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망공상幻妄空想 -조국 후보자와 입시제도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9.09.0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딸의 신상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어고와 명문대 입학,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까지 서민들에겐 꿈같은 배움의 과정이 비판의 핵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아버지가 장관 후보라고 20대 젊은이의 삶을 이토록 망가뜨려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인다.
조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있는 집 자식들에겐 꽃길을 열어주는 대신 서민의 자식들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현 교육제도이다. 있는 집 아이들만이 가능한 스펙을 요구하고 이를 학생부종합전형에 넣어 명문대 진학의 길을 열어주는 입시제도는 사회에서 그대로 계급으로 이어진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마태효과’라 한다. “있는 자는 더욱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라는 기독성서에서 나온 법칙이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도 있다. 일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동과 학업 성취도를 조사해 봤더니, 4~6월생이 1~3월생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일본은 학기가 4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해 4월생에서 다음해 3월생까지 입학한다. 결국은 개월 수가 빠른 아이들의 성취도가 높다는 건데, 어른이 된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개월 수가 낮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개월 수가 빠른 아이들에게 뛰어난 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모든 것을 밀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학입시제도는 마태효과의 전형이다. 능력 발휘의 기회도 주지 않고 부모의 능력에 따라 아이들을 승리자와 패배자로 편 가르는 것은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불평등을 양산하는 근본적인 구조는 놔둔 채, 20대 젊은이의 삶을 난도질 하는 것을 ‘정의’로 착각하는 것은 무지한 환망공상(幻妄空想)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