에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런 산을 가야 하는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후 이거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라는 생각에, 애초 목요방이 오지 전문이니, 성격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산행이라 결론짓고 동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9km 거리에 4시간 30분이라는 소요 시간이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산행 당일 가까운 민주지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내내 흐리고 기온은 영상 26℃~29℃, 바람은 3m/s, 습도는 60%~65%로 최근의 고온 다습한 환경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해서 다른 산행과 특별히 다른 걸 준비하지는 않는다. 목요방이 늘 그렇듯이 산행 후 근처 맛집에서 늦은 점심 겸 하산주를 마시는데, 이번 역시 같다. 다만, 날머리에서 23km가량 떨어진 곳이라, 버스로도 30분 가까이 걸리는 식당이다. 말인즉 이른 시간에 산행을 마친다고 해도, 마지막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는 꼼짝을 못 한다는 거다. 계획상 2시 50분에 산행을 마감한다고 해도, 식당에 도착하는 시간은 3시 20분경이라, 체력 유지를 위해 양이 적은 사당역표 김밥을 준비한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선정한 '안성식당'보다, 700m 거리의 '행복올뱅이식당'의 평이 더 좋은데, 왜, 저 식당을 선정했을까? 버스 주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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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숙취 때문인지 다른 날과 달리 알람에 놀라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밤새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신청자 중 한 명이 취소해, 28명이 됐다. 차량을 변경할 수 있는 시점을 넘어섰으니, 당연히 31인승 버스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천만산 즉 영동 지역의 날씨는 29℃~32℃로 꽤 높으나, 다행히 바람이 3m/s 시원하게 분다는 예보고,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좋음'이라 전망대가 있다면 조망은 괜찮을 듯하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5시 45분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6시 38분 사당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승차장 종합 판매대로 가, 채소 김밥을 달라고 하자, 공장이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휴가라 김밥이 없단다. 그럼, 점심을 굶지 않게 떡이라도 사 가려다, 개찰구 밖에도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파는 집이 있다는 게 기억나 위로 올라가 개찰구를 통과한 후, 그 집으로 갔다.
다행히 그 집에는 김밥이 있어, 채소 김밥을 하나 달라고 하고 가격을 묻자, 2,000원이다! 응? 과거 승차장 종합 판매대가 1,500원 하던 시절 2,000원이어서 같은 김밥을 500원 더 주고 살 이유가 없어, 아래만 이용했는데, 아래가 가격을 500원 올렸지만, 여기는 그대로 유지 중이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듯하다. 그런데, 난 아래와 위가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김밥이라 생각했는데, 아녔다. 그리고 과거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녔는데, 이번에 김밥을 사고 나오면서 보니, 신사역과 같은 프랜차이즈 즉석 빵집이다. 혹시 김밥도 본사에서 제공하는 건가? 결과적인 얘기나, 김밥의 내용물이나 맛이 신사역표와 같은 걸 보면, 본사는 아닐지라도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건 맞는듯하다. 그런데, 왜 신사역은 2,500원이지? 경쟁이 없어서?
