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돌
이강하
줄무늬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팔색조 햇살 내리는 계곡
지팡이 짚고 걷는 그림자들, 청색 층이다
줄무늬 검정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사이
세계적 교량 일곱이 널뛰기를 했다
전쟁으로 죽은 아이가 아른거린다면서
그래, 이젠 한마음이면 좋겠어
전쟁 없는 세계라면 좋겠어
줄무늬 돌이 나무에게 말을 거는 사이
줄무늬 셔츠를 입은 소녀가 내 앞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줄무늬 셔츠는 한때 내가 사랑한 친구가 즐겨 입은 옷이었지 함께 줄무늬 셔츠를 입고 봉사하러 가는 날에는 발걸음도 초록이었지 그런데 가끔 친구의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장소가 떠올라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통증이 올 때가 있어 어쩌다가 친구의 친구와 심하게 몸싸움을 했고, 서로의 사과는 사과를 해도 피투성이 사과나무로 남았지 이제야 고백하는데 그때 그 주변 화살나무는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지금 나라 밖 전쟁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줄무늬 돌들이 계속 운다
돌과 돌 사이
물소리는 누구의 기도일까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발표
이강하 시인
2010년 《시와 세계》 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화몽(花夢)』, 『붉은 첼로』 ,『파랑의 파란』 이 있음. 제4회 백교문학상. 제16회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 수상.
[출처] 줄무늬 돌 - 이강하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February l 통호 178호 Vol 178|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