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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의 마술-경북아동문학 38집 작품 평을 위한 밑판
박경선
38집을 내기 위해 원고를 보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작품을 읽었습니다. 내가 쓴 돋보기안경의 도수는 < 내 맘 대로>였습니다. 월례회 때에 모이면 이것을 밑판으로 펼치려고 작가의 작품에서 한 구절씩만 따 모았습니다.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 -서울의 한 극장 출입구에 새겨진 말: 아스가르 파르하다 감독-”
제가 밑판을 깐 이야기가 답이 아니기에, 여러분의 질문으로 성숙을 위한 비평 공부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① <나무>- 김둘 시인
나무가 행복할 때/그 나무에 내려앉은 새가 행복할 때/그 새와 만나는 바람이 행복할 때/
그 바람이 이 하늘과 살아있는 모든 것을 쓰다듬을 때/그 하늘과 만나는 바다와 파도와 섬들이/가슴 벅찬 행복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그제서야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 시인은 붓 끝에 수채화 물감을 듬뿍 묻혀 행복 나무를 그려내는 듯하다. 새/새와 바람/바람과 하늘/ 하늘과 바다와 파도/ 그 기쁨의 노래가 점층법으로 확대되어 보이도록 행복 나무를 펼쳤다. 행복이 커가는 과정을 따라가면 마음에 평화가 와 안긴다.
바쁘게 사는 시인이지만 모임에서 뵙기를 희망해 본다.
② <벚꽃 잔치> -김상문 시인
간간이 지나는 바람에 꽃비가 내린다/불빛 속에 내리는 꽃비는/눈이 내리듯‘ 앞뒤 사람이 눈 속에 보듯/꽃잎 천지다//
꽃눈이 들어오라고/차창을 열고 손짓한다.
※ 눈발 몰아치듯 휘날리는 벚꽃잎, 꽃비에 도취한 시인이 차창 열고 손짓한다. 그 마음에 벚꽃이 친구 되어 따라와 자연과 동화되는 날, 인간은 감사로 풍경 속에 머물며 행복해진다.
-아, 선생님이 모임에 나오시면 좋겠는데…
③ <방송통신 중학생 한배의 꿈>- 김영길 작가
옛적에, 3대 독자 한배 아버지는 나이 마흔에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해서 한배와 한남이 두 형제를 낳았다. 한배는 가난한 가정형편에 중학교 진학을 고민한다. 그러다가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이 된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을 따며 일해서 번 돈으로 늦게 대학에 들어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도전을 꿈꾸게 한다. 한배는 꿈을 품었기에 낮에는 엄마를 도와 참외 농사를 짓고, 밤에는 인터넷으로 공부하며 심지 궂은 청소년으로 살아가기에 응원을 보내면서 ‘나도!’하는 열정을 나눠 가지게 하는 이야기였다.
- 고령에도 항상 웃으시며 긍정의 에너지로 함께 해주심에 늘 감사하고 든든하다.
④ <너도바람꽃>- 김용구 시인
바람이/돌담에 숨으면/바람이 아니지.
뒤치는 바람 먹고/피는 꽃/너도바람꽃(중략)
삼킨 바람 뱉으며/아지랑이 피는 돌담 아래
바람 따라 피는 꽃/너도바람꽃
※ 시인은 돌담과 아지랑이 속에 숨은 바람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너도 바람꽃. 너도 바람꽃’ 하며 찾아다닌다. 아직도 숨은 바람을 찾아다니는 둣한 여운이 담긴 시다.
-시인의 열정은 우리 회원들을 늘 감동하게 해 왔다. 멀리 경주에서 대구나 고령까지 달려와 월례회에 참석함은 물론, 경주에 초대하여 환대하며 모임을 주선해 주시는 마음은 경북아동문학회에 대한 애정이 극진함을 보여주신다. 꼭 회장을 맡아주셔야 할 적임자로서, 큰 바위 얼굴 선생님이시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 이금희 아나운서의 말하기 수업 서를 존경의 마음으로 바친다.