어쨌든 김밥을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은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용주차장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볼일을 봐야 좋을 듯해 화장실로 갔는데, 폐쇄다. 그렇다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가기는 귀찮아, 휴게소까지는 참을 수 있는 상태라, 일단 보류하고 산악회 버스 주차 구역으로 가, 앞창 LED에 '영동 천만산+삼봉산'이 빛나고 있는 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서 사용할 물건이 든 보조 가방만 들고 차에 탔다. 그리고 친숙한 일행과 인사를 나누며, 거의 끝이나 다름없는 자리로 갔다. 이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장 편한 자세로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예정된 7시 정각 공영주차장을 출발한 버스가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는 걸 보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다. 해서 참았던 볼일을 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며 보니, '옥산'이다! 그럼, 경부고속도로란 얘기다. 무주에서 영동으로 넘어갈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2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뭐 산악회 게시판에 있는 내용이고, 산행 준비를 하며, 이미 검토했던 사항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당 예약은 선급이라 예약이 안 되니, 도착해서 각자 알아서 하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집을 버리고, 700m 거리의 맛집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대장이 설명이 끝나고, 다시 그 식당과 통화를 하는 듯하더니, 선급은 정신이 바쁜 휴일 얘기고, 평일은 예약이 된다며 주문을 받는다. 올뱅이국 또는 올뱅이비빔밥! 무침을 안주로 할 거니, 당연히 국이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보다가, 버스가 좁은 시골길로 들어서는 순간 슬리퍼를 벗어 등산화로 갈아 신고, 바람막이를 벗었다. 그리고 버스가 날머리에 접근하자, 인솔 대장이 창밖을 보며, 날머리 위치를 다시 설명했다. 그리고 버스가 힘겹게 고개를 올라, 예정보다 6분 늦은 10시 26분 도마령에 도착해, 그에 맞춰 대장이 마감을 3시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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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령 주차장에 도착해 바람막이 들고 차에서 내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2020년 8월 2일 천고지 각호산에 오르기 위해 도마령에 왔을 때[산행기]와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다리를 건너….'라고 언급했을 때는 그저 다른 지역처럼 흔들다리 하나 만들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일단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 능선에는 당시에는 없었던 전망대가 보인다. 그리고 꽤 넓은 주차장과 휴식처가 있다. 고로 대단히 많은 관광객이 차량을 가지고 찾는 장소라는 얘기다. 일단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바람막이를 넣고 둘러멘 후, 두 앱의 GPS를 확인했다. 776m~916m, 산경표의 916m는 심각한 오류다. 그런데 산경표의 지도에는 도마령이 843m라 기록되어 있다. 고로 산길샘의 776m도 너무 낮다!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천만산 정상이 960m니, GPS가 아니라 지도를 기준으로 한 고도차는 117m에 불과해, 산행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물론 도마령은 4년 전 왔던 곳이라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전벽해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빠른 일행은 벌써 전망대로 올라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 주차장 위로 올라가서 보니, 이 또한 전망대로,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거대한 뱀이 도마령으로 올라오는 모습 또한 장관이나,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자세 잡기가 좋지 않고, 그런 뱀은 대한민국의 유명한 고개에서는 다 볼 수 있는 장면이라, 눈으로만 감상하고 선두의 뒤를 따라갔다. 다리를 건너자, 전망대까지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반대편에 정자가 있다. 4년 전 각호산행 때 분명 갔던 정자다. '각호정'이었나? 산행 후 확인한바, '상용정(上龍亭)이다! 그리고 상용정 뒤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각호지맥이라는 이름을 따온 각호산이다. 왜, 민주지맥이라 하지 않았을까? 전망대 아래에 도착해 보니, 회전 계단으로, 전망대로 올라가게 되어 있지만, 굳이 올라가고 싶지 않아, 무시했다. 대신 앱으로 다시 고도를 확인했다. 805m~830m로, 평소 20m~30m 낮게 나오는 걸 고려하면 지극히 정상인 게 동기화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듯하다.
전망대 위로 올라가는 건 관심 밖이고, 그 아래에서 반대편 각호산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데, 일행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응?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전망대 아래는 꽤 넓은 갑판이고 당연히 관광객의 안정을 위해 사방으로 난간을 설치했다. 각호지맥 또한 난간으로 막혀 있다. 그렇다고 이정표나, 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말인즉 천만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난간을 넘어야 했다. 그런데, 바닥에 앞서간 선두가 놓아두기로 한 방향 지시도 없다. 옆의 산꾼에게 방향 지시가 없다고 하자, 선두가 전망대에 올라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단다. 뭐, 방향 지시야 있든 없든 월담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어, 난간을 넘어, 각호지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0여 미터를 가자, 거의 하늘로 올라가는 갑판 계단이다. 결과적인 얘기나, 각호지맥 곳곳에 최근에 설치한 거로 보이는 갑판 계단인데, 전망대 아래 갑판 난간으로 진행 방향을 막은 건 생각 없는 인간들이라는 방증 아닌가?
