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면 보인다
“저리 가거라, 가는 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오는 태를 보자”하는 것은 아마 <춘향가>의 어느 한 구절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 한국인은 바라보는 즐거움을 아름다움의 으뜸으로 삼고서 모든 배포를 차려온 것 같다.
즉 손으로 쓰다듬고 가까이서 돋보기를 들이대야 하는 그리고 냄새를 맡는 그런 따위의
근시안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느긋이 물러서서 바라보는 아름다움에 늘 초점을 맞추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그림이건 조각이건 또는 공예이건 건축이건 간에 물러서서 바라보면 눈맛이 후련하고 다가서서 보면 성글고 대범하고 거친 맛을 감출 수 없을 때가 많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인의 시선은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서울 사람들을 비롯하여 큰 도시의 사람들 모두가 종종걸음을 쳐야 하는 현대 문명의 골짜기와 빌딩 숲 사이에서 먼 곳을 바라보려야 바라볼 겨를도 즐거움도 흐려져가고 있다.
그러나 오염되지 않은 시골 사람들의 눈길은 아직도 먼 곳을 바라보며 느긋해하고 있다.
어찌 보면 마치 초점을 잃은 것 같은 그 눈길들이 이르는 곳에는 아직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움이 점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 자기 하나를 앞에 놓고 보자.
잘생긴 것일수록 수다를 떨거나 잔재주를 부린 곳이 없고, 옹졸하지 않다.
이웃 나라들의 도자기들이 털 같은 가는 무늬를 그려놓고 좋아라 하며 이것도 사람이 할 짓인가 할 만큼 정밀한 조각을 들이후비고 파낸 그러한 짓들 했지만, 우리 한국 사람들은 아예 그런 짓은 하고자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안 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는 것 하나 쩨쩨한 것을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은 그러한 때문이다.
‘애썼다’ ‘깜찍하다’ ‘곰살궃다’하는 그러한 아름다움보다는 ‘잘생겼다’ ‘의젓하다’ 하는 즐거움을 으뜸으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네 조선 자기는 코앞에 다가서서
들여다보기보다는 예사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때 나타나는 정말 필요한 아름다움이 좋은 것이다.
재주가 모자란 것도 아니요 시간에 쫒긴 것도 아니면서 참아름다움을 우리는 그렇게 길러온 것이다.
바라봐서 아름다운 예를 들자면 한이 없지만 우리 신라 시대의 부처님들을 바라볼 때면 한층 그러한 즐거움을 느낄 때가 많다.
석굴암 본존석가여럐만 하더라도 바라보면 그 야무진 화강석을 어찌 저다지도 흐뭇하게 잘 다듬어 다루어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참 잘생겼구나 하는 감명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큰 덩치의 어디를 찾아봐도 잔재주나 수다스럽고 곰살궃은 수공을 들인 곳이 없다.
부처님은 우러러볼 때 존엄해야 되고 물러서서 바라볼 때에 감명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웃 나라 조각과 다른 점은 바로 근시안적인 아름다움의 표현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려 해 전 늦가을, 나는 동양 미술사의 대가로 알려진 미국인 P씨와 불국사 호텔에서 하룻밤을 쉰 일이 있다.
P씨는 아침 안개가 걷히는 불국사의 앞뜰에 서서 하염없이 불국사의 대석단을 바라보고 또 눈길을 돌려서 남산의 먼 능선들과 영지影池가 있는 벌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지금 미불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쾌적한 시각과 시야의 아름다움은 또 없을 것입니다.”
P씨의 이 말은 ‘어쩌면 이다지도 알맞은 높이와 넓이에 이처럼 아름다운 공간 처리를 할 수 있었느냐’라는 뜻이었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말하자면 신라의 위대한 건축가는 이 불국사를 떼어놓고 바라보는 참멋과 그 안에서 누리를 굽어보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꾸미기에 궁리를 깊이 했던 것이다.
앞에 다가서서 바라보면 잔솔질도 잔꾀도 없는 그리고 별것도 아닌 것이 물러서서 바라보면 눈앞이 환해지는 우리의 즐거움은 그림과 공예, 조각과 건축에 이르기까지 마치 예삿일처럼 어디에나 스며 있는 것이다.
- 최순우(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학고재, 2002)중에서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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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으슬거린다
갑자기 겨울이 온 듯
톡보내고 나니 일곱시가 다 된다
집사람이 아침을 차리는 사이 밖에 나가 동물들 챙겨주었다
닭장에 내려가니 그물망 안에서 기르고 있는 기러기들이 놀이터로 나와 있다
아직 적응이 안되는지 지들끼리만 따로 몰려있다
이젠 그물망 안에서 따로 기를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길러야겠다
하우스 안 새끼기러기와 병아리는 물을 다 먹어 버렸다
한조루씩 떠다 주는데 부족한 것같다
모이도 사료보다는 싸래기를 더 좋아한다
사료를 먹고 빨리 커야 겨울을 날 수 있을 건데...
