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순위 6위와 리가 우승 2차례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카이저슬라우턴(이하 '라우턴')은 분데스리가의
강호 대열에 분류될만한 클럽들 중 하나이다.
비록 지난해 14위로 처지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분데스리가 원년부터 지금까지 12차례 이상 5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했을만큼 리가 내에서 탄탄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41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분데스리가 역사 속에서 라우턴은
올 시즌까지 총 40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원년 멤버인
라우턴으로서는 95~96 시즌 16위를 차지하며 강등을 경험했던 것이
팀 역사상 유일한 강등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라우턴은 당시의 강등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곧바로 2부리그 1위, 그리고 다음 시즌 1부리그에서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반전시키며 분데스리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1부리그 승격팀의 우승이라는 대 기록을 이룩한 바 있다.
95~96 시즌 당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안드레아스 브레메를 비롯해 올라프 마샬 등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도
16위를 차지하며 강등을 당했단 라우턴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등이 결정되고 불과 일주일 후에 벌어진 당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칼스루에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통산 2번째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한 바 있다.
강등이 확정되었던 당시 최종 34라운드에서
레버쿠젠과 격돌했던 라우턴은 3골차 이상으로
이기면 레버쿠젠을 밀어내고 잔류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끝내 1-1로 비기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고
경기 후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의 주역들중 하나였던
당시 레버쿠젠의 공격수 루디 푈러(현 독일 대표팀 감독)가
라우턴의 브레메를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전 독일에 생중계되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2부리그로 떨어진 뒤에도 브레메와 마샬은 여전히 팀에 남아
다음 시즌 라우턴을 2부리그 1위로 이끌며 당당히
1부리그에 재입성해 97~98 시즌 라우턴의 우승에 일조함으로써
2부리그로 떨어졌던 아픔을 모두 보상 받을 수 있었다.
마샬은 특히 우승을 차지할 당시 본인의 시즌 최고 득점인
21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2위에 올라 라우턴의
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했으며 우승 당시 38세의 노장이었던
브레메는 은퇴를 미루면서 2부리그까지 팀과 함께 했다.
2부리그에서 32경기를 소화한 브레메는 우승을 차지했던
97~98 시즌에는 전반기 라운드까지 4경기를 뛰며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독려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33라운드 경기 이후 이미 우승이 확정된 라우턴은
최종 라운드에서 브레메를 90분간 출장시키며
현역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97~98 시즌 이후 5위에서 8위 사이의 중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던 라우턴은 지난 시즌 14위까지 추락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지난 시즌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팀 재정 상황과 맞물려
올 시즌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 수급 과정에서의
부정적인 뒷돈 거래 등이 협회에 포착되면서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승점 3점 감점이라는 불이익까지 당해 더더욱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거기다가 다음 시즌부터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월드 스타로 급부상한 팀의 주포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재정상의
문제로 브레멘으로 넘기게돼 더 어려운 시즌이 될 전망이다.
라우턴은 분데스리가 팀들 중 가장 전통적인 스타일의
독일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공격을 주도하면서
좌우의 측면을 최대한 활용해 중앙의 장신 스트라이커들의
헤딩 득점을 노리는 패턴이 바로 그것. 클로제 외에도
체코 국가 대표 출신의 브라티슬라프 로크벤치(196cm)라는 장신 공격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라우턴이 고공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183cm에 불과(?)한 클로제지만 워낙 헤딩력이 뛰어난 데다
도르트문트의 얀 콜러와 더불어 가장 큰 신장을 자랑하는
로크벤치의 존재만으로도 상대 팀으로서는
여간 어렵지 않은 스트라이커 듀오인 셈이다.
장신 위주로 이루어져 자칫 단조로워 질 수 있는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재간둥이 미드필더 호세 마누엘 도밍게스(포르투갈)이다.
장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라우턴에서 분데스리가 최단신인 164cm의 작
은 키로 중원을 휘젓는 그의 플레이를 보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미드필더인 마리안 흐리스토프, 수비수인 알렉산더 크나브스 등이
모두 190cm가 넘는 장신임을 감안해 볼 때
도밍게스의 작은 키는 더욱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체구가 작다고 해서 플레이도 약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경기 내내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물론 자유자재의 왼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수비수
한두명을 쉽게 제껴내고 크로스를 올리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라우턴의 스쿼드가 장신 위주로 짜여져 있어
유연성과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태생적인 한계점을 안고는 있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경기 운영 방식으로 분데스리가의 변함없는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라우턴은 리가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해 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