⑤ <생강나무>- 김위향 시인
(중략) 봄이 오니/햇빛에 힘이 생겨/따뜻해졌어
해가 가진 색깔 중에/노란 색을 골라 /모아 쬐기를 했지
가지에도/힘이 생기더니/모락모락/노란 생강꽃이 피었어
※ 시인은 노란 생강과 눈맞춤 하며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가지에 힘을 키워 꽃까지 피워내며 노란 햇빛까지 품은 모습을 발견한 경이로움을 담은 시 같다.
-시인이 총무로서 바쁘게 살며 봉사하는 마음도 이처럼 경이롭다.
⑥ <작은 옹달샘>-김일광 작가
기-승- 전개 부분에 올 때까지 작가는 평화로운 산속에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산속 짐승들이 불안에 뜨는 모습을 그렸다. 결말 부분에 와서야 소문의 주인공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사연을 드러낸다.
“내가 너를 두고 나오다니. 살리마! 기다려 줘. 내 너를 꼭 데리러 가마.”
누군가를 두고 혼자 도망쳐 나온, 어떤 남자의 사연을 독백체로 압축해 두었다. 옹달샘은 그저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야기였다. 불안의 스릴, 궁금증, 호기심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전개 기법에 대해 함께 질문을 풀어내고 싶다.
포항에서 우리 회를 응원하며 창작에 열심인 작가가 우리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나날이다.
⑦ <강산을 밝힌다>- 김종상 시인
풀이나 나무의 뿌리가/땅속에서 빨아올린 물을
줄기를 심지로 하여/환하게 꽃을 피워서
등불을 밝게 비추듯/둘레를 환히 밝힌다
풀‧나무의 꽃은 모두가/강산을 빛내는 등불이다.
※ 이 시를 쓴 시인은 마지막 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를 썼다.
- 풀 나무를 등불로 보는 시인의 눈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⑧ <벼꽃 아이들>-김진문 시인
(중략) 아무 간섭 없이/내 꽃은 내가 피운다.
어느 날 아침에 갔더니/벼포기마다 아주 잘 자란
오종종한 벼꽃이 눈을 떴다//
벼포기마다 꽃을 피웠다/거룩한 눈망울이다.
잠자리들이 축하 비행을 한다/벼잎마다 구슬이 구른다
※ 시골에 살아도 벼꽃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얼른 제 혼자 피었다 급하게 사라지는 작은 눈망울(꽃망울)의 꽃이다. 그 꽃망울 보았을 때 누구나 경이로움에 빠져드는데, 시인은 그 마음을 시로 담은 것 같다.
-시향기를 품고 살면서 회를 응원해 주는 시인의 마음에 감사한 나날이다.
⑨ <자존심>-김현숙 시인
거미줄 치고 앉아/마냥 기다린다
걸리면 먹고/없으면 말고
거미 사전에/구걸은 없다.
※ 거미줄 치고 앉아 있는 거미에게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입혀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마음이 투영되어 보인다.
시인의 경지에 머물며 모임에는 참석 못 하지만, 원고를 보내주심에 감사한다.
<눈이 내린 날>-남길수 작가
※ 시골에 눈이 내려 학교에 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이는 학교에 온다. 친구들과 눈싸움하면서 학교에 온 일이 참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 뿌듯하게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
-시인은 지금 시골에서 친구들과 이런 눈싸움 같은 자연을 즐기며 사시는가? 대구 모임에 통 오시지 않고 계신다.
<손 내밀기>-박영애 시인
어깨 위에 내려앉은 나비야/너도 친구를 찾고 있니?
날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고/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소문날 걱정 없이/배꼽 밑 비밀까지 말하고 싶은,
그런 친구 말야./잘 왔어! / 내가 (친구?)되어 줄게.
※우리는 스스로 친구가 되어주려고 마음 쓰기보다, 누가 내게 친구로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자기중심적 성향에 젖어 살기 쉽다. 하지만 작가는 친구가 되어주려고 먼저 손 내미는 자세를 보여준다. 고운 심성이 돋보이는 시라서 사랑스럽고 고맙다.
-포항에서 멀리 고령까지 달려와 월례회에 참석하던 시인의 그 고아한 향기가 늘 가슴에 남아 있다.
