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
박말이
그리움이란 참 묘한 거라는 생각이 납니다. 어디 고향이 그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나이가 들면 그 시절이 그리운 법인가 봅니다. 오늘 아침에 고구마를 앉혀 삶으면서 그냥 싱크대(부뚜막)에 밥을 차려 놓고 먹었습니다. 고구마 줄거리 김치에다 밥을 비볐습니다. 그리고 김, 그기에 먹다 남은 간조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 삶는 남비안에서 갈매기 울음소리가 나는 겁니다. 고구마는 아들이 전라도에서 사온겁니다. 전라도 어느 바닷가에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욕지도 태생이라 욕지도 고구만 먹고 자랐습니다. 다 먹어 봐도 욕지 고구마 만큼 맛있는 고구마는 없지만 구하기가 힘들어 출장갔다 오던길에 아들이 사온 고구마입니다.
나는 얼른 남비를 열어 봤습니다. 갈매기 소리가 멈췄습니다. 어디로 날아 간걸까! 다시 뚜껑을 닫았습니다 다시 또 갈매기 소리가 납니다. 나는 눈물이 났습니다. 여우가 죽으면 고향쪽으로 머리를 둔다더니 나도 이제?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사람은 늙으면 병 안들어도 죽는 건 정한 이치인걸 어디 한 두번 익힌 것도 아닌데도 한참을 남비속의 갈매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 고향 욕지도는 처자가 시집을 가려면 <쌀 서말은 먹었겠나> 였습니다. 무슨 말인고하면 고구마와 수수 조를 먹고 컸다는 겁니다. 그 만큼 쌀이 귀한 섬이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사는 마을은 논이 있어 쌀을 얹어 밥을 지은 보리밥은 먹을 수 있었습니다. 소복은 권자라고 부지런한 부모님덕에 밥 굶지 않고 살았다는 감사함에 지금도 가슴이 저립니다.
그 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이 늙으면 고향이 그립다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고구마 삶는 남비안에서 갈매기 소리가 나는 것은 무슨 뜻일까! 잠결에 부르릉 차소리는 파도 소리로 들린적이 많았습니다. 어떻든 섬사람은 면할 수가 없나 봅니다. 아니 태생은 언제나 따라 다니나 봅니다. 내 친구가 태생을 속이라고 나에게 일렀던 기억이 납니다.
맑디 맑은 청정해역이 어떻다고 태생을 속일 것인가 지금도 나는 그 말이 미스테리입니다. 나애갠몸에 베인 고향섬, 사람들의 행동이 소박하고 말투가 거친 섬사람인게 자랑인데 비해 그 친구는 섬 자체가 챙피였던 겁니다. 그래도 그 때가 그립습니다. 내 고향 섬 사람들이 보고 싶습니다. 세월은 청정해역 그 섬에 길을 내고 순수함도 모다 씻어가고 말았습니다.
섬은 섬으로 나는 나로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 십습니다. 본질을 깨뜨리고 다른 사람처럼 세련되려고만 하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나만이 가질수 있는 순수성은 이제 눈 씻고 찾아 봐도 없습니다. 사람이 여우로 둔갑하고 다시 요괴로 둔갑한다고 꼭 그것에 보람이 있을런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아직도 그섬 고향이 이리도 그리운지 알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향수에 취한 모양입니다.
고구마 남비를열고 고구마를 꺼내서 껍질을 벗기고 호호불어서 우리집 검둥이를 주었습니다. 검둥이도 고구마는 잘 먹습니다. 검둥이는 주인을 닮는다더니 나를 닮았나 봅니다. 욕지섬 고구마는 나를 잊었겠지만 나는 아직 욕지섬 고구마를 잊지 못했습니다. 내가 초교때 지어 놓은 시 한편을 적어 봅니다. 이 시를 교실벽에다 붙여 주신 선생님 존암도 이제 잊었습니다.
고구마
내 고장
고구마는 맛이 좋아요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즐거히
꾸워 먹는 고구마라요
난로불에
꾸워서 호호불어서
어린동생
어려명이 갈라먹어요
조금 유치하나요? 그래도 읽어 주셨어 감사합니다^^
2017. 10. 24.
첫댓글 살아가며 지난 날의 아름다웄던 추억속에 존재하는 것들이 그리움으로 떠 오르지요.
감사합니다~~취송선생님~~^^
"고구마 삶는 냄비 안에서 갈매기 소리를 들었군요. 고향은 그 자체가 사랑이요, 그리움이지요.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고향 속에 있으면서도 고향이 그립습니다. 고향 안에 또 다른 그리움이 있으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행전선생님~~그리고 이해 됩니다^^
어릴 때 앉아 놀던 바위에게도 정이 남아 있으니까요~~^^ㅎㅎㅎ^^
그시절에는 섬 뿐만아니라 육지에 살며 시집간 처녀 들도 쌀 서말 못 먹고 시집 많이 있었답니다
어렵던 그시절 고구마를 즐겨 먹었고 작은방 웃목에 수수깡으로 엮어 보관하고 겨우내 주식을 삼기도 했지요
지금도 고구마와 얽힌 여러 사연에 그시절 향수가 피어납니다
예~~샛별선생님~~말씀 반갑습니다.~~^^
전 부끄러움인데도 당당하게 글을 올려 죄송했습니다~~^^많은 이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