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란?
《회남자》는 《회남홍열(淮南鴻烈)》이라고도 하는데,
서한(西漢)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기원전179-122)과
그의 문객이었던 소비(蘇非), 이상(李尙), 오피(伍被) 등이 저술하였다.
내편(內篇) 21편과 외편(外篇) 33편 등 모두 5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가(道家), 유가(儒家), 법가(法家) 등 다양한 학파의 설을 담고 있는 백과전서와 같은
잡가(雜家)의 저작이다.
유안은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의 손자로서 회남왕에 봉하여졌으나,
모반을 일으키다 미수에 그치게 되자 자살하였다.
진(晉)나라 사람 갈홍(葛洪)이 쓴 《신선전(神仙傳)》에는
회남왕 유안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유안(劉安)은 선학도(仙學道)를 몹시 즐겨,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비법을 찾는데 몰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회남왕의 관저 앞에 와서는 스스로 팔공(八公)이라고 칭하며,
자신이 불로장생의 술법을 펼칠 수 있으니 회남왕 유안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지기들은 이 말을 듣고 서둘러 왕에게 아뢰었다.
유안은 문지기들이 일러준 그 사람의 행색을 듣고 말했다.
"그는 사기꾼임에 틀림없다.
만약 그가 정말로 불로장생의 술법을 펼칠 수 있다면,
어떻게 그처럼 늙은 모습이 될 수 있겠느냐? 썩 쫓아내도록 하여라."
팔공은 문지기들이 자신을 안으로 들려 보내주기는커녕
오히려 쫓아 내버리는 이유를 물었다.
문지기들은 회남왕의 말을 되풀이했다.
팔공은 그들의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면 말했다.
"왕께서 내가 늙은 것을 싫어하신다고?
그렇다면 이제 어려져야겠군."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는 어린아이로 변하더니,
홀짝홀짝 뛰면서 회남왕을 만나러 달려갔다.
문지기들도 그를 따라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
훗날 회남왕은 팔공의 가르침을 받고 신선(神仙)이 되었다고 한다.
☞ 또 다른 이야기이다.
유안은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팔공(八公)이라는 신선으로부터
불로장생의 선단(仙丹)을 제조하는 기술을 전수 받았다.
고생 끝에 이 기술을 연마하여,
그는 곧 대낮에 승천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집에 남아 있던 몇 알의 선단을 그의 닭과 개가 먹고 말았다.
그들도 유안의 뒤따라 승천하게 되었는데,
중천에서 '꼬끼오' 하는 소리와 '멍멍멍' 개 짓는 소리가
한참동안이나 어지럽게 들려 왔다고 한다.
■ 회남자(淮南子)(1)
[1] 補天浴日(보천욕일 : To mend the heaven and bathe the sun)
[2] 五色無主(오색무주 : With one's countenance turning now blue....)
[3] 百川歸海(백천귀해 : Hundred rivers return to the sea)
[4] 一饋十起(일궤십기 : To get up ten times at a meal)
[5] 神出鬼沒(신출귀몰 : To appear like a god and disappear like .... )
▶권6 남명훈(覽冥訓)편
○ 補天浴日(보천욕일 : To mend the heaven and bathe the sun)
「매우 위대(偉大)한 공훈(功勳)」을 비유한 말이다.
'補天(보천)'에 관한 이러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수신(水神) 공공(共工)과 화신(火神) 축융(祝融)이 큰 싸움을 벌였다.
공공은 크게 패하여 분한 나머지 서쪽 불주산(不周山)에 머리를 부딪혀 산이 무너지게 되었다.
불주산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었는데,
기둥이 무너지게 되자 하늘의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내리고, 많은 땅이 갈라지게 되었다.
이 여파로 산에는 큰불이 일어나고,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하며,
이 세상에는 공포의 재앙이 계속 일어났다.
이 때문에,
세상 만물을 창조하였던 신(神) 여왜(女왜)는 다시 힘든 일을 시작하였다.
큰 강에서 오색 빛이 나는 돌을 골라 불로 녹여
무너져 내린 하늘을 메웠으며(女왜煉五色石以補蒼天),
거대한 거북을 잡아다 그것의 네 다리를 잘라
하늘에 네 개의 기둥을 세워 하늘을 지탱하였다.