<구절초>- 박정우 시인
햇살이 매달린 낭떠러지/바위틈 움켜잡고 간들간들 피었네/
“우와, 참 예쁘다!”/꿀벌이 날아와 입맞춤하고
“으악, 엄청 무섭겠다!”/먼발치 낮달은 힘내라 하고
(중략) 아홉 번 넘어지고 꺾여도
구월에 피는 하얀 얼굴
※ 꿀벌이 뭐라 해도, 낮달이 뭐라 해도 혼자 피어 하얀 얼굴 내미는 구절초가 시인의 눈에는 가련한 꽃으로 담기게 되나 보다.
-12월 5일, 매일신문사 11층에서 영남아동문학상을 받으신다. 축하의 마음만 담아 보낸다.
<돌쇠 이야기>-서정오 작가
돌쇠는 부자가 되고 싶어 마을을 떠난다. 저잣거리 큰 비단 가게에서 비단을 나르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 그렇지만 돈을 벌수록 씀씀이도 커져 결국엔 비렁뱅이 신세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냥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를 그린 것 같다. 부자가 되고 싶은 꿈보다 좀 더 앞을 내다보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도 비렁뱅이 신세로 고향을 찾았을까? 이 동화를 읽는 아이들에게 이 동화 뒤의 이야기를 이어 써보게 하면 좋겠다.
- 늘 그리운 선생님이다.
<나와 옷>-신현득 시인
내가 입은 옷이 수작을 걸어왔지. /“우리 둘이 몸을 바꿔볼래?”
(중략) 나는 몇 개로 몸을 나눠 겉옷 속옷이 됐다. - 툴툴툴툴 …. /기절 할 뻔했지/
얼마 뒤 세탁기에서 나와/빨랫줄에 걸려 몸을 말렸지.
“옷이 내 몸을 지켜주기 위해 고생하는 걸 알았다. / 고마운 게 옷이야.”
사람이 돼본 옷이 하는 말. / “사람의 생활이 아주아주 힘드던 걸.”
밥 먹기, 잠자기, 학교 가기, 공부하기/ 집에 와서 숙제하기….
지내기 쉬운 옷이 된 게/천만다행이란다.
※ 나와 옷이 처지를 바꿔 살다가, 서로 느낀 점을 말해보는 이야기 형태 시였다.
-이런 시로 시인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침을 주신다.
<말로는 그러면서>-오승강 시인
불쌍하다/우리처럼 다니지도 못하고/말로는 그러면서
먹을 건 꼭 내게 와서 찾아요/개미들은
불쌍하다/우리처럼 뛰어다니지도 못하고/말로는 그러면서
개구리가 보이면 내 덩굴로 숨어요/여치는
불쌍하다/불쌍하다/말로는 그러면서
저들 갖고 싶은 건 다 가져가요/저들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가요
※ 불쌍하다 하면서, 불쌍한 이웃에게 진정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준 적 있나? 따져 묻는 것 같아. 반성하게 하는 시다.
-늘 좋은 시 향기를 품고 사는 시인이다.
<전쟁의 상처> 유병길 작가
6•25 동란 때. 아버지 전사 통지서를 받은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재가시키고 나는 외할머니댁에서 자라게 했다. 내가 자라서 군경 유자녀에게 주는 혜택으로 타자 학원에 다니게 되는데, 그때 뒷방에서 자취하는 성철 오빠를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어머니가 재가한 집 아들이라 서로의 사랑을 오빠, 동생으로 변환시키는 처지가 된다.
※ 옛날은 옛날대로, 현대는 현대대로 재가, 이혼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
-모임에는 바빠서 못 나오셔도 작품을 보내주심에 감사한다.
<솜 꽃> 윤미경 시인
거기 있잖아/ 하얀 실/ 돌돌 말아 먹는 과자/‘솜 꽃’
솜사탕요? / 그래. 솜사탕
얼른 생각이 안 나/ 할머니가 맘대로 붙인 이름/ 그 이름 참 예쁘다
※ 늙어갈수록 가물거리는 기억력 따라잡기는 사물의 이름 말하기부터다. 그래도 솜사탕을 솜 꽃으로 표현한다면 시인의 말이 아닐까?