영동군에서 각호지맥에 쏟아부은 돈에 비해 등산객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간꾼 또한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듯 울창한 숲과 등산로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진행과 시야를 방해해, 그저 앞만 보고 전진이다. 그렇게 가 10시 49분경 앞에 봉우리가 나타나, 혹시 천만산이 아닐지 기대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아니다. 해서 고개를 들어 정상 주변의 나무를 살펴봤다. 예상대로 우리의 '준·희'가 만들어 매단 '각호지맥, 973m' 명패다! 말인즉 '973봉'이다. 그럼, 960m인 천만산보다 높아, 이번 산행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그런데, 왜 무명일까? 해서 인솔 대장이 처음부터 힘들고, 비록 전체 도상 거리는 9km가 조금 넘지만, 기복이 심해 쉽지 않은 산행이라고 평가했던 거다. 명패를 매단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이정표다. 그런데, 천만산이나 삼봉산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고, 대신 이번 산행 소개 어디에도 언급이 없는 3.82km 거리의 전망대는, 영동군에서 강조하는 거로 봐서는 전망은 좋을 듯하다.
973봉에서 앱의 지도로 확인한 결과, 천만산까지 반은 넘게 왔다. 그리고 등고선을 보면, 973봉이 천만산보다 높아, 중간에 고개로 내려가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길은 평탄할 거로 생각된다. 울창한 숲을 통과하는 거라, 조망은 꽝이지만, 예상대로 평탄한 각호지맥을 따라 천만산으로 향하는데, 온통 녹색 속에 역시 녹색의 봉우리 실루엣이 보인다. 분위기상 천만산이다. 그 실루엣을 주시하며 동영상도 촬영하며 울창한 숲을 뚫고 가, 작은 바위굴과 선바위를 만나 촬영을 중지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계속 가던 중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깔딱을 올라, 11시 5분 천만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고, 그걸 대신해 영동군에서 설치한 거로 보이는 이정표 기둥에 '천만산, 960m'와 그 옆 나무에는 그린나래의 '천만산, 960m', 우리의 '준·희'의 '백화지맥 분기점' 명패가 매달려 있다. 먼저 이정표와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산행 대장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선두 그룹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정상을 떠나, 다음 목표인 삼봉산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10여 미터를 가니, 나무에 매달린 명패가 보인다. 이건 뭐지 하고 살펴보니, '준·희'의 '각호지맥, 여기가 삼면봉입니다, 영동군 상촌면, 용화면, 양강면입니다'라는 소개다. 글로 봐서 어딘가에 삼면봉이라 잘못 알려진 봉우리가 있어 그걸 우리의 '준·희'가 바로잡는 듯하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정상 이정표 기준 3.12km 거리의 전망대 정상에 '그린나래'가 만들어 매단 '삼면봉' 명패가 있다. 나야 당연히 '준·희'를 신뢰한다. 그런데, 삼도봉이야 그렇다 치고, 삼군봉도 아니고, 굳이 삼면봉을?! 천만산은 각호지맥의 주요 산이고, 백화지맥의 분기점이자, 영동군의 삼면이 만나는 주요 지점인데, 영동군은 대접을 안 하는 듯하다. 어쨌든 앱의 GPS로 현 위치를 기록한 후 삼봉산으로 향하는데, 고개로 향하는 낙엽 쌓인 급경사 하산 길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구간이 짧다는 거! 고개로 내려가, 만약 각호지맥 종주 중이라면 무시했을 이정표의 지시에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우회하기도 했다.
삼봉산 길목에서 바위 군락의 칼등 능선을 만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기도 하며, 무명의 봉우리에 오르자, 다시 봉우리 실루엣이다. 당연히 삼봉산이라 생각해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다가, 바위 사이에서 도라지꽃을 발견해, 그걸 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설왕설래하다가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도 감상할 수 있게 두고 갔다. 그런데, 후미에서 사진을 찍으며 따라오는 인솔 대장의 산악회 앨범에 도라지꽃 사진이 없는 걸 보면 중간의 누군가가 캔듯하다. 무명의 봉우리에 올랐을 때는 그나마 하늘이 뚫린 뒤의 지나온 능선을 기록하기도 하며 가는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갑판 계단이 많다. 비록 즐비한 갑판 계단이 산행의 재미를 반감시켰지만, 만약 계단이 없었다면, 이 구간을 통과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모두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그 계단이 최근에 설치된 거다. 갑자기 각호지맥에 관심을 보이고 세금을 쏟아부은 이유가 뭘까? 그 돈으로 이정표나 확충하지! 이정표가 없으니, 앱의 GPS로 다음 목표까지 대략적인 거리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와중에 통신 불통 지역이라, 네이버 지도는 쓸모가 없다.