끝으로 여왜는 홍수를 막아 대재앙을 평정하였다.
한편,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에는
'浴日(욕일)'에 관한 다음과 같은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
태양의 신 희화(羲和)에게는 열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곧 열 개의 태양이었다.
그들은 동쪽 바다 밖의 양곡(暘谷)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는 부상(扶桑)이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으므로,
그곳을 부상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열 개의 태양은 부상에서 살면서,
매일 하나 씩 번갈아 가며 하늘에 떠올라 일을 하였다.
아침이면, 희화는 어느 태양이 일을 맡든지 항상 수레를 타고 가서 바래다주었다.
희화의 수레는 여섯 마리의 용이 끌었으며,
양곡에서 몽곡(蒙谷)까지는 모두 열 여섯 개의 역참(驛站)이 있었는데,
이것이 하루의 일정이었다.
열네 번째인 비천(悲泉)에 이르면
태양은 수레에서 내려 결어가게 되고, 희화는 빈 수레로 양곡에 돌아오게 되는데,
이는 다음 날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매일 태양 수레에 오르기 전에,
희화는 태양들로 하여금 감연에서 깨끗하고 밝게 목욕하도록 하며(方日浴于甘淵),
일 나갈 준비를 시킨다.
* 淮(강 이름 회) 覽(볼 람{남}) 冥(어두울 명) 訓(가르칠 훈) 融(화할 융) 왜(사람 이름 왜)
煉(불릴 연{련}) 蒼(푸를 창) 羲(숨 희) 暘(해돋이 양) 扶(도울 부) 桑(뽕나무 상) 蒙(입을 몽)
驛(역참 역) 站(우두커니 설 참) 悲(슬플 비) 甘(달 감) 淵(못 연)
【English】
-To make monumental contributions. (엄청난 공헌(貢獻)을 하다)
-To have great exploits.(큰 공훈(功勳)을 세우다)
-To make great achievements.(위대한 업적(業績)을 이루다)
▶권7 정신훈(精神訓)편
○ 五色無主(오색무주 : With one's countenance turning now blue, now pale)
「공포(恐怖)에 사로잡혀 얼굴 색이 연달아 여러 가지로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먼 옛날,
우(禹)임금이 남방을 순시하다가 배를 타고 장강(長江)을 건너게 되었다.
그런데, 배가 강 중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거대한 황룡(黃龍)이 나타나 배를 등으로 밀어 올렸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며 얼굴빛이 변하였다(黃龍負舟, 舟中之人, 五色無主).
이때 우임금은 편안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하늘로부터 명(命)을 받고 모든 백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삶이란 잠시 머무는 것이고, 죽음은 돌아가는 것인데,
무엇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있겠는가?"
우임금은 용을 도룡뇽 보듯 하며,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황룡은 곧 귀를 내려뜨리고, 꼬리를 감추며 도망쳐버렸다.
우임금은 만물을 하찮은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 禹(하우씨 우) 負(질 부) 舟(배 주)
【English】
-To be frightened and at a loss.(놀라서 어쩔 줄 모르다)
-To be scared out of one's wit's. (제 정신(精神)을 잃을 정도로 겁을 내다)
=To be scared out of one's senses.
-To lose one's presence of mind.(침착(沈着)함을 잃다)
▶권13 범론훈(氾論訓)편(1)
○ 百川歸海(백천귀해 : Hundred rivers return to the sea)
「민심(民心)이나 대세(大勢)의 향방이 한 곳으로 모임」을 비유한 말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異途同歸(이도동귀 : To reach the same goal by different ways)」
「異路同歸(이로동귀)」 「殊途同歸(수도동귀)」라는 말이 있다.
"성인(聖人)은
법을 때에 따라 변화시키고,
예(禮)도 풍속도 따라 바꾸었으며,
의복이나 기계도 각기 그 사용에 편하게 하고,
법도도 제도도 각기 적당함을 따랐다.
