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나흘동안 축축하게 내려 무겁다.
바리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차 안에서 자고 있으니 그가 나타나 문을 두드린다.
- 뭘 먹지..?
= 글쎄에..
- 초밥 먹을까? 와사비가 좀 들어가면 정신이 맑아질지도 몰라..
= 흠..
어은동의 한 참치집에서 발이 멈추었다.
지난번 우울할 때 여기서 먹은 초밥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망설이다가 들어간다..
'점심 특선 8,900원 = 사시미 + 참치회 + 초밥 + 철판요리 + 튀김 + 매운탕'
- 흠..
= 흠..
'철판 요리'라니 뭘까.. 잠깐 궁금해하다가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점심 특선 2인분을 먹기로 한다.
...
먼저 야채와 회 부스러기를 섞어 버무린 것이 나온다.
초고추장을 너무 많이 뿌려 맵다.. --;;
30초후엔 작은 동그랑땡 부친 것이 나온다.
뭐지.. --;;
얇게 썬 참치회는 꽁꽁 얼어있어서 무우채가 자꾸 달라붙는다.
말없이 무우채를 떼어내며 회조각을 씹는다.
비슷한 시기에 번데기와 메추리알, 계란찜, 홍합국이 나왔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모르겠다. -o-
지글지글거리는 작은 철판에 버터치즈콘 (이라고 해야 할까?) 이 나왔는데
맙소사.. 달다.. T-T
심심하게 시들은 초밥을 네개씩 집어먹자
마지막으로 생선알과 콩나물이 든 매운탕이 나왔는데
이건 또 짜다.. -_-;;;
다 먹고 생각해보니
사시미 = 처음에 나왔던 회조각 무침..
튀김 = 동그랑땡..
철판요리 = 달디 단 통조림 버터치즈콘..
게다가 치명적으로..
아저씨가 몹시 친절하고 호기있고 사람 좋게 생겼다.. T-T
'밥 모자라면 말해요!!'
'많이들 드셨나? ^O^ (천진난만~)'
돈을 내고
이제는 500원에 공 스무개씩으로 값이 오른
세븐 일레븐 앞 배팅박스에서 백구를 한판씩 쳐주고 돌아왔다.
...
며칠 전에 'Serendipity'라는 존 쿠색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한 구절이 기억난다.
그리스에서는 장례식에서 길게 추도문 따위를 쓰지 않아..
단 한 가지만 묻지..
'그에겐 열정이 있었는가?(Did he have passion?)' 라고..
열정이라.. @.@
열정열정열정.. 요즘 그런 게 좀 떨어진 것 같다..
요즘 차가워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나 혼자 우울하고 답답한 생각에 폭 빠져있을 때가 많다..
-o-
냐아아~
...
조금 자다가 연습하러 가야지.. ^^
비가 와서 공기는 깨끗한데..
이제 해가 좀 났으면 좋겠네..