방울 공주 외 2권의 동시집을 낸 시인이 좋은 원고로 동참해 주심에 감사한다.
<아이와 개망초>-윤태규 작가
아이는 ‘니는 오빠도 아니다’는 엄마의 핀잔에 화가 나서 공원으로 나온다.
산책하던 할머니가 개망초를 칭찬하며 지나간다.
할아버지가 ‘할망구 잔소리가 덕지덕지 묻은 꽃 같다’면서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젊은 엄마가 개망초꽃 이름도 재미있고 예쁘다며 지나간다.
아저씨가 김 과장 얼굴 같다며 침까지 뱉고 지나간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오던 아이는 엄마가 해 준 달걀 지짐 같다며 들여다보다 지나간다.
남자아이가 돌멩이를 차며 개망초에 화풀이하며 지나간다.
아이는 다가가 개망초를 들여다본다.
달걀 지짐 같다던 여자아이 말이 맞다.
살랑살랑 고개 흔드는 모습은 동생 솔비를 닮아 예뻐 보였다가
엄마에게 꾸중 듣게 한 걸 생각하면 미운 솔비로 보인다.
‘뭐야?’ 헷갈리는데,
구름 속 해님이 그 까닭을 아는 듯 환하게 웃어준다.
※ 이 동화를 시로 간추려 보아도 재미있게 읽힌다. 아이가 관찰자 시점에서 여섯 사람을 만나는 장소가 똑같은 이유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물체를 바라봐도 각기 다른 생각으로 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제각기 하는 말속에 주제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여실히 보인다. 주제를 감추고 감쌀 수 있는 대화법을 함께 찾아보고 싶다.
-작가는 경북아동문학회의 대들보로 회를 이끌어 온 거인이시다. 늘 든든하고 존경스럽다.
<할머니 꽃>-이근정 시인
할머니 제삿날 /만나는/동그란 꽃/고기와 /야채가 든/ 큰/덩어리
동글동글/굴리고/납작/누르면/한 송이/예쁜 꽃/되지요
(중략) 할머니 얼굴/닮은/동그란 꽃/만나요
※ 제삿날 특별히 만드는 고기와 야채가 든 동글한 꽃이라면 뭘까? 동그랑땡인가? 그림이 확 떠오르도록 좀 더 섬세한 표현은 없을까?
-우리 회 회원이 되어주심에 감사하다.
<뽀뽀 속에 오는 봄>-이 선영 시인
얼마나/봄볕이/그리웠으면
언 땅 디밀고/돋아난 새싹은
쏘옥 입술부터 내밀까
여기도 쏘옥/저기도 뽀옥
뽀뽀하는 봄볕에/부끄러운 듯
산도 들도 어느 틈에 분홍빛이네.
※새싹이 돋는 모습이 귀여워 봄볕은 뽀뽀하고
그래서 부끄러워진 새싹들은 분홍빛 얼굴이 된다는 이야기 시로 살려내었다.
-고령에도 늘 바쁘게 살아가시는 활기에 존경을 드린다.
<당끝 할매>-이호철 작가
시골이 주 무대인 아이들이 홀로 되신 할머니 댁을 드나들며 할머니를 도와드리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다. 작가의 구수한 사투리가 이야기의 맛을 한층 살린다. 그런데 내가 그 할머니라면 아이들의 장난이 지나쳐 곤혹스러울 때도 더러 있다.
-작가는 우리 회를 이끌며 사투리로 글을 구수하게 쓰는 기능 보유자이신데 이번에 뇌졸중을 앓아 수술하셨다니 걱정스럽다.
<만났다>-임우희 시인
친척들과 /팔공산에 갔다/
순창에서 오신 할머니는/지리산 생수 마시고
서울에서 온 삼촌은/백두산 생수 마시고
제주 고모는/한라산 생수를 마신다
전국에서 모인 물/팔공산에서 만났다
※ 자기가 사는 곳의 생수를 들고 와 만났다는 이야기인데 신토불이일까? 애향심일까?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생각이 유머 있는 시로 빚어진 듯
늘 긍정의 에너지로 두루 살피며 사는 시인의 삶이 아름답다.