따라서 옛 것을 고쳤다고 틀렸다고 할 수 없고,
옛 풍습에 따랐다고 칭찬할 것도 못된다.
모든 개울은 근원을 달리했으나 모두 바다로 모이고(百川異源, 而皆歸於海),
모든 사람은 직업이 다르나 한결같이 잘하도록 힘쓴다."
* 異(다를 이) 源(근원 원) 皆(다 개)
【English】
-The sea refuses no river.(바다는 강을 거절(拒絶)하지 않는다)
-All rivers do what they can for the sea. (모든 강들은 바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All rivers run into the sea.(모든 강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All roads lead to Rome.(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To follow the river and you'll get to the sea. (강을 따라가면 바다에 이를 것이다)
-All things tend in one direction. (모든 것들은 한 방향으로 향한다)
▶권13 범론훈(氾論訓)편(2)
○ 一饋十起(일궤십기 : To get up ten times at a meal)
「일이 몹시 바빠서 한 끼 밥을 먹는데도 도중(途中)에 여러 차례 일어나다」라는 뜻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분주(奔走)함」을 비유한 말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一沐三捉髮, 一飯三吐哺(일목삼착발, 일반삼토포 :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세 번 머리를 쥐고, 한 끼 밥을 먹을 때 세 번 밥을 내뱉음)」
또는 「吐哺握髮(토포악발 : To spit out the food and grasp the hairs)」
「吐握(토악)」이라는 말이 있다. 饋(먹일 궤 : 食-12획)
범론훈에는 우(禹) 임금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묘사한 대목이 있다.
"우 임금은 자신에게 도(道)로써 가르칠 사람은 와서 북을 울리고,
의(義)로써 깨우치려는 자는 와서 종을 치며,
어떤 일을 고하고자 하는 자는 방울을 흔들고,
근심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와서 경쇠를 치며,
소송할 일이 있는 자는 와서 작은북을 치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에 우임금은 어진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번 식사하는 동안에 열 번이나 일어났으며,
한번 머리 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와 천하의 백성들을 위로하였다
(當此之時, 一饋而十起, 一沐而三捉髮, 以勞天下之民).
이럴 때 선(善)을 다하거나
충(忠)을 나타내지 못한 자는 그 자질이 부족한 자다라고 하였다."
* 《사기(史記)》 권33 노주공세가(魯周公世家) 吐哺握髮(토포악발)편 참조.
* 氾(넘칠 범) 論(말할 론{논}) 沐(머리감을 목) 捉(잡을 착) 髮(터럭 발) 勞(일할 노{로})
【English】
-To be extremely busy.(매우 바쁘다)
-As busy as a bee.(몹시 바쁜)
▶권15 병략훈(兵略訓)편
○ 神出鬼沒(신출귀몰 : To appear like a god and disappear like a ghost)
「아무도 모르게 귀신(鬼神)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뜻으로
「행동이 신속(迅速)하고 그 변화(變化)가 심하여 헤아릴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병략훈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교묘한 자의 움직임은
신처럼 나타나고 귀신처럼 행하며(善者之動也, 神出而鬼行),
별이 빛나고 하늘이 운행하는 것 같아,
진퇴 굴신의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한계도 없어,
난조(鸞鳥 : 전설 속의 새이름)가 일어나듯,
기린이 떨치고 일나는 듯, 봉황새가 날 듯, 용이 오르듯,
추풍과 같이 출발하여 놀란 용과 같이 빠르다."
* 鸞(난새 난{란})
【English】
-To come and go like a shadow.(그림자처럼 오고 가다)
-To act swiftly and wittily.(신속하고 재치있게 행동하다)
-To appear divinely and vanish demonically. (신처럼 나타나고 귀신처럼 사라지다)
* divinely: 신의 힘으로, 신처럼 vanish: 사라지다, 없어지다
demonically: 악마(惡魔)처럼, 귀신처럼
-Alert and quick.(기민(機敏)하고 신속한)
-With great dexterity and preternatural swiftness.
(대단히 민첩하고 불가사의(不可思議)할 정도로 빠르게)
* dexterity: 손재주 있음, 민첩 preternatural: 초자연적(超自然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