사료와 싸래기를 함께 섞어주었다
어제 쪄 놓은 고구마도 퍼다 주었다
얼른 달려들지 않는다
배고프면 와서 먹겠지
고구마를 찌려고 한바케스 가져다 솥에 넣었다
지난번엔 씻어서 쪘는데 닭들에게 주려면 굳이 씻지 않아도 되겠다
흙이 묻어 있어도 쪼아먹는덴 지장이 없을 듯
늙은 호박이 썩으려해 쪼개 보니 안에서 씨가 발아하기 시작
또 호박안에 벌레가 꿈틀거린다
호박꽃이 필 때 나방이 호박꽃 안에 알을 실어 그게 그대로 호박안으로 들어가 알이 깨서 자란 것같다
서울 처형이 안을 긁어 버리고 삶아서 국물만 마셔도 좋단다
호박은 몸의 부기를 빼준다
호박 안을 긁어 내버리고 호박을 삶으라고 주었다
야외솥에 불을 땠다
박스와 들깨대를 때니 불담이 별로
나무 장작을 집어 넣었더니 불담이 좋다
처형이 호박을 가지고나왔다
안에 벌레가 아직도 있다고
다시 쪼게서 벌레를 모두 긁어 내버리고 껍질을 벗겨 자른다
이렇게 잘게 잘라 끓여서 물을 마시면 된다고
아침을 차려 놓았다
재첩국에 말아 맛있게 먹었다
집사람이 오늘은 고추방아 찧고 파크장에 들러 볼치고 오잔다
처형네도 따라가 구경한다고
처형네도 파크볼 치면 좋겠는데 차가 없어 파크장 다니기 어려워 안되겠단다
그래 버스타고 파크장 가긴 어렵겠지
파크장 가는 길에 성산 삼월 떡방앗간에 가서 고추방아를 찧었다
우리 앞에 고추방아 찧는 분이 한분
그런데 고추를 많이 가져와 시간이 꽤 걸린다
집사람이 물어 보니 장성농고에 근무하시는데 실습지에 심어 수확한 거라고
모두 같이 가꾸었기 때문에 고추방아 찧어 학생들에게도 고루 나누어 준다고 한다
학생들도 수확의 기쁨을 맛보면 좋겠지
밖에 서있으려니 바람이 차다
나도 모르게 몸이 으슬거린다
어제만 해도 따뜻했는데...
겨울로 들어서는 날이라 그런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우린 차에 들어와 기다렸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 코추방아를 찧었다
17근 정도 나왔단다
후물 고추치곤 꽤 나왔다
파크장에 가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날씨도 춥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인지 몇팀 밖에 없다
처형네는 차 안에서 구경하겠다고
한바퀴도는데 7홀에서 오비
집사람은 오비없이 잘도 친다
무려 4타를 줄였단다
만약 시합에서 이 정도만 칠 수 있으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바퀴째엔 아는 부부와 같이
그분들은 매일 나와 파크볼을 즐긴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티샷이나 펏팅이 아주 정교하다
난 5홀과 7홀에서 연속 오비
왜 이러지
5홀에선 웬만함 오비를 내지 않고 볼을 홀 가까이 붙였는데...
며칠 치지 않았다고 감각이 둔해져 버렸나?
오늘은 볼이 아주 잘 구른다
잔디가 시들어가고 있어 볼이 더 잘 구르는 것같다
잔디 상태에 따라서 힘 조절이 필요하다
매일 나와서 쳐봐야할 것같다
장성 파크협회장 전화
이번 군의장배 선수 명단을 보내달라고
각 팀 3분으로 회장 총무 회원으로 구성해야한다
총무인 승훈동생에게 전화해 자네가 알아서 정해 보내라 했다
한바퀴 더 돌려다가 처형네가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어 안되겠다
아웃하여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축령산 국밥이 괜찮다며 국밥 먹어 보자고
1시가 다 되어가건만 길게 줄 서 있다
우리도 한참을 기다려 자리 잡았다
섞어 국밥에 난 막걸리 한잔
서울형님과 처형이 맛이 괜찮단다
국물이 맑아 더 맛있는 것같다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고
오늘도 처형이 먼저 계산해 버렸다
이거참
소화도 시킬겸 꽃강을 걸었다
강을 따라 조성된 꽃밭
꽃이 많이 져버렸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너무 잘 가꾸었단다
집사람은 집에다 심는다며 꽃씨를 받는다
집주변에 의도적으로 꽃을 가꾸면 좋겠는데 난 그런것에 취미가 없다
솜씨가 없으니 별 수 없다
집에 와 잠 한숨
술한잔 마신게 취기 올라 푹 자 버렸다
일어나니 세시가 훌쩍 넘었다
오전 일과 대충 정리한 뒤 나가서 나무를 베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동백 옆 편백 웃동강을 톱으로 베었다
형님이 나와 사다리를 잡아 준다
편백을 베어 두 동강 낸 뒤 잔 가지를 잘랐다
그래야 옮기기 쉽다
소나무 죽은 가지도 베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니 위험스럽다
젊을적엔 중심을 잘 잡아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이젠 그건 꿈
최대한 조심조심
그옆 산목련도 너무 자라 주변에 그늘이 진다
산목련 가지를 여기저기 잘라주었다
주변이 좀 훤해진 것같다
높은 가지도 잘라 버리면 좋겠는데 올라가기가 겁난다
괜히 무리할 필요 있나
다음에 한번 더 올라가 잘라야겠다
기계톱을 가져와 자른 큰 가지를 토막내었다
토막을 내어야 옮기기가 쉽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온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족발에 막걸리 한잔
낮에도 고기 먹었건만 술안주로 또 고기
무슨 고기를 이리 좋아할까?
아니 고기를 좋아하니 이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와 형님은 막걸리 한잔으로 저녁을 때우고
집사람과 처형은 호박 끓인 물로
낮에 잘 먹어 저녁은 생각없단다
이제는 한끼를 잘 먹으면 다음끼는 별로다
유트브서 지난 드라마 몰아보기 시청
내용이 생각나지 않지만 두편을 시청하고 나니 10시가 넘었다
시간 참 잘도 간다
창문을 여니 서늘한 냉기가 쑥 밀려들어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님이여!
일교차가 큽니다
건강 관리 잘하시면서
오늘도 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훈훈하게 달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