인솔 대장이 설명한 대로, 기복이 많아, 도대체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는지도 모르게 봉우리를 넘었는데, 와중에 많은 봉우리의 오르내리는 길은 갑판 계단이 차지하고 있다. 다행인 건 그 갑판 계단이 뻥 뚫린 건 아니나, 그래도 전망대 역할도 한다는 거다. 계단 쉼터에서 뒤로 돌아 찍은 사진의 뒤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각호산이고, 그 앞 능선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만산이다. 짧은 구간에 갑판 계단이 많은 것도 많은 거지만, 그 대부분의 높이가 상당하다는 것도 놀랍다. 좀 과장해서 마치 지리산 화개재에서 삼도봉 올라가는 수준이다. 그나마 모든 등산로를 갑판화 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여 가다가 깔딱을 오른 후 시원 물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앞에 실루엣으로 보던 봉우리가 나타나, 삼봉산이라 생각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깔딱을 올라, 11시 56분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 고개를 들어 주변 나무를 살펴봤다. 예상대로 ‘준·희’의 명패가 있다. 삼봉산이 아니라, '각호지맥, 916m', 즉 916봉이다.
916봉 정상 이정표에 의하면, 삼거리로 직전은 산막저수지, 삼봉산이라 생각하는 전망대는 우회전으로, 0.9km로 남았다. 그런데, 그 전망대로 향하는 내리막길 또한 갑판 계단으로 이번 산행에서 오르내린 계단 중 가장 길다. 그 계단을 내려가, 100여 미터를 가자, 쉼터라, 그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현재 시각 12시 정각 늦어도 3시 반경에는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라, 그걸 맛있게 먹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점심을 먹었다. 이후 수시로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가, 12시 25분 진행 방향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나란히 붙은 세 개의 봉우리 실루엣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삼봉산이다! 그럼, 앞에 있는 봉우리는 뭐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봉우리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르자, 길목 이정표에는 '전망대 0.02km'고, 역시 갑판 계단이다. 그리고, 정상에는 산불 감시 초소다. 설마 저게 전망대?
영동군이 설치한 이정표에서 그렇게 강조한 전망대에 실망하고, 뒤로 돌아 지나온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산악회 리본이 잔뜩 매달린 나뭇가지에 '그린나래'의 '삼면봉(883M)'과 '준·희'의 '각호지맥, 882.6m' 명패도 있다. 여기가 문제의 삼면봉이자 전망대다. 그리고 지맥은 우회전이라, 당연히 우회전하려는데, 앞에서 무엇이 있는듯해 직진했다. 영동군이 그렇게 자랑하는 전망대다! 자랑할 만한 조망이다. 그런데, 관광객이나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지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풀이 차지하고 있다. 어쨌든 전망 갑판에서 보이는 모든 걸 파노라마로 남기고, 갈림길로 돌아가는 중 보이는 조망 또한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각호지맥을 따라 좌회전해 삼봉산에 오르기 위해 고개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전면으로 세 봉우리를 보며 고개로 내려가지만, 역시 짙은 녹색의 바다에서 실루엣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삼봉산 오르기 위해 고개로 향해, 12시 36분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에서 언급한 임도가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 12시 37분 ‘삼봉산 고갯마루’에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여차하면 여기서 삼봉산을 포기하고 임도로 내려가도 된다. 등산로는 916봉에서 임도로 내려와 고갯마루 이정표가 있는 임도로 조금 위로 오른 후 오른쪽을 보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이는 곳이다. 임도에서 삼봉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또한 각호지맥이라, 지금까지와 같았다. 다만, 지금까지 지겨울 정도로 보였던 갑판 계단이 없는 게 의외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어서 그런지,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많아, 주의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삼봉산의 실루엣만 감상하며 올라, 12시 48분 세 봉우리 중 첫 번째 암봉 전망대에 올라서, 지나온 916봉과 그 능선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당연히 옆 암봉이 삼봉산 정상이라 생각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바위 전망대를 떠나, 암봉으로 갔으나, 어디에도 정상 표지가 없다. 바위 전망대를 우회한 일행도 정상 표지를 찾다가 지도를 확인하고는 여기는 산악회 코스 소개 중 삼봉산 직전 암봉이고, 삼봉산은 더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해서 앞장서서 암봉에서 내려가며 보니, 먼저 내려간 일행이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고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전면이 아니라, 암봉 뒤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여, 그 방향으로 갔다. 당연히 뒤에서는 왜 그 방향으로 가는지 물어, 여기가 길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갔다. 