<두부>-장성훈 작가
창문 틈새로 살랑 넘어오는/아침 바람을 즐길 줄 알고
배달 아저씨가/문 앞에 왔다 가면/맨 먼저 알아채며
길가 회양목꽃 피우는 냄새/전봇대에 남은 낯선 냄새
길바닥에 녹아내린 사탕 자국/세상 냄새와 소리를
누구보다 빨리 알고/오래 기억하는/두부
유기견 보호소에서/불안한 눈빛으로 애타게 꼬리 짓하던
너를 /내 품에서 재울 수 있어/다행이다
※반려견의 이름이 두부인가보다. 한참을 긴가민가하며 읽어내려 오다가 유기견 보호소라는 단어에서 하하 웃게 하는 시였다. - 멀리 현직에 계시지만 뵙고 싶은 시인이다.
<검색 중 2>-정순오 시인
개망초 식당은/<수란>이 대표 메뉴
나팔꽃 집은/<재료소진>이라 오늘 영업 종료
접시꽃 식당은/접시가 크고 예쁘다는 후기 다수
백일홍 네는/다음 주부터 오픈(개업? 문을 연다네) 한다네
※꽃 이름에 식당 이름을 떠올린 발상이 독특해서 빨려든다. 개망초꽃은 수란 모양을 닮았구나. 나팔꽃집은 문 닫고 있어 영업 종료라 표현했을까? 점시꽃 이름은 접시를 연상하게 하고 백일홍 이름은 날짜를 연상시켜서 지은 이름일까?
-회원 확보에 충성한 공로에 감사하는 나날이다.
<강아지의 혀>-최지원 시인
그냥 있어도/멀리 전학 간/단짝 얼굴이 떠올라
가만히 흐르는 눈물/금세 알아채고/
내 볼을/따뜻하게 핥아 주었다//
아무리 화나도 /흉볼 줄 모르는 혀로/
※ 이 시의 주제는 3연에 담겨있다. 말은 못 해도 주인의 마음을 읽고 혀로 눈물을 핥아주는 강아지와의 교감이 따스하다.
-가끔 참석해 주시는 마음에 감사한다.
<즐거운 바위>-장애인의 날에-최춘해
팔다리가 없어/늘 한자리에 있는 바위
참새들의 수다/까치의 반가운 소식/뻐꾸기 노래
잠시 머물다 가는/시원한 바람
가물에 지나가는 소나기/부지런한 개미들 행진
향기로운 꽃 냄새…….
기다리며/만나는 재미로/나날이 즐겁다.
※ 흔히들 보는 바위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시인의 눈으로만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었다. 움직이지 못해도 긍정의 에너지로 살아가는 바위의 큰마음은 시인의 심성인 듯 울림을 주는 시다.
- 존재 이유만으로 경북아동문학회를 품어주시는 큰 인격에 감사하는 나날이다. 우리 회원들은 선생님이 늘 건강하시길 염원하는 시간을 산다.
<항아리의 마술> -박경선
부잣집에 놀러 갔다 온 순님이가 그 집 텔레비전을 부러워하자, 아빠는 우리 집이 좁아서 뚱뚱한 순님이를 팔아야 텔레비전 놓을 자리가 있겠다 한다. 그 말에, 순님이는 할머니를 팔면 그 방을 가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엄마는 할머니나 순님이가 팔 물건이냐며 화를 내며 할머니 방으로 베개 들고 건너간다. 다음 날 아침에 할머니가 구연동화가로 순님이네 반에 와서 ‘칭찬 항아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간다. 순님이는 구연동화가 할머니의 금메달을 보여주려고 누추한 집으로 친구들을 데려온다.
※ 어릴 때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누구나 허영심에 산다. 어린 마음에 쓸모없게 느껴지는 존재라도, 존재의 고귀함에 눈을 들 때, 아이는 마음 심지를 올바르게 세우며 익어갈 수 있다.(52쪽)
-2023년 12월 5일 화요일, 우남식당에서 월례회 모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