암봉 뒤 급경사 기슭을 가로지르는 등산로라 상태가 좋지 않고, 약간은 위험했다. 그 길을 가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뒤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암봉 정상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이 있을 듯했다. 당연히 대간꾼이라면, 지맥을 따라 길을 만들었을 거다. 하지만 다시 가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어쨌든 12시 56분 삼봉산 정상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59분 정상석 대신 정상목이 있는 삼봉산에 도착했다. 정상목 옆 나무에는 '준·희'의 '각호지맥, 삼봉산 929.9m' 명패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속속 도착한 일행이 인증 남기는 걸 관찰하다가, 나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정상목 주변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아봤다. 올라온 길 왼쪽의 무성한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이 그 방향에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나, 거기는 각호지맥이고, 우리는 여기서 지맥이 아니라, 고자교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해서 고자교 방향의 직진 방향을 찾아보니, 산악회 리본 등 표지는 없으나, 인적은 있어, 일행에게 여기가 길이라고 알려주고 먼저, 그 인적을 따라 능선으로 내려갔다. 수시로 일행이 따라오는 걸 확인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따라오던 선두 조가 여기가 길이 아니라고 외치더니, 다시 위로 올라가며 나를 불렀으나, 소신에 따라 무시하고 계속 내려갔다. 그렇게 1시 5분경 일행과 헤어져 혼자서 인적인지, 동적(動跡)이지 명확하지 않은 흔적을 따라갔다. 사실 하산하는 능선이라 동물이든 사람이든 흔적은 큰 의미가 없으나, 그래도 무언가가 다녀야 잡목의 방해를 피할 수 있어 중요하다.
당연히 두 등산 앱의 지도에는 없는 각호지맥 접속 구간이지만,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대는 큰 도움이 됐다. 결정적으로 등고선을 통해 계곡과 능선 그리고 정규 등산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큰 도움이라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와중에 하늘이 약간 열리면 그 너머로 보이는 삼봉산의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그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일행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유자적 내려가, 1시 28분 계곡이 보이는 곳에 도착해 능선을 버리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끈적거리는 땀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어떻게든 해야 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 1시 30분 도착했다. 계곡 상류라 씻을 정도의 수량은 아니라, 일단 수건에 물을 듬뿍 묻혀 머리에 뒤집어쓰고 계곡을 따라 계속 갔다.
그렇게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임도가 멀지 않은 위치의 소로 들어가 이번 산행에서 흘린 땀을 각호지맥이 만든 계곡물로 깨끗이 씻었다. 물론 옷도 깨끗이 빨아 입고 1시 52분경 개인 수영장을 떠나, 옛 화전민 터를 지난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는데, 앞에 다리다. 즉 임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다리 위로 삼봉산에서 헤어진 일행이 지나다 나를 보더니, 뒤따라오는 일행에게 나를 만났다고 소리친다. 그 시각이 1시 54분이다. 그렇게 다시 일행과 만나, 임도로, 날머리로 향하다가, 계곡을 만나면 몇이 계곡으로 들어가 씻고 나머지는 계속 길을 갔다. 영동이 호도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임도 주변의 익어가는 호도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날머리로 향해, 2시 23분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는 버스를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마을 방향으로 200여 미터를 내려간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우리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산꾼이 인솔 대장의 지시한 대로 산악회 버스 기사에게 전화해 선두 도착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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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이 산행 전 선두가 날머리에 도착하면 기사에게 전화해, 도마령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부르라고 얘기한 대로 연락해, 2시 23분 도착했다. 부른 지 5분도 채 안 돼 도착한 버스가 절묘하게 주차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3시에 예정대로 마감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일행이 간 작은 계곡으로 갔다. 그리고 그늘에 앉아, 발은 계곡에 넣고, 일행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후 마감 10분 전인 2시 50분경 계곡을 떠나, 버스가 주차 중인 날머리로 갔다. 그런데, 아직 일행의 반도 안 도착했다. 그럼에도 마감인 3시간 되자, 대여섯을 빼고 도착하는 걸 보고 역시 산꾼이라고 속으로 감탄했다. 문제는 인솔 대장이 아직 도착 전이라는 거다. 물론 후미와 같이 오느라 늦다. 어쨌든 20분경 다 도착했으나, 아직 씻지를 못해 우리가 노닥거렸던 작은 계곡에서 땀을 씻은 후 3시 30분경 식당을 향해 출발했다.
4시 정각 안성식당에 도착해 보니, 다른 맛집이 있음에도, 이 집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면내의 다른 식당은 주차장이 없으나, 황간 면내에서 벗어나 있어, 대단히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어, 버스 같은 대형 차량 주차도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식당이 커, 손님이 붐비는 휴일에는 선입해야 제대로 돌아갈 식당이다. 산악회 버스로 날머리에서 식당으로 오는 중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식당에 전화해 안주로 올뱅이무침을 주문해 우리 자리는 제일 끝에 별도로 세팅되어 있었다. 해서 냉장고에서 이슬이와 맥주를 들고 와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이후 나온 올뱅이국에 밥을 말아, 그것도 안주로 하산주를 마셔, 이슬이 여섯과 맥주 두 병을 비웠다. 그리고 4시 50분경 식당을 나와, 버스에 탔다가, 볼일을 보고 가야 할 거 같아, 식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 식탁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해결되는 걸 지켜보다가, 주인장이 서비스라고 준 식혜 하나를 득했다.
버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천안삼거리 휴게소다. 볼일이 급한 것도 아니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 그대로 앉아서 창밖으로 주변을 감상했다. 그리고 다시 버스가 출발해 잠을 청했는데, 안 온다. 해서 핸드폰 카메라로 이것저것 찍으며 노닥거리며, 분위기를 보니, 시간이 일러, 양재에서 한 잔 더 할 분위기다. 걸리면 오늘은 대화다! 와중에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주인장이 토요일 예정된 운암산행을 성원 미달로 취소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미 예상하고 대안으로 월요일 쉰움산을 신청해 놀랍지도 않다. 역시 예상대로 인솔 대장이 주당들에게 양재에서 내리라고 통보하고 다닌다. 물론 내게도. 도망가는 건 양재에서 안 내리면 되지만, 그럼 사당에서 집으로 가야 해 더 복잡하다. 와중에 양재 도착 시간이 애매해 간단하게 한잔하고 갈 것도 고민하다가, 일단 양재에서 내려 뭉그적거리다가, 주당들이 길을 건너는 걸 보고 역으로 가 집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8시 반경 집에 도착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뜨거운 소나기를 맞은 후 삼겹살을 구워 시원한 비빔라면과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목요방 산행 계획대로 '도마령 → 973봉 → 천만산 → 산막봉(916봉) → 삼면봉 → 임도 통과 → 암봉 → 삼봉산 → 주 능선 이탈 → 임도 → 고자교'의 12.42km(산길샘) 오지를 3시간 59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54분, 휴식 5분!
기온은 30℃를 넘는 불볕더위나, 산에서는 한여름이라기보다는 가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 산행이다. 심지어 계곡물도 따뜻하게 느껴졌음에도!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없었으나, 그나마 가끔 뒤로 보이는 각호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삼봉산에서 고자교롤 내려가는 길(?)은 희미한 인적(?), 동물의 흔적을 따라가는 진정한 오지 산행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나, 2020년 8월 2일 도마령에서 천고지 산행으로 각호지맥 각호산과 민주지산에 올랐고[산행기], 그 4년인 8월 1일에는 반대편으로 각호지맥 도마령에서 천만산을 거쳐 삼봉